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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Mar 19. 2020

건강을 위한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쓸쓸함

미국을 덮친 코로나 바이러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멀어지기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혼란스럽다.

사회적 거리두기, Socaial Distance라는 말에 익숙해지는 만큼,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묻힐까 봐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조용한 이른 밤, 동네 산책을 운동삼아 하는 습관이 있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오거나 혼자 또는 가족들과 나처럼 동네를 도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동네에서 만나는 같은 동네 사람이니만큼 어둠 속에 서로를 알아볼 수는 없어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했다.

가끔은 운동 열심히 하라며 서로 격려를 나누는 경우도 있었다.


날씨는 꾸물거리고 코로나로 심란한 탓에 밤 산책을 며칠 쉬었다가 오랜만에 다시 이른 밤 산책을 나갔다.

어둠이 내려앉은 동네를 걷는데 길 끝에서 예전에 몇 번 마주치곤 했던 동네 사람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 사람이 나를 본 순간 마주치지 않으려 방향을 바꾸는 것이 느껴졌는데 서운함 대신 안도감이 들었다.

잠시 후,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사람과 스쳐 지나갈 상황이 되었다.

마주치지 않기 위해 길 반대편으로 걸어가는데 그 사람도 이미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각자의 Social Distance(사회적 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




한국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2m의 사회적 거리를 제안하고 겨울방학이 연장에 연장이 거듭될 동안 남의 집 불구경하듯 태평했던 미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순위권에 들면서 분위가 급변했다. 

미국 정부 기관에서 6 Feet이라는 Social Distance와 소규모 모임도 자제에 대한 강력한 권고를 시작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누군가를 마주치는 것이 불편해진 탓에 동네 사람의 기척이 반가운 것이 아니라 피하고 싶은 것이 되었다.

장을 보다가 누가 재채기만 해도 뒷걸음질 치게 되고, 가벼운 기침 소리에도 그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붙어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내 옆을 스치는 누군가가 나에게 바이러스를 묻히게 될까 봐 몸을 움츠리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건강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과 관계까지 상하게 만들고 있다.


좋은 사람과 밥 한 끼는커녕 커피나 한잔 하자는 말을 마음 놓고 할 수 없게 되었다.

오늘도 지인들의 안부를 묻는 카톡을 보내면서 얼굴 한 번 보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곧 볼 날이 올 거라며 각자 집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자는 말이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좋은 인사였다.


코로나 19가 잠식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다른 이들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켜야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e)가 일상이 되고 있다.

멀어질수록 건강할 수 있고, 떨어져 있을수록 안전할 수 있다는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쩐지 사람들의 마음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쓸쓸하게 만드는 기분이다.  

모두의 건강을 위해 두는 사람들 간의 안전거리가 마음과 소통의 거리가 되지 않았면 좋겠다.




누군가와의 거리가 가까워질까 두려운 요즘,  

"어떻게 하나 ~ 좋아하는 우리 사이 멀어질까 두려워~"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나미'라는 가수가 발랄하게 불렀던 '빙글빙글'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유난히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돈다.


내일도 스스로를 소외시키느라 애쓰고 있는 누군가에게 카톡이라도 보내야겠다.

그 사람이 그리고 내 마음이 쓸쓸하지 않도록. 



* 사진 출처 : pixabay / bisunus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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