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밖 소풍날

우물 밖으로 소풍 나온 인생의 짧은 회상

by 날마다 소풍

나에게 주어지는 대로 살다 보니 어느 날 우물 밖으로 나와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파견근무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삼 년

둘째 출산 후, 남편의 파견근무로 중국 산동성의 작은 도시에서 5년

그리고 지금, 남편의 두 번째 파견 근무로 미국 캘리포티아에서 7년째




그러고 보면 나도 꽤 해외 거주기간이 길었던 것 같다. 우리 둘째 나이만큼을 남의 나라에서 살아왔으니. 그러나 그 모든 해외 생활이 한 번도 내가 원해서 시작된 적이 없었다.


부모님 따라가니,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인도네시아에 도착해 있었고, 결혼한 뒤 “어어어…”하다 보니 중국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남들은 일부러도 만들어서 간다는 미국에 오게 되었다.


어느 날, “왜 나는 한국 사람인데 한국보다 딴 나라에 더 많이 사는 거야?”라고 물을 만큼 중학생 인생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내고 있는 우리 둘째도 있고, 한인 2세나 3세로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셀 수 없이 많으니 내 외국 생활을 어디 내세울 수는 없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나라에서 사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내 삶의 여정이 나에게는 신기하기만 하다.


주변에는 자꾸 해외로 나가는 나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외국으로 나갈 때마다 소풍 가는 날 아이처럼 두근두근 신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설렘이 두려움과 고민, 긴장감과 걱정으로 연결되는 삶을 경험하며, 잠깐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과 다른 나라에서 살아내는 것은 전혀 다른 것임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텅 빈 바구니만 들고 외로운 소풍길을 갈 때도 있지만, 가끔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눌 수 있는 소풍날도 있어 다행이다.


날마다, 소풍처럼 신나고 좋을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소망하기도 하는 삶이 나에게 주어진 것을 생각하며, 나는 매일을 소풍처럼 여기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수시로 외국에서 살면서 마주하는 일상의 번민과 염려는 언제든 소풍날에 만날 수 있는 소나기나 찬바람쯤으로 여겨보려고 노력 중이다. 내 나라에 있었다면 미리 우산이나 외투를 준비해 피할 수 도 있었을 소나기와 찬바람에 내 나라가 아니라는 이유로 홀딱 젖고 감기에 걸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느 소풍날에는 찬바람과 소나기를 만날 수 있다. 외투도 우산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바란 적도 없고, 얻기 위해 애쓰지도 않았는데 주어진 축복에는 마땅히 감사해야 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