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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Aug 31. 2019

3번 방에서 "귀여운 폭탄" 테러 대처법을 배우다

3번 방에서의 전쟁 같은 나흘, 그리고 행복한 금요일

교실 여기저기, 운동장 이곳저곳, 화장실 가는 길목길목에서 폭탄이 터졌던 나흘 간이었다.

아무리 귀엽고 사랑스러워도 3번 방의 남다른 아이들이 터뜨리는 폭탄 테러는 네 명의 교사들을 패잔병과 같이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견뎌냈고 아이들의 폭탄테러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점점 폭탄 테러를 막아내는 특수 요원이 되어갔다.


 



3번 방에서의 첫 주는 그야말로 전쟁터였고 처음에 아이들은 전쟁 도발자이자 승리자 같았다. 우리는 아이들의 폭탄을 온몸으로 맞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 와중에 누구도 다치지 않도록 막느라 녹초가 되었다. 


누군가는 세명의 어른이(두 명의 보조교사는 Part-time이라 교실에 있는 교사는 대개의 경우 세 명이다) 열 세명의 아이들을 못 돌보냐고 생각할 수 있다. 아이들이 남들과 같은 보통 아이들이라면 충분하다. 교사 한 명이 서른 명 넘는 아이들도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그러나 3번 방 아이들은 남들과 다른 정서와 행동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다. 교육구의 재정이 지원되지 못해서 그렇지  1:1로 보조교사가 필요한 꼬마들도 여럿이다. 그러니 늘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 특수학급의 현실이다.




3번 방에서의 두 번째 날, 카랍은 교실의 안내판과 책상 위의 이름표를 뜯어내어 버렸고 화장실을 가다가 도망갔던 이디는 우리를 도와 자신을 막는 다른 반 보조 교사를 깨물어서 자신이 개라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뿐 아니라 어떻게 다른 유치반 교실에 화장실이 있는지 알아낸 건지 모르겠지만 빛과 같은 속도로 다른 유치반에 뛰어들어가 화장실 문 앞에 누워 버티는 샤먼과 셀 수 없이 씨름해야 했다. 

수시로 말썽을 부리며 뛰어다니는 에빗과 그것을 보고 낄낄대며 에빗의 말썽을 부추기는 코인을 붙잡고 있어야 했으며 그 와중에 하루 종일 의자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No”만 하던 일리와 교사들 안 보는 틈에 친구들을 수시로 때리고 미는 나나를 챙겨야 했다.

틈틈이 놀이터에서와 교실에서 다가오는 아이들을 공격하는 레시를 달래는 한 편 여전히 교실에서 멋대로 돌아다니면서 사탕을 달라고 보채거나 드러눕는 페라를 다독여야 했다. 

결국 그 날,  담임교사 Ms. K은 아이들이 점심 먹는 동안 교실에서 눈이 빨개지도록 울었다.

아무 생각 없이 물통이 없다고 떼쓰는 에빗의 물통을 가지러 교실에 갔다가 나는 아이들 심리 치료 담당교사와 이야기하면서 울고 있는 Ms. K를 보게 되었다.

아직은 마음 여린 2년 차 교사인 Ms. M이 안쓰러워 운동장에서 말썽 중인 3번 방 아이들에게 꿀밤 한 대씩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학부모들에게 고소당할까 봐 참았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3번 방 교사들은 수시로 폭탄을 던지는 3번 방의 귀여운 테러범들의 폭탄을 조금씩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가끔은 폭탄이 터지기 전에 막는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게 되었다.   

화장실 표지판에 집착하여 다른 유치반 교실에 들어가서 드러누워 꼼짝을 않던 샤먼에게 여러 가지 표지판 그림카드를 사용해 샤먼의 도망 횟수를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화장실이 없어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양호실 화장실을 사용했었는데, 도망가는 것이 특기인 이디와 카랍 그리고 일리가 오가는 길에 수시로 손을 놓고 달아나 버렸고, 화장실 표지판에 집착해서 양호실을 시장통으로 만드는 샤먼 때문에 건너편 교실의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는 것이 허락된 아이들에게는 수시로 M&M과 Skittles를 투약하면서 통제하였다.


여전히 한숨이 나오고 이마에 땀이 맺힐 만큼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지만, 금요일쯤 우리는 어느 정도 아이들을 상황에 맞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패배자 같았던 우리는 전쟁에서 아이들과의 힘겨루기에 지지 않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고 잠깐 안도의 숨을 내쉴 틈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들의 폭탄에 대처하고 대비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에 드디어 금요일이 다가왔다. 아이들을 무사히 버스에 태우거나 마중 나온 부모에게 인수인계하고 나서 빈 교실을 정리하면서 우리 교사들은 “We made it!”이라 서로를 격려하고 금요일을 자축했다.  


3번 방을 나서며 바람에 흔들이는 야자수와 파란 캘리포니아의 하늘을 바라보니 작년 이맘때 퇴근길에 혼자 외쳤던 말이 생각났다.

“TGIF, Thank God it’s Friday!” 

그래, 그날도 나는 이런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잘 해냈잖아. 그러니까 올해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 거야. 후끈한 바람에 흐트러지는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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