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리스마스, 미국에 벌어지는 화려한 집들의 향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기념일인 Christmas(성탄절)는 그리스도 (Christ)와 미사(Mass)가 합해진 말이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종교와 상관없이 축하하고 축복하는 기쁨의 날이기도 하다.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느리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Bing Crosby(빙 크로스비)라는 영화배우가 영화 Holiday Inn(홀리데이 인)에서 부른 White Christmas라는 노래가 흥얼거려지는 밤이다.
눈이 내릴 것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캘리포니아에서 저녁 내내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오래된 노래이지만 뭔가 고즈넉하면서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물씬 이 노래가 어쩐지 좋다.
한국은 이미 크리스마스가 저물어가는 시간이지만 내가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는 두근두근 반가운 누군가가 찾아올 듯 설레는 성탄절 전야,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그 누군가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라고 기대하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은 것이 아쉽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것을 거리나 백화점, 마트의 장식과 여기저기서 울리던 크리스마스 캐럴 통해 깨닫곤 했다.
미국에서는 이웃집의 장식을 통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길거리나 백화점보다 일반 가정집들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더 화려한 것이 미국의 크리스마스이다.
핼러윈 장식이 한동안 온 동네를 수놓은 뒤, 핼러윈이 끝남과 동시에 핼러윈 장식이 사라진 자리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핼러윈의 색인 주황이나 빨강과 보라색의 핼러윈 전구 장식이 있던 자리에 따스한 노란색이나 눈같이 하얀색의 크리스마스 전구 장식이 달린다.
해골과 미라가 있던 자리에 루돌프나 산타클로스 같은 각양각색의 에어풍선인형과 Poinsettia(포인세티아) 화분이 들어선다.
크리스마스 하루를 위해 놀랄 만큼 정성과 시간을 투자하여 집을 장식하는 이웃들 틈에 살다 보니 동참해야 할 거 같은 압박에 부족하나마 나도 현관문에 Christmas Wreath(크리스마스 화환)와 장식용 전등을 걸었다.
약간 기온이 내려가긴 해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꿀 수 있는 겨울은 오지 않는 캘리포니아에 살다 보니 사십 년 가까이 경험한 찬 바람과 함께 찾아오던 기대감이 가득한 따뜻한 크리스마스는 맛볼 수 없다.
하지만 부지런한 이웃들 덕분에 11월이 시작되면서 늘어가는 이웃집의 크리스마스 장식에 나도 모르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기쁨을 일찍부터 만끽하고 있다.
사실 집 밖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은 집 안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이웃사람들이나 동네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다.
자신의 집 근처를 지나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수고하고 애쓰는 이들이 있어서 주변을 지나는 이들은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에 흥겨워지곤 한다.
우리 이웃집이나 길을 가다가 화려하게 장식된 집들을 지날 때마다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축하하기 위해 일 년 내내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을 보관하고 며칠에 걸쳐 집 주변에 크리스마스 전등을 달고 집 밖을 갖가지 근사한 장식품으로 꾸미는 노력에 감탄하곤 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지나는 이웃이 행복할 수 있도록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으로 집 밖을 꾸미는 수고로움을 즐겁게 감당하는 미국인들의 삶에서 어쩌면 이들은 벌써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량한 마음과 따뜻한 정성을 나누는 베푸는 정신 말이다.
그들 덕분에 나는 아무 공을 들이지 않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집 안팎을 드나들면서 공짜로 성탄절이 다가오는 기쁨과 설렘을 맛볼 수 있는 축복을 누리며 성탄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창밖에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반짝이는 이웃집을 바라보는 크리스마스이브 늦은 밤.
내일의 성탄절을 즐거움과 기쁨으로 기다리게 해주는 이웃들이 있음에 감사한 밤이다.
그들을 향해 혼잣말로 인사를 전해 본다. Merry Christm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