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소풍 Nov 25. 2021

마켓 앞 주차는 횡재다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기분 좋은 어느 순간 이야기 6

아무 생각도 없고, 어떤 기대도 없던 순간 문득 찾아든 작지만 기분 좋은 일.

그로 인해 내 인생의 3초가 어떤 때는 나의 하루가 달콤해집니다.

모르는 사이 삭막해진 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아주 사소하고 극히 평범하지만 특별한 순간들.

그것을 이야기합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장을 보러 오는 날, 가장 분주한 시간일 걸 알면서도 피할 수 없어 장을 보러 간 날.

분명히 차로 만원일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마켓 입구 바로 앞에 빈 주차 자리가 눈에 띈다.

아싸~ 이런 날도 있구나.

네모난 그 자리에 차를 쏙 집어넣고 장바구니를 들고 차에서 내리는 발걸음이 마치 아무 기대 없이 응모했는데 갑 티슈에 당첨된 상품을 받으러 가는 것처럼 즐겁다.


이렇게 좋은 주차자리를 잡다니... 박 씨라도 주운 기분이다.


인파에 밀리면서도 사야 할 것들을 빼먹지 않기 위해 정신을 초집중하여 장을 보고 나오자 여전히 입구 바로 앞에 주차된 차를 보니 사람들에 밀려 장보기에 지친 마음이 가신다.

카트의 물건을 자동차 트렁크에  옮겨 실은 뒤, 평소보다 더 신경을 써서 마켓 문 옆에 있는 카트 보관장소에 카트를 얌전하게 넣어준다.

마침 주차할 자리를 찾던 차가  장본 것을 자동차 트렁크에 옮겨 싣는 것을 보고 나를 보고 어디선가 부리나케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깜빡이를 켜고 기다리는 운전자를 향해 곧 차를 빼겠다는 눈 신호를 보내고 분주히 짐을 싣는다.


내 땅도 아닌 주차 공간을 비우면서 마치 대단한 아량을 베푸는 양 허세를 부려본다.



기다리는 운전자를 의식하며 짐을 싣느라 마음은 바쁘지만 기분은 좋다.

마치 대단한 것을 양보하는 양, 내가 방금 맛본 행운을 돌려주는 기분이다.

내 땅도 아닌 남의 주차장에서 나는 내 땅이라도 뚝 떼어 기부하는 것 같은 마음으로 차를 뺀다.

내 차가 빠진 자리에 주차하는 모습을 백미러로 힐끗 바라보고 미소를 지으며 매끄럽게 주차장을 빠져나온다.

그런 내 모습을 깨달으면서 나의 허세와 엉뚱함에 웃음이 난다.




가능하면 사람이 적을 때 장을 보려고 하지만 삶이 내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라서 사람이 바글거리는 것이 분명한 시간 장을 보러 가야 하는 날이 왕왕 있다.

그런 날은 장을 보러 가면서 주차할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주울 수 있는 행운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쩌다가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켓 입구 앞의 빈자리를 만나는 날이 있다.

마켓 입구 근처에 주차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는 날은 하늘에서 떨어진 박 씨라도 주운 기분이 드는 것이다.




사람 마음은 주차장 같아서 빈자리가 많으면 넉넉해지지만 주차할 자리가 없으면 각박해진다.

빈자리가 보여서 달려갔는데, 그것도 모처럼 좋은 자리라고 신이 나서 달려갔건만 다른 차가 쏙 들어가면 생면부지의 그 운전자가 그렇게 얄미워 보일 수가 없다.

경험에 의하면 돌고 돌다 보면 어찌어찌 주차하게 되는 것을 알면서도 차 한 대 들어갈 자리를 찾기까지 내 마음에는 가시가 돋친다.

나보다 늦게 들어섰는데 먼저 주차하고 마켓에 들어가는 사람을 보면 한꺼번에 가시가 두 개나 돋기도 한다.

매혹적이고 우아한 장미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런데 내 것도 아닌 그 땅 두어 평을 뺏기면 어찌 그리 배가 아픈 것인지, 참 속 좁은 인생이다.


주차할 자리를 다른 운전자가 차지해도 뺏겼다고 생각하지 않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너그러이 양보하며 살고 싶다.

"허허허, 다른 자리를 찾면 되지." 하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너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