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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Aug 31. 2018

한국 부모들은 어디서나 한결같더라

미국에서 만난 한국인 부모들의 한결같은 교육열에 대하여


미국에 와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가 한국 부모는 어디서나 한국 부모스럽고 한국 부모 다우며 한국 부모처럼 산다는 것이었다. 중국에서 만난 한국 부모들도 그러했다. 아니 어쩌면 다른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에서보다 더 한국 부모로서 사는 것 같다.




나는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에서 자랐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이 어려웠다. 서울에 가면 느껴지는 그 복잡하고 분주함도, 알아볼 수 없는 지하철 지도도 낯설기만 했다. 그래서 서울 갈 일이 있으면 외국에라도 가는 것처럼 미리 지하철을 공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서울에 아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서울 사람들의 삶은 뉴스나 신문에서 읽고 가늠하는 게 다였다.



서울이 어려운 지방 사람으로, 한국에서 가끔 뉴스에서 자녀교육을 위해 미국을 비롯해 여유로운 교육이 가능하다는 다른 나라로 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용기가 부러웠고 나는 자녀들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해줄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남편의 직장 때문에 미국으로 오게 되었을 때, 나도 미국의 자유롭고 다양한 교육을 우리 아이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겠구나 꿈을 꾸었다. 그러나 막상 미국에 와보니 내가 상상하고 기대하는 자유롭고 여유로운 그런 교육환경이 아니었다.


남편 회사가 있는 곳이니까 무작정 정착한 곳이 교육의 Hot Place였다. 내가 사는 지역이 수도권에서는 캘리포니아의 분당시로 불린다는 것을 나는 이곳에 와서 사람들을 사귀면서 알게 되었다. 무작정 남편을 따라온 이곳이 자녀를 미국에서 공부시키고 싶은 여유 있는 가정에서 열심히 알아보고 알아봐서 오는 그야말로 로망 중의 한 곳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사람이 참 많은 도시 중 하나이다. 길이나 마켓에서 한국말을 들으면 반가워야 하는데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로 한국사람이 많다.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어색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러고 보니 남편을 따라가서 살던 중국의 작은 도시도 인천광역시에 속한 하나의 구로 불릴 만큼 서울과 경기도 큰 도시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이었다. 그때도 나는 중국에 가야 한다니까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는데, 가 보니 중국어 열풍에 중국어 교육을 위해 온 부모들이 꽤 많았다. 거기서도 마켓이나 시내에 나가면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리곤 했다.


지금 돌아보면 나도 참 늘 대책이 없는 듯하다. 가는 곳이 어떤 곳인지, 교육환경이 어떤지도 알아볼 생각도 없이 사람들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겠거니 따라나섰다. 가 보니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이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중국에서와 지금 미국에서 한국에 살 때는 경험하지 못한 서울과 경기도의 이름난 도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한국에 살던 때는 뉴스에서만 접하던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을 중국에서도 잠깐 경험했었는데 그때는 아이들이 어려서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곳에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진학하는 과정을 보면서 매일, 매 순간 체험하고 있다. 이전에 내가 접해보지 못한 한국 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열의와 정성은 정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영어는 능숙하지 않아도 미국 학교 시스템은 다 파악하고 있었고, 학교 선생님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다. 어쩌다 만나는 우리 아이들 한국 친구 엄마들에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디서 그렇게 다양한 많은 정보를 얻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다니는데 미국에서 학교생활을 한 적도 없는 엄마가 대학 심지어 대학원 시스템과 그를 위한 성적관리까지 다 꿰고 있었다. 가끔 주워듣는 그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그저 멀게만 느껴졌고 어려운 수학공식같이 생각되는데, 이미 아이의 고등학교 과목 코스와 대학 진학 전략까지 다 세우고 있었다. 아니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체계적으로 다 계획을 세워온 그 부모들의 치밀한 계획과 준비에 나는 감탄할 따름이었다.


심지어 이 지역에 한국 아이들이 많이 몰리는 고등학교에서 **화학 선생님 수업을 듣는 경우에는 **학원에 있는 **강사에게 개인교습을 받으면 된다는 과외와 학원 족집게 족보 리스트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나는 그렇다는 것만 들었지 아무도 나에게 그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지는 않아서 보지는 못했다. 누구에게나 공개한다면 족집게 족보의 효력이 없을 테니 아직도 그 세계의 교육 물정을 모르는 이에게까지 차례가 오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열의 있는 자녀교육과 거리를 두고 살았고 그저 건강하고 바른 아이로 키우자고 시대의 조류에 맞지 않는 목표를 세우고 살아온 나였이지만, 자식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주변에서 "카더라"부모들의 이야기를 자꾸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초조해져서 이것저것 두리번거리고 허둥대고 있었다. 정보력이 있는 것도 부모의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처지에 주변의 치열하게 돌아가는 한국 부모들의 발 빠른 교육 열정에 감탄하면서 지금도 여전히 갈등과 번민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경제적인 것뿐 아니라 정보력과 교육열에서 대한 위화감까지 더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미국에서 교육을 시키는 것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고, 지금도 아직 부모로서의 내공이 부족함 때문이지 균형을 못 잡고 비틀대며 헛발질 하기 일쑤이다.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에 대한 비판을 보면서 동조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 비판과 비난의 이면에 나는 해줄 능력과 재력이 안 되니 더 분노하고 비난의 날을 세웠던 열등감도 숨어있었던 것도 같다. 다소 과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 부모들의 자녀들에 대한 열성과 열의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 부모들의 노력 덕분에 이곳의 한국 아이들은 대체로 미국의 (너무나) 자유로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공부 잘하는 착한 학생들이다. 그리고 한국인의 성향이기도 한 성실함과 근면성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교사들이 열심히, 착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한국 학생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세밀하게 파고들어가면 얼굴 드러나는 중요한 일들은 사회성 좋고 번지르르하게 말 잘하는 미국 아이들이 차지하기 일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국인 부모들의 헌신과 수고 덕분에 세계 어느 곳에서도 대부분의 한국 아이들은 바르고 실력 있는 아이들로 자라는 것 같다. 실제 도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고, 내가 따라갈 수 없어서 혹은 부러우면서도 부담스러워서 부정적으로 보이는 면도 있지만, 자녀 교육에 대해 한결같은 한국 부모들의 뜨거운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은 칭찬을 받아도 괜찮을 것 같다. 그들이 가진 돈도 힘도 열정도 이 곳에서 만나는 어떤 나라 부모들처럼 술이나 마약, 파티에 쓰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 그것도 우리가 시들어간 후에 이 세계를 짊어지고 갈 아이들에게 쏟아붓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뜨거운 교육열과 충분한 능력을 가진 그 부모가 아니어서 미안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넘치지 않게 줄 수 있는 부모가 되는 것에 만족해보려고 한다. 보이고 들리는 것에 귀가 팔랑거리고 마음이 초조해지는 순간이 수시로 찾아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균형과 형평을 잃지 않는 부모가 되자고 다짐해본다.



내일 이웃집 누가 뭘 어떻게 해서 무슨 상을 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또 자괴감과 위화감에 잠시 마음이 흔들릴지라고 내 분수와 주제를 깨달으면서 살 수 있기를, 내 아이들의 본연의 능력과 미래를 믿어줄 수 있기를,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며 행복해하는 내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자신들의 능력으로 스스로의 미래를 만든 것에 충분히 기뻐하는 내 아이들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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