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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Sep 03. 2018

미국의 쓰레기통은 미국만 하다

미국의 놀라운 쓰레기 이야기, 첫 번째

땅이 크면 쓰레기통도 크고, 쓰레기 통이 크면, 그것을 마구 채울 만큼 통큰 사람이 되는가 보다

땅도 어마어마하게 큰 데다가 버리는 쓰레기도 양도 어마어마 한 미국의 쓰레기 이야기




Garbage Can은 우리말로 쓰레기 통이다. 그러나 내가 한국에서는 한 가정이 사용할 거라 고는 상상할 수 없었던 커다란, 과장해서 예전의 우리 국민차 티코만큼 커다란, 미국 가정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통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에서 함께 사용하는 음식물 쓰레기 통 사이즈와 비슷한 것 같다. 그 티코 만한 쓰레기통을 세 개씩이나 집집마다 두고 사는 나라가 미국이다.

 

한국에서는 집 안에 작은 쓰레기 통을 두고 통에 가득 찬 일반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고 음식 쓰레기는 따로 모아서 버린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모은 재활용품은 테이프는 떼고 상자는 납작하게, 캔은 캔대로 병은 병대로 심지어 병은 뚜껑을 분리해서 종류별로 버린다.


나도 한국에 살 때는 종량제 봉투에 어떻게든 쓰레기를 더 넣어보려고 애쓰면서, 우리나라는 쓰레기 하나 버리는 데도 왜 이리 까다로운가 투덜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옳은 것이라 믿었다. 뉴스에서 접하는 산처럼 쌓여도 어쩌지 못하는 쓰레기, 쓰레기 처리 문제로 벌어지는 갖가지 문제들, 심지어 쓰레기 섬 이야기에 나는 우리의 불편이 미래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충분히 감수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미국에 오니 우리 집 정원에 티코 만한 커다란 통 세 개가 있었다. 뭔가 했더니 색별로 일반 쓰레기통, 재활용 쓰레기통 그리고 화단에서 나온 나뭇가지며 풀을 버리는 통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쓰레기차가 오는 날 아침이면 동네 집집마다 티코 만한 쓰레기통들이 두세 개씩 나와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 나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위 선진국이라는 곳에서는 마땅히 철저한 분리수거와 쓰레기 줄이기가 생활화되어있을 거라 생각했다. 심지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거의 진입했다고 자부하는 우리나라도 이렇게 철저하게 쓰레기 관리를 하는데 미국은 더 잘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 중 하나인 미국, 세계 3위의 땅 크기를 자랑하는 미국은 힘만 세고 땅만 큰 것이 아니라 쓰레기통도 컸던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 힘세고 땅 큰 나라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는 데 있어서 보통 통이 큰 게 아니었다.


쓰레기 차가 오는 날 집 앞에 나와있는 쓰레기통들을 보면 뚜껑도 안 닫힐 정도로 가득 차 있다. 택배 상자나 장난감 박스는 내용물만 뺀 그 상태 그대로 플라스틱이나 병, 캔과 함께 재활용(Recylcling) 통에 함께 들어가고, 음식쓰레기와 재활용이 안 되는 일반 쓰레기는 우리나라 대용량 종량제 봉투 비슷한  크기의 비닐봉지에 담겨 일반쓰레기 통에는 함께 버려진다. 쓰레기통이 크니까 사람 통도 커지는지, 쓰레기를 작게 만들지 않고 그냥 그 형태 그대로 버리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쓰레기차가 와서 비워가는데도 다음 주면 뚜껑이 안 닫힐 정도록 다시 채워져 나와있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이미 습관이 되었기도 하고 마음이 불편해서 나름 한국에서 하던 대로 상자도 납작하게 만들고 플라스틱이나 유리병도 닦아서 버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집집마다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각각 티코 한 대 분량 씩을 채우다 못해 뚜껑이 닫히지도 않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마구 버리는 문화 속에 살다 보니, 나도 게을러져서 분리수거는 하지만 상자 펴기는 그만두게 되었다. 어차피 쓰레기 차에 들어가 함께 압착될 테니까 싶어서.

 

커다란 재활용 쓰레기 통에  종이나 상자와 플라스틱, 유리병이 뒤섞여 버려진 재활용 쓰레기는 진짜 재활용이 되는 걸까? 의구심이 들곤 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또 그들의 기가 막힌 방법대로 재활용 쓰레기를 정말 잘 재활용하고 있으리라 믿기로 했다. 굳이 나 스스로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 만이 아니라 그게 아니라면 지금 눈곱만큼 수고하는 분리수거 마저 내가 포기하게 될까 봐 살짝 겁이 났기 때문이다.



살다 보니 티코 만한 것만 있는 줄 알았던 쓰레기통에도 티코 반만한 작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같은 반에서 영어 공부를 하던 아저씨가 작은 쓰레기통을 쓰면 쓰레기 처리 비용이 할인된다기에 쓰레기 관리 회사에 전화를 해서 문의한 적이 있다. 그 차이가 한 달에 $2~3 정도인데 그것도 도시 별로 다르다고 한다. 게다가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크나 작으나 비용이 같단다. 그러니 쓰레기통을 둘 장소가 협소한 가정이 아니면 사람들이 그냥 편하게 큰 쓰레기통을 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에 쓰레기통의 반도 못 채우지만 여전히 그냥 티코 만한 쓰레기통 세 개를 화단 뒤편에 두고 산다.




가끔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여전히 열심히 분리수거하고 최대한 작게 만들어서 버리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나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이 작은 땅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쓰레게를 줄여보겠다고 저렇게 바둥바둥 애를 쓰는데, 집집마다 일주일에 티코 두 대 만큼씩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미국을 생각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그 노력과 애씀이 허탈할 정도로 안타까웠다.


종량제 봉투에 넣고 또 넣어 찢어지면 테이프를 붙여서 버리는 우리나라도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는데 통큰 미국인들이 이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는 걸까? 땅이 넓어서 버릴 데가 많은 걸까? 궁금해한 적이 있었다. 알아보니 멕시코를 비롯한 가난한 다른 나라들에게 돈을 주며 쓰레기를 판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나라들은 미국이 주는 적지 않은 돈 때문에 쓰레기를 받아준다는 것이다.


아, 돈 많고 힘세고 땅도 큰 미국은 통 크게 어려운 나라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덤으로 쓰레기를 듬뿍 주고 있었다. 미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돈을 주면서 쓰레기를 수출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자기가 버린 쓰레기를 자기 나라에 쌓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선진국인가 보다.




나도 완벽하게 환경주의자적인 삶을 살지 못하지만, 마지막 양심을 지키고 싶어서 우리 아이들에게 쓰레기를 버리기 전에 재활용 표시를 확인하라고 주의를 주곤 한다.  쓰레기 통 마저 부담스럽게 큰 미국 사회에 살다 보니, 내가 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절대 줄어들리 없고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 쓰레기와 함께 살아야 할 우리 아이들의 세상이 슬며시 걱정이 될 때가 있다. 하지만 텔레비전이 손바닥 만한 전화기에 들어가게 만든 것처럼, 누군가 쓰레기 산이 벽에 붙은 껌만 해지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할 거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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