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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Apr 03. 2021

덤으로 얻은 주말 아침은 호빵이다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기분 좋은 어느 순간 이야기 5

아무 생각도 없고, 어떤 기대도 없던 순간 문득 찾아든 작지만 기분 좋은 일.

그로 인해 내 인생의 3초가, 어떤 때는 나의 하루가 달콤해집니다.

모르는 사이 삭막해진 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아주 사소하고 극히 평범하지만 특별한 순간들. 

그것을 이야기합니다.





월, 화, 수, 목, 금요일을 무사히 보내고 맞이하는 주말은 별 계획 없어도 설렌다.

맘 놓고 늦잠을 자도 좋은 토요일 아침, 문득 눈이 떠졌다. 

창 틈을 통해 하얗게 스며드는 햇빛에 의지해 시계를 보니 생각보다 이른 시간이다.

주말의 일상을 위한 기상 시각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다시 잘까?

다시 자고 싶은데 잠이 아니라 의식이 돌아온다.

옆 자리의 남편도 자기 방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도 잠에 빠져있다.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다가 몸을 부스스 일으켜 본다.

억지로 더 자려고 애쓰는 대신 거실로 나왔다.

희뿌옇게 밝아오는 아침이 거실을 깨우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컴퓨터를 켠다.

조금씩 밝아지는 거실에서 생각의 끝을 따라 자판을 두드리며 생각을 글로 옮긴다.

방문 틈으로 가족들의 잠자는 숨소리와 내 손끝이 만들어내는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에 마음이 고요해지고 생각이 차분해진다.

그리고 이 시간이 참 좋다는 기분에 미소가 스친다.

어쩐지 나는 몹시도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모두가 늦잠을 자는 주말 아침은 덤으로 얻은 호빵 같다. 




아주 가끔 잠에서 일찍 깨어 다시 잠 속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혼자 이른 주말 아침을 맞이하곤 한다.

창밖도 집안도 아직은 잠에 덮인 아침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여분의 시간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밀린 이메일에 답변을 하기도 한다.

거저 얻은 것 같은 시간에 그런 사소한 일들을 하고 있노라면 그 시간이 색다른 가치를 갖는 것 같다.

그리고 책이나 글에 머무는 그 고요하고 차분한 시간이 행복감으로 충만해지는 듯하다.


엄마 심부름으로 간 동네 슈퍼의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가 떨이라며 덤으로 넣어준 따끈한 호빵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깡총거리며 집으로 향하던 어린 시절처럼, 좋은 기분이 몽글몽글 솟아난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덤으로 받은 주말 아침 시간, 그 고요함 속의 충만함을 나는 몹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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