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소풍 Mar 08. 2023

넷플릭스의 JMS 방송이 나에게 미친 영향

그들과 같은 한국 사람인 것이 부끄러웠다.

남의 나라에서 살다 보면 소수 민족(Minority)으로 묻혀 살다가 가끔 주목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BTS와 같은 한국인이라고 주목을 받아 어깨가 으쓱한 적도 있었지만 간혹 불편한 시선에 노출되기도 한다.

코비드가 시작되었을 때, 동료들은 내게 중국 사람인지 묻곤 했고 마트에서는 나를 중국 사람으로 오해한 사람들의 악의 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Netflix에서 방송된 한국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In the Name of God: A Holy Betrayal)" 때문에 나는 동료들의 미묘하고 불편한 시선에 노출되었다.




작년 가을에 2개 반의 특수학급이 새롭게 문을 연 고등학교의 보조 교사로 일자리를 옮겼다. 대부분의 미국 고등학교는 Block schedule로 운영되는데, 특수학급도 이와 같은 일정으로 운영된다. 첫 교시에는 두 특수학급이 따로 수업을 진행하고 이후 두 교시는 합반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 합반 수업을 위해 옆반 교실에 들어섰는데 옆 반 담임 Ms.R이 나를 보자마자 반색을 하며 외쳤다.

"Ms. P, 나 그 한국 다큐멘터리 봤다. 제목이 뭐더라. 신...... 이던가 신의 신부..... 던가? 너 그거 알아?"

갑작스럽게 훅 들어온 질문에 무슨 얘기인가 싶었는데, 지난 주말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한국의 왜곡된 종교집단에 대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In the Name of God: A Holy Betrayal)"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거였다. 순간적으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것은 정말 이상한 종교 집단이고 그 사람은 진짜 나쁜 사람이야. 하지만 한국 기독교인들이나 교회가 다 그런 건 아니야."

"나도 모든 한국 사람이나 한국 교회가 그렇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

라고 Ms. R이 말했지만 나는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다른 보조 교사 Ms. V가 무슨 프로그램이냐면서 관심을 갖고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더니 휴대전화로 넷플릭스에서 그 프로그램을 검색했다.

'Ms. V도 조만간 아니, 오늘 퇴근하고 집에 가서 보게 생겼네.'

그 모습을 보며 혼자 생각했다.

곧 JMS에 관련된 많은 질문이 나에게 쏟아졌고 나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사려 깊은 나의 동료들은 난감해하는 나를 그들과 싸잡아 보지 않고 조심스럽게  그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고, 나는 그들의 배려가 고마웠지만 그 자리가 몹시도 불편했다.


우리나라에만 이단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나라에도 괴물 같은 종교 지도자들이 신도들에게 해악을 끼친 사례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의 비정상적인 종교 집단의 행악이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게다가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짓을, 일말의 미안함이나 죄책감도 없이 지속한 행태가 알려지니 한국 사람이나 한국 교회가 그런 모습이라고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선입견을 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은 선한 종교가 아니다.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준다면 그것은 악한 무엇일 뿐이다. 물론 그런 얼토당토않은 이상한 교리에 끌린 사람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용기를 내어 벗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니 처음부터 그런 교묘한 술수에 말려들지 말았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그들을 그 종교에 사로잡히게 했고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어도 일명 'Brain wash'라고 칭하는 세뇌를 당한 사람들은 거미줄에 잡힌 작은 벌레처럼 도저히 거미줄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은 만신창이가 된 채 그곳을 벗어났더라도 그 지옥 같은 시간이 파헤쳐지는 것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30년을 추적한 한 사람으로 인해 그들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졌고 자칭 메시아라는 그 종교 지도자는 감옥에 다녀왔지만 그 후에도 여전히 곤고하게 지금까지 위세를 지켜오며 만행을 일삼아올 수 있었던 이유가 피해자들의 침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대학 다닐 때 JMS를 비롯해 여러 이단 종교에 대해 들으면 무섭고 이상해서 피하기만 했던 나에게도, 그들의 그릇된 모습을 알면서 묵인한 많은 이들에게도 그 책임이 있는 것일지 모른다.

숨기고 싶은 상처를 끄집어내며 다른 잠재적 피해자들을 위해 세상에 나온, 나는 엄두도 못 낼 누군가의 용기 덕분에 덮어지고 숨겨졌던 진실이 세상에 완전히 드러나게 되었다. 모른척하며 살았던 나와 태평양을 건너 내가 일하는 학교 동료들까지 그 진실의 내막을 알게  되었으니, 어쩌면 이제는 피해자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동안 한국 교회는 모두 이상한 게 아닌가, 한국 사람들은 왜 그런 이상한 종교에 빠지는가, 한국에서는 종교 지도자들이 신도들에게 그렇게 나쁜 짓을 해도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가 궁금해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겠지만, 괜찮다. 그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이 늘어나야 많은 사람들이 그 실체를 알게 될 테니까. 나쁜 것은 대대적으로 드러나야 그 뿌리가 뽑힐 테니까. 진실을 파헤친 사람과 그 진실이 방송된 덕분에 내가 일하는 학교에서 한국 사람으로의 부끄러움은 내 몫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연약한 마음과 순진한 믿음을 악용해 그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이상한 종교 집단들이 다 드러나 그 악행이 멈춰질 수 있다면 그까짓 부끄러움쯤은...... 정말 별 것 아니다.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images/id-7025900/

매거진의 이전글 학부모에게 받는 선물, 그저 고마운 선물일 뿐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