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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Mar 02. 2020

코로나 19는 정치 갈등까지 일으키는 무서운 바이러스

미국 한인들 사이에까지 정치적 마찰을 불러온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하여

위세 당당하게 확산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릴까 봐 두렵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 더 무섭다.

코로나 19는 우리나라의 위기 대처 능력을 시험할 뿐 아니라 정치적 갈등까지 조장하고 있다.




주말이면 한국학교에서 미국에 사는 한국인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마침내 미국에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읽고 심란한 마음으로 한국학교 교무실에 들어섰다.

선생님들은 수업 준비를 하며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코로나 19와 관련된 소식과 일주일 사이 환자 수가 3천 명이 넘어서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도 그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에 대해 우려와 근심 어린 말을 나누고 있었다.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개인적 일탈로 한국의 비극적인 현사태를 야기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한국 뉴스를 도배하고 있는 신천지라는 종교 단체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그때 불쑥 한 선생님이 말을 던졌다.

“신천지의 문제가 아니지, 정부가 문제지. 문재인이 잘못이야.”

그러자 다른 선생님이 발끈했다.

“왜 문재인의 잘못이에요? 바이러스를 가져온 게 정부예요? 신천지 사람이 그런 거 아니야~”

"선생님은 노골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싫어하는 티를 내시네."

"나는 문재인이 싫어. 정말 싫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조심하자며 걱정을 나누던 애정 어린 대화는 사라지고 선생님들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교무실 분위기가 싸하게 바뀌었다.


“선생님들, 정치 이념과 선호도는 각자의 취향과 신념에 따른 거 아니겠어요? 각자의 정치 신념은 스스로 돌보시고, 수업이나 하러 갑시다.”

“에구,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네. 애들 오겠어.”

한 선생님의 말에 다른 선생님이 부러 호들갑을 떨며 교실로 향했다.  




매주 부모님께 드리는 안부 전화를 할 때 간혹 한국의 상황 이야기가 정치적인 것으로 이어질 때가 있다.

내 부모님이니 나와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마음과 생각을 가졌을 거라 믿었는데 정치적인 것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오래전에 경험한 일이 있었다.

서로 다른 정치 이념이 부모와 자식 사이에 갈등을 야기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보아온 터라 그 후로는 가능하면 조심한다.

그런데 얼마 전 안부 전화를 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조심하시라는 이야기가 오늘 한국학교 교무실에서와 비슷한 분위기의 대화로 이어질 것 같은 상황이 된 적이 있었다.

멀리서 얼굴도 못 보고 사는데 정치 문제 같은 것으로 공연히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나는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걱정에 태평양 건너 살면서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부터 잠이 들 때까지 틈나는 대로 한국의 코로나 19와 관련된 기사를 살펴보며 지내고 있다.

기사를 읽고 있자면 치솟는 확진자 숫자보다 그런 한국의 사태에 대해 정치적 분열과 다툼들이 격해지는 것이 더 염려스럽게 느껴지곤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와 확진자의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상황까지도 정치 공세에 이용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국은 어느새 색깔론 또는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같은 정치 용어들을 내세우며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이 너무도 익숙한 사회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한국인들의 정치적 분위기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너무도 당당하게, 내 정치적 색깔은 좋고 너의 색깔은 안 된다는 완고한 정치적 고집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민자로서 사는 한국인들을 분열시키고 갈등하게 만들기도 한다.

남의 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끼리 좌파네 우파네 또는 진보네 보수네 하면서 남들이 보면 도토리 키재기 같은 기싸움을 한다.

이민자들을 노골적으로 혐오하는 트럼프 대통령 같은 미국인들이 셀 수도 없이 많은 이 나라에서 자칫하면 혐오 대상으로 몰릴 수 있는 같은 약자로 살고 있으면서 말이다.




이단이라는 신천지 집단의 기이한 행동과 어떤 이들의 이기적인 일탈 행동이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이 되었고, 대한민국 곳곳이 유령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나의 신념을 너의 신념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이들과 나의 이념은 옳고 너의 이념은 그르다는 비난을 서슴지 않는 이들로 인해 사회가 더 험악해지고 있는 것 같다.

서로의 정치적인 색깔과 이념의 차이는 무책임한 어떤 이들의 행동과 정부의 대처 그리고 심지어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애쓰는 이들에 대해서까지 확연히 다른 반응으로 나타난다.

 

어떤 이들의 무분별하고 이기적인 행동으로 시작된 바이러스 사태가 어떤 이들의 탐욕과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 이념과 정치의 색깔 이야기는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이 위기를 이겨낸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정치 갈등과 기싸움으로 인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색이나 선호하는 음악이 사람마다 다른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서로가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 이념이 다른 것 또한 개인의 성향일 뿐이라고 받아들여 줄 수 있다면 그 갈등이 조금 덜하지 않을까?

물론 그 다름이 다른 이들에게 혐오감이나 피해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선에서 말이다.




기사와 댓글을 읽다 보면 가끔은 서로의 옳고 그름이 아닌 서로의 다름을 다독이고 각자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이들이 있기에 바이러스에 정치색까지 물들어 위기감이 느껴지는 대한민국이 결코 한쪽으로 치우쳐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그리고 그들 덕분에 정치 갈등까지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겨내어, 대한민국이 바이러스 대처에 모범이 되는 국가로 인정받는 날이 곧, 곧 오리라 믿는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juser:jonathang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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