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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Jan 29. 2021

주차는 내 행복을 들었다 놨다 한다.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기분 좋은 어느 순간 이야기 4

아무 생각도 없고, 어떤 기대도 없던 순간 문득 찾아든 작지만 기분 좋은 일.

그로 인해 내 인생의 3초가 어떤 때는 나의 하루가 달콤해집니다.

모르는 사이 삭막해진 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아주 사소하고 극히 평범하지만 특별한 순간들. 

그것을 이야기합니다.





점점 장 보는 것이 싫어진다.

어쩔 수 없어 장을 보러 마켓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빈자리도 없는 데다가 주차할 곳을 찾는 차들이 빙빙 돌고 있는 것이 보인다.

꼭 사야 할 그것을 안 사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생각하며 그냥 나갈까 생각하는 순간, 바로 옆에 주차된 차가 빠진다.

오오~ 이렇게 감사할 데가. 저 운전자 복 받으소서.

그 자리에 차를 넣으면서 갑자기 5000원짜리 로또를 샀는데 만원이 당첨된 듯한 행복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차에서 내려 장바구니를 꺼내는데 아까부터 주차할 자리를 찾느라 빙빙 돌고 있던 차가 아직도 차창 밖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빈자리를 찾고 있는 것이 보이면 만원이 아니라 이만 원짜리 로또에 당첨된 기분까지 든다.

장을 보고 나왔는데 여전히 북적거리는 주차장에 자리를 찾기 위해 돌고 있는 차들을 보면서 차문을 열 때면, 기다리는 차를 보면 내가 대단한 거라도 양보하는 듯한 우월감에 젖는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거는데 어느새 달려와 내 차가 나가면 주차하려고 깜빡이를 넣고 기다리는 차를 보니 얼른 차를 빼서 저 마음을 위로해 줘야겠다 싶다.

쉽게 주차자리를 얻은 날,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한 뼘은 넓어져 있었다.


신속하게 차를 빼는 운전자 덕분에 빨리 주차를 한 날은 어쩐지 귀찮은 장보기도 즐겁다.




주차는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이지만 주차를 할 자리가 없는 경우 그 사소한 것에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주차할 곳을 찾느라 고개를 빼고 기웃대는데 차를 빼는 운전자를 발견하면 그 운전자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고 떠나는 차의 꽁무니까지 사랑스럽다.

그런 날은 귀찮던 장보는 시간도 즐겁고 장보기를 마치고 차를 뺄 때면 기다리는 다른 운전자를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게 된다.

반면에 차를 뺄 것처럼 시동을 걸고는 차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움직이지 않는 차를 볼 때면 기다리다 지쳐 슬금슬금 차를 움직이면서 곁눈질로라도 그 운전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어 진다. 

차들이 기다리는데 눈치가 없는지 급한 일이 있는지 얌체 같이 꼼짝도 안 하는 운전자를 향해 눈도 흘기게 된다.

한 시간도 안 되는 동안 차 한 대 넣을 자리를 찾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라고, 그것이 사람 마음을 쥐고 흔든다.    




운전자 여러분, 볼일이 끝나면 얼른 주차한 자리를 비워줍시다. 

모든 운전자의 행복한 주차 생활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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