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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Aug 28. 2019

3번 방의 새로운 이야기

같은 방, 다른 아이들과 3번 방에서의 첫날

길고 길 것 같은 여름 방학은 달콤하게 그렇지만 너무도 금방 지나가버렸다.

3번 방 교사들과 3번 방의 기적을 축하하며 서로의 즐거운 방학을 기원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우리는 다시 3번 방에서 만났다.

3번 방에서 만난 새로운 남다른 아이들과의 첫날은 아주 강력하고 센, 잊지 못할 첫인상을 남겼다.




방학의 끝이 다가오면서 곧 올 것 같아 두려웠던 새 학년이 결국 시작되었다.

작년에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낭패를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개학 첫날 학교 주차장의 분주함이 예상되어 서둘러서 출근하였다.

그리고 3번 방에서 새로운 남다른 아이들을 만났다.

자폐와 다운증후군, 과잉행동장애로 인해 정서와 학습 장애를 가지고 있는 TK(Transitional Kindergarten) 4명, K(Kindergarten) 8명, 1학년 1명, 총 열 세명의 남다른 아이들이 올해 3번 방의 새로운 가족이다.

새로운 남다른 아이들과의 첫날은, 그야말로 하루 종일 크고 작은 폭탄이 떨어지는 것 같은 전쟁터였다.

그 전쟁 같은 하루가 끝나고 열세 명의 남다른 아이들이 담임교사 Ms. K와 오전 보조교사( Part-time) Ms. S,  오후 보조교사( Part-time)  Ms. B 그리고 종일 보조교사( Full-time)인 나, 네 명의 손에 달려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육구의 재정 축소로 우리는 ( Part-time) 보조교사 한 명과 점심시간과 하교시간에 도와주던 손길을 잃게 되었다.

작년보다 더 많은 크고 강력폭탄의 맛을 본 3번 방 교사들은 앞으로의 3번 방 생활이 막막할 따름이었다.

 

지금은 막막하지만 우리는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We are a team!




새 학년 3번 방의 남다른 아이들


작년에도 3번 방에 있었던 두 소녀 : 대책 없는 울보 소녀 페라, 다른 사람이 자신의 공간에 침입하면 공격적이 되는 레시.


그리고 3번 방의 새로운 폭탄들 : 자신을 개라고 생각하는 이디, 화장실 표지판에 집착을 보이는 도망자 샤먼, 청개구리 다운증후군 소녀 일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집불통 말썽쟁이 에빗,  다른 아이들의 말썽에 웃으며 말썽을 더 피우게 만드는 코인, 언어장애가 있지만 똑똑한 도망자 카랍,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얌전한 고양이처럼 귀여운 얼굴의 성질 사나운 나나


그 전쟁터에 핀 몇 송이 꽃이 있어 감사했다.

영어는 서툴지만 교사의 지시를 잘 따라주는 디알, 왜 이 전쟁터에 와 있는지 모를 예쁜 일로와 약간 고집을 부리지만 규칙을 잘 따라주는 헤든   

그리고 아직은 자신이 폭탄인지 꽃인지 보여주지 않은, 교사의 지시를 기다리기만 하는 히나    


              

폭탄이 사랑스러워 보일 때까지, 꽃들이 열매를 맺을 때까지 너희들을 놓지 않을 거야.




어쩌면 아이들도 우리를 모르고 우리도 아직 아이들을 몰라서 더 힘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내일은 아이들이 폭탄 대신 물풍선 정도를 터뜨리는 정도로만 말썽을 부릴지 모른다.

어쩌면 이 아이들도 작년의 3번 방 아이들처럼 정이 들고 맘을 주다 보면 사랑스러워질 것이다.


3번 방에서의 새로운 첫날, 녹초가 된 몸과 마음으로 내일을 준비하며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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