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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Feb 18. 2022

한국어의 징검다리를 놓으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 누군가의 걸음에 든든한 징검다리를 놓는 일입니다.

한국어를 수업은 나에게 특별한 만남을 선사한다.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간절한 마음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나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가슴이 벅차서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새기기 시작했다. 




처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을 때,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인들이 캘리포니아보다 작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배우겠다고 오는 것이  신기했다. 미국에서 내가 학생들보다 유일하게 나은 것은 한국어 실력뿐인데 그것을 통해 학생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즐거워서 세종학당 수업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가슴이 설렜다. 한국 드라마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 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외교관이라는 자부심에 학생들 앞에 서는 시간이 가슴 벅찼고 점점 더 한국어와 한국어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사랑하게 되었다. 한국어를 배우러 온 학생들의 한국어 배움에 대한 열정 덕분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한국어 교사로서 경력이 늘고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 뿐 아니라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한국어 배움의 길에 들어선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게 되면서 나는 한국어만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으로 향하는 끈을 붙들고 인생의 물살을 건너는 학생들 앞에 징검다리를 놓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온라인으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게 되자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으나 여건이 어려웠던 많은 학생들이 미국뿐 아니라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우리 세종학당의 온라인 교실을  찾아왔다. 어려운 시기에 용기를 내어 한국어 수업을 찾아온 학생들  중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삶의 의미와 인생의 방향을 찾기 위한 여정인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알게 될수록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의 무게가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한국어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한국어를 배우러 온 학생들에게 단순히 언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를 통해 자신의 뿌리와 그리운 가족을 찾아가는 이들의 걸음과 소중한 가족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어 애타는 이들의 마음 앞에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삶이라는 것을 더 깊이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 나는 열과 성을 다해 슬라이드를 만들고, 온라인 교실을 열어 수업 자료와 문법이나 듣기 숙제를 비롯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공유한다. 개별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온라인 숙제장 플랫폼에서는 학생들이 올린 글쓰기와 말하기 비디오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오류를 찾아 수정해주면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도움을 제공하여 한국어에 대한 학생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려고 노력한다. 분주한 일상 중에도 내가 기대한 것을 넘어설 만큼 최선을 다해 숙제를 하고 내 조언을 받아들여 다시 수정해서 올리는 번거로움을 마다치 않는 학생들을 마주할 때면 나의 작은 수고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깨닫곤 한다.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사는 그들과 한국이라는 나라와의 연결점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을 버린 부모의 나라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가 태어난 나라다. 어떤 이들에게 한국은 조부모나 부모의 나라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의 고국이며 어떤 이들에게는 그들의 정체성과 존재의 근원이다. 때문에 그들은 한국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 걸음의 시작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임에 그들은 한국어를 배우러 시간과 수고를 들여 찾아온다. 한국의 언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들은 그런 이들의 여정 앞에 흐르는 물길에 든든한 디딤돌을 놓아 징검다리를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선생님이다. 그래서 오늘도 누군가의 발아래 디딤돌을 놓는다. 그리고 서투른 걸음으로 내가 놓은 디딤돌에 발을 디뎠던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와 그들의 용기 그리고 한국어에 대한 사랑을 뜨거운 마음으로 이곳에 새겨본다. 



이 글은 제12회 한국어 교육자 체험수기 공모전 수상작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누구라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images/id-4716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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