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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Feb 14. 2020

한국의 위상, 착각이 아니라 언젠가는 현실이 된다.

미국에서 만난 한국인에 대한 무지와 차별, 그 아픈 현실에 대하여 2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국이 어디 있는지, 한국과 북한이 같은 나라인지 다른 나라인지조차 모르는 미국에서 살고 있다.

미국에 살면서 미국에 처음 올 때 가졌던 내 조국에 대한 자부심은 우리만의 착각일 수 있음을 소소한 일상을 통해 경험하곤 한다.

그 경험 중 일부를 빌어 한국의 위상의 가치는 한국인들의 착각일 수 있다는 글을 보름 전에 올렸다.

얼마 뒤, 아주 작은 경험을 통해 우리가 가진 한국의 위상이 아직까지는 다소 착각일 수 있지만, 누군가의 끊임없는 노력과 성과로 언젠가는 한국의 위상과 우리의 자부심이 동등해지는 날이 올 수 있음을 보았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의 영어 선생님이 한국 영화 'Parasite(기생충)'를 보고 수업시간에  반 친구들에게 추천한 일이 있었다.

의미 있고 좋은 영화라며 선생님이 권하시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던 딸은 '한국이 영화라는 것을 만들 수 있는 나라일 줄 몰랐다', '한국 영화는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같은 친구들의 냉소적인 반응에 의기소침해졌다.




그리고 며칠 뒤,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

"엄마, 친구들이 주말에 기생충 봤는데 재미있었대."

의외로 많은 친구들이 영화를 봤고 영화가 좋았다는 이야기에 다시 어깨가 으쓱해진 모양이었다.

영화 기생충에 기우(최우식 분)의 선배인 민혁의 역할로 잠깐 나온 배우 박서준을 좋아하는 딸은 영화를 본 친구들과 같이 박서준 너무 잘생겼다고 이야기했다며 신이 났다.

"엄마, 기생충이 그렇게 잘 만들어진 영화야? 나는 영화 볼 때 그렇게까지 대단한 줄은 몰랐는데."


또 며칠 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Parasite(기생충)'은 작품상과 감독상 그리고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오스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봉준호 감독이 로컬(Local)상이라고 꼬집은 것처럼 미국인만의 잔치 같은 시상식임을 감안할 때,  놀랄만한 성과임이 분명하다.

오스카 수상 소식에 너무 기분이 좋아서, 틈만 나면 관련 기사를 읽고 또 읽고, 관련 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시상식 후, 출근해서 우리 반 동료들에게  'Parasite(기생충)'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우리 반 동료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관심이 없는지 시상식을 본 사람도, 'Parasite(기생충)'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었다.

사실 이번에 'Parasite(기생충)' 때문에 따로 관심을 가진 것이지, 나도 전에는 어떤 영화가 오스카상을 받았는지 별로 관심 없이 지나치곤 했었다.

어쨌든 오스카 4관왕의 명예에 기대어 재미있고 좋은 영화라며 꼭 보라고, 자막 때문에 이해하기에도 어렵지 않다며 나는 아주 자신 있고 강력하게 영화를 추천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Parasite(기생충)'의 연이은 세계적인 영화제 수상 소식은 이제는 대한민국의 자부심 중 하나가 되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 이후, 운전하면서 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Parasite(기생충)'에 대한 이야기가 간간이 들렸는데, 이번 오스카 시상식 후 며칠 동안 라디오에서 'Parasite(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를 수시로 들을 수 있었다.

영어 듣기에 귀가 좀 뚫릴까 싶어 늘 운전하면서 듣는 같은 미국 방송평소에는 다른 생각하는 틈틈이 들리는 둥 마는 둥, 아는 단어 몇 개가 귀에 꽂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같은 방송에서 Korea의 영화에 대한 칭찬과 좋은 평가를 들으니, 며칠 새 귀가 뚫린 것도 아닌데 그들의 영어가 한국어처럼 귀에 쏙쏙 들어왔다. 

미국의 도로를 달리면서 미국 라디오 방송에서 'Parasite(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마음은 익숙한 한국말이 나오는 라디오를 들으며 한국의 익숙한 어느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었다면, 너무 과장된 것일까?




영화를 본 어떤 친구들은 짜파구리 재료 사러 한국 마켓에 갈 거라고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딸은 우리도 짜파구리를 끓여 먹자며 영화처럼 한우도 듬뿍 넣어달랬다.

미국에서 한우라니......

나는 주말에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사서 해주겠다고, 한우 대신 질 좋은 미국산 스테이크를 크게 썰어 넣어주는 것은 고려해보겠다며 웃었다.

한우 넣은 진짜 '기생충' 표 짜파구리는 다음에 한국에 가면 먹자고 약속했다.




사람은 인정을 받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과 자신감이 높아진다.

국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국민들이 바람직하고 좋은 일을 해서 이름을 떨치면 그들 덕분에 그 나라가 인정을 받는다.

내 나라와 관련된 것들이 인정받고 칭찬받는 경험을 통해 그 나라 국민으로서 자긍심이 높아진다.

국민의 자긍심이 높아지는 긍정적이고 좋은 일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위상도 높아지게 된다.


아직까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위상과 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진 평균적인 위상이 같지 않을 수 있다.

매우 평범한 미국인들 사이에서 일상을 살면서 그 위상의 간격을 종종 실감한다.


하지만 BTS를 통해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을 알게 되었고, 'Parasite(기생충)'을 통해 전 세계의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한국을 알게 되었다.


확실히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던 보름 전보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 사이에 'Parasite(기생충)를 보고 재미있다면서 한국산 영화를 경험한 우리 딸 반 친구들의 숫자만 더해도 말이다.

게다가 짜파구리를 해 먹으러 한국 마켓을 갈 거라는 친구도 있다!


이렇게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한 누군가를 통해 한국이 어디 있는지, 한국과 북한이 어떻게 다른 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도 한국은 알려지고 있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가진 한국의 위상과 세계가 인정하는 위상이 동등해지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날이 꼭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그러고 보니 주말에 한국 마켓에 갔을 때 짜파게티와 너구리가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짜파구리 조리법을 열 몇  개 나라의 언어로 유튜브에 올린다던데, 그새 다 팔리는 건 아닐까 슬슬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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