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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Mar 13. 2020

한국의 코로나 대처와 의료체계, 미국이 감탄한다  

미국인들이 한국인을 다시 보게 만든 코로나 19 바이러스 이야기

한동안 한국을 휩쓴 코로나 19에 대한 뉴스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에게 조차 공연히 우려스러운 눈총을 받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뉴스 덕분에 주변 미국인들 앞에서 어깨가 으쓱해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하는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들의 대처능력 덕분이다.

내 나라가 한국이라서, 내가 그런 대단한 나라 사람이라서 어깨가 으쓱으쓱 하다.


 



어제 코스트코가 새로운 세일을 시작하는 날이라 퇴근 후 동네 코스트코에 들렀다.

장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 카트마다 두루마리 화장지와 페이퍼 타월, 그리고 물이 실려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워싱턴주에서 확진자뿐 아니라 사망자가 나오면서부터 코스트코의 물과 화장지가 동이 났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곤 했었는데 사실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창궐하니 마스크나 손 소독제를 사재기하는 것은 당연한 심리일 것이다.

그리고 물을 사놓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된다.

어떤 재난 상황에서든 물과 비상식량은 기본적인 아이템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화장실용 화장지의 사재기가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일본과 호주에서는 두루마리 화장지 사재기를 한다는 기사읽으 사람들의 이상한 군중심리에 학교 동료들과 함께 웃었는데 말이다.


매장에 들어가 보니 1인당 2 패키지씩 파는 물은 많은 사람들이 카트에 싣고 있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두루마리 화장지는 하나도 없었다.

두루마리 화장지가 없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카트마다 페이퍼 타월과 갑 티슈 패키지가 두세 개씩 담겨 있었다.

두루마리 화장지 사러 온 사람들이 화장지가 어디 있냐고 웅성거리는데 마침 코스트코 직원이 두루마리 화장지를 커다란 카트에 싣고 왔다.

사람들이 달려들어 화장지를 카트에 담기 시작했고, 집에 화장지가 떨어져서 사려고 했던 나도 얼른 한 개를 카트에 담았다.

계산대로 가는 데 장을 보던 사람들이 화장지가 있냐면서 둥그레진 눈으로 묻더니 정신없이 화장지 진열대 쪽으로 향했다.

계산대 앞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화장지를 카트에 실은 사람들의 표정이 마치 대단한 상품이라도 획득한 것처럼 의기양양해 보이기까지 했다.


일주일 전,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까지만 해도 나를 비롯한 아시아인들을 슬슬 피하는 것 같던 미국인들이 이제는 누가 옆에 있든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화장지와 물, 그들 나름의 비상식량을 카트에 담고 있었다.


직원이 가져온 온 두루마리 화장지는 금방 동이 났고 마지막 화장지를 챙긴 아주머니는 실을 자리가 없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남의 나라 일인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의 상황을 구경하거나 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혐오감을 드러냈던 미국인들이 자기들 주변으로 다가온 코로나의 두려움에 잠기기 시작했다.


엊그제 교사 휴게실에 어려서 부모를 따라 베트남으로 이민 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이민 온 중국계 미인 동료와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중국의 상황을 보고 일찌감치 바이러스 사태를 대비한 비상용품을 축적해두었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곤 했던 동료였다.

겉모습은 완전 중국인인 그 동료는 평소에도 중국에 대한 불신이 심했는데 이번 코로사 사태를 보면서 중국이 하는 행태가 얼마나 불합리하고 불신투성이인지 토로하곤 했었다.

동료는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처에 대해 들은 이야기를 나열하면서 중국이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그 칭찬에 맞장구를 치면서 국적과 상관없이 직관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백인 동료가 자기 딸이 다니는 대학이 문을 닫았다면서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 직원은 제정신이 아닌 트럼프가 CDC(미 질병통제예방센터)를 해체하고 바이러스에 대처할 사람들을 다 몰아내서 코로나에 감염이 예상되는 사람을 검사할 키트 조차 없어 제대로 검사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다른 동료가 강력하게 동의하더니, 한국은 엄청 심각하던데 정부가 잘 대처하더라며 한국에 대한 칭찬을 하였다.

주변의 동료들이 새삼 내가 한국인인 것을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새롭게 보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신이 난 나는 동료 말이 맞다며 한국의 의료체계가 얼마나 좋은지 짧은 영어로 신나게 자랑했다.


내가 일하는 교육구에서는 어제까지도 아직은 심각한 사례가 없다면서 걱정 말라더니, 오 앞으로는 단체 집회를 취소하라는 이메일을 각 학교별로 보냈다.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 교육구의 결정에 따라 각종 행사를 연기한다는 이메일을 받고 걱정이 되는 마음에 비상약이라도 사두려고 퇴근길에 Target이라는 마켓에 갔다.

그런데 감기와 몸살  및 요즘 뜬다는 면역력 강화 의약품 진열대가 텅 비어있어서 깜짝 놀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네 마켓에 들렀는데 사고 싶었던 제품이 있어서 얼른 구입했다.

저녁거리를 사러 간 마켓에서는 파스타와 쌀 그리고 냉동식품이 고갈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흔하지 않은 비가 종일 억수로 쏟아지는 날이었는데, 코로나 상황에 대비할 물건을 가득 채운 카드를 빗속을 뚫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물론 나도 그 빗속을 뚫고 비상약과 저녁거리를 사러 돌아다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중국에 이어 한국 그리고 유럽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던 라디오에서는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과 준비되지 못한 미국 정부의 대처방식뿐 아니라 미국의 불합리한 의료시스템에 대한 지적과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와 함께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처에 대한 매우 의미 있고 논리 있는 칭찬과 감탄을 들을 수 있었다.

오늘 라디오에서는 한국의 Drive-through 검사 시스템과 확진자들의 동선 또는 접촉자의 투명한 공개, 그리고 환진자 수에 비해 현저히 적은 사망자 숫자에 대한 아나운서와 기자의 찬사가 연이어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누구나 접근이 쉽고 검사와 치료가 빠른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불합리하고 복잡해서 느리고 어려운, 게다가 너무 비싸서 접근도 어려운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비교 분석까지 이어졌다.

미국에 와서 살면서 미국의 이기적이고 상업적인 의료 시스템에 고생한 경험이 떠오르면서 한국의 의료보험이 얼마나 좋은 지를 틈만 나면 자화자찬하던 나에게 아주 공감이 되는 이야기였다.


아나운서의 이야기는 에볼라로 고생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만든 전염병 관리 조직을 취임 후 해체하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직원을 해고한 뒤 예산을 축소한 트럼프에 대해 지적까지 계속되었다.

물론 남이야 뭐라 하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공지영의 소설 제목을 모토로 삼은 듯한 트럼프는 여전히 당당하게 걱정 말라며 외치고 있지만,  트럼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함을 느끼는 미국인들의 불만과 그 속에 담긴 두려움을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는 미국인들이 늘어나는 모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덕분에 한국 정부의 대처 능력과 국민들의 협력정신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물론 대규모 확산 없이 잘 통제되던 한국의 상황이 신천지라는 단체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폭주하는 나라로 보이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행금지국이니 입국 통제국이니 같은 취급을 받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확진자의 숫자는 한국의 정부의 정직하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질병본부 및 관련 기관의 신속하고 발 빠른 검사 때문이고, 확진자의 숫자에 비해 사망자의 비율이 WHO의 평균보다 훨씬 밑도는 것은 헌신적인 의료진의 정확하고 효율적인 치료와 대다수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자발적인 참여 덕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의 코로나 상황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긍정적으로 그리고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의료보험체계와 의료시설에 대한 재조명까지 이어지면서 그것을 누리고 있는 한국인들은 자각하지 못했던 한국의 의료체계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내 대학들이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대신하며 학교 문을 닫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교육구와 학교에서 의 행사와 일정 취소 및 연기, 인근 도시의 대중교통 운행 중단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려오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가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동네까지 잠식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의 상황을 보면서도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다고 미국인 스스로가 인정하는 나라에서 매우 가까이 다가온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있으려니 나에게도 두려움이 스멀스멀 찾아온다.

하지만 걱정스레 바라보던 미국 동료들이 나를 대단한 나라의 사람, 한국인이라고 다시금 봐주고, 한국의 문제 상황을 내보내던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 정부와 국민의 코로나 대처 능력과 의료시스템에 대한 칭찬을 듣고 있으려니 어깨가 으쓱으쓱 해진다.

나는 코로나로 사기 치는 중국인도 코로나를 숨기는 일본인도 아닌 당당하게 밝히고 제대로 대처하는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써 붙이고 다니고 싶을 만큼 신이 난다.


아직은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고 모두가 조심해야 할 상황이지만, 그 어려움을 지혜롭고 정직하게 이겨내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내가 태어난 조국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감사하다.

기왕이면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것이 없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런 바이러스의 여파조차 놀라운 한국인의 저력과 세계가 인정하는 우수한 의료 체계를 세계에 보여주는 기회로 삼은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나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지만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칭찬을 받는 기분에 겨울부터 봄이 오기까지 노심초사하는 정부와 관련 기관 그리고 답답함을 잘 견디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께 한없이 고마울 뿐이다.




아, 어서 빨리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잘 해결되어 여유가 생기면 미국인 동료들에게 "코로나도 거뜬히 물리친 대단한 나라, 한국 다녀올게."라며 자랑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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