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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Dec 28. 2019

3번 방의 총 쏘는 희생양(Scapegoat)

총을 좋아하는 늦둥이 코인 이야기

늦둥이들은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 되곤 한다.

관심과 사랑이 좋은 것이긴 하지만 가끔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늦둥이 코인에게는 관심과 사랑의 너무 과했던 모양이다.




언어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데 도통 발음을 알아들을 수 없게 말하는 코인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총이다.

군복 문양의 옷을 좋아해서 수시로 얼룩 문양 바지를 입고 군인들을 영웅처럼 생각한다.

학기 초 내내 아침에 등교하는 것을 기다리다가 코인이 탄 차 문을 열면 코인은 나에게 매일 다른 종류의 장난감 총을 보여주거나 총 쏘는 시늉을 하곤 했다.

장난감일지라도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 차 문을 여는 보조교사를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을 그냥 두는 코인 엄마도, 쉬는 시간이면 손가락으로 친구들에게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노는 코인도 염려가 되었다.

담임 Ms. K를 통해 코인 엄마에게 여러 번 부탁을 한 뒤에야 코인은 학교 오는 길에 장난감 총 가져오는 것을 멈추었다.

아마도 집안 식구 중에 군인이 있든지 형이 총싸움하는 게임을 하는 것을 늘 보는 모양이다.  


코인은 잠재적인 슈퍼 말썽꾸러기이다. 

집안의 막둥이인 코인은 나이 차이가 큰 대학생 형과 중학생 누나가 있다.

미국인들이 농담 삼아 말하는 Oops Baby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온 집안 식구가 이 늦둥이가 할 말과 할 일을 알아서 해주고 아기처럼 대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아직도 아기처럼 웅얼거리는 장난꾸러기가 된 듯하다.

코인은 감시가 소홀하다 싶으면 신기하게 말썽을 일으킬 일을 찾아내지만 하교 때 보물 장난감 받는 것을 장난보다 더 좋아한다.

덕분에 심한 장난과 말썽 뒤 몇 번 보물 장난감을 못 받은 뒤, 문제행동을 지적받으면 흠칫하게 되었고 손가락 총쏘기 놀이하면 장난감을 못 받는다는 것을 알고 손가락 총쏘기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나마 보물 장난감 덕분에 코인이 3번 방의 규칙 하에 머물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물론 3번 방 교사들이 없는 틈에 종종 돌발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보조 교사 없이 급식실에 보냈더니 다른 유치반 애들하고 걸어가는 중에 손가락 총놀이를 몰래하고 다른 친구들을 괴롭힌 것이다.

3번 방 교사들의 감시망을 벗어나니 예의 말썽 본능과 총쏘기 습관이 튀어나온 모양이다.

그러나 급식 교사에게 이야기를 듣고 이제는 상시 3번 방 교사들의 감시하에 놓이게 되어 다시 얌전해졌다. 



코인의 단짝 친구는 벌거벗는 임금님 에빗이다.

어떤 것으로도 통제가 되지 않는 에빗과 장난을 치다 먼저 혼나는 것은 늘 코인이다.

코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같이 말썽을 부리다 코인이 먼저 혼나는 것을 보면 에빗이 잠잠해지기 때문이다.

영어에 Scapegoat라는 표현이 있다. 남의 죄를 대신 지는 희생양이라는 뜻인데, 남의 죄를 대신 지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코인이 가끔 코인과 에빗의 말썽을 대표하는 Scapegoat(희생양)이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보물 장난감 하나에 교사들 말에 정신을 번쩍 차리는 코인의 순진하고 순수한 마음이 고맙다.

에빗의 몫까지 덤터기 쓰는 것 같아 애처로우면서도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코인을 향해 큰 소리를 친다.

혼나서 의기소침해진 코인을 데리고 가면 교사들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던 에빗이 멀찌감치서 슬슬 따라온다.





코인을 보면 가족들의 태도가 아이의 많은 면에 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다.

정서 장애나 자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코인은 말을 제대로 못 하고 모든 면에서 늦되기 때문에 3번 방에 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이를 제대로 잘 키우는데 정해진 길은 없지만 아이를 망치는 데는 많은 방법이 있다.

그중에서 제일이 나쁜 것이 부모와 형제들이 오냐오냐 하면 알아서 해주고 심히 애지중지 물고 빠는 것이다.

가정에서 보살핌이 부족한 것도 넘치도록 과한 보살핌도 아이의 행동과 성장에 장애를 만든다.


과보호 늦둥이 코인이 스스로 독립하는 아이가 되도록 3번 방에서 더욱 혹독하게 훈육을 해야겠다.

뭐, 그래 봤자 보물 장난감을 가지고 쥐락펴락하는 수준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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