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비가 새서 피난 가야 했던 3번 방 꼬마들
비가 많이 왔다. 정말 비가 많이 왔다.
캘리포니아 남쪽 동네에서 7번째 겨울을 지나면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것은 처음 보았다.
평생을 이 지역에서 산 동료들도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매주 며칠씩 비 오는 날이 계속되는 것이 벌써 몇 주째인지 모르겠다.
비 때문에 3번 방 꼬마들이 교실에 갇혀 있는 날이 늘어날수록 아이들이 심란을 피우고 툭하면 싸우는 일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교실 천정이 새기 시작한 것이다.
온갖 먼지 가득한 천장을 지나면서 오염물 범벅이 된 거무스름한 물방울이 천정에 동그랗게 얼룩을 만들면서 교실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얼룩과 함께 비가 새는 곳이 점점 늘어났다.
교실 여기저기에 양동이와 휴지통으로 떨어지는 물방을 받아가며 교실에 갇혀 점점 야생동물처럼 사나워지거나 갓난쟁이처럼 툭하면 징징대는 아이들과 며칠을 지냈다.
어릴 때, 집 천정이 새서 엄마가 바가지를 받쳐 놓았던 것을 본 기억 이후로 비가 새어 양동이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가며 지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있는 공립학교의 천정에서 물이 새다니!
아무리 1층 건물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지만 학교의 너무도 부실한 지붕 상태에 황당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였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사흘 째 되던 날, 급기야 천정 패널이 물에 젖어 부서져 내리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 날 남은 시간은 3번 방 꼬마들이 네모난 구멍 아래로 가지 않도록 막으면서 구멍을 통해 보이는 시커먼 천정 안의 흉측한 모습을 곁눈질하며 보내야 했다.
다음 날 아침, 학구에서 파견된 건물 관리자가 와서 천정을 점검하고 구멍 난 천정에 패널을 새로 만들어 넣었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시작된 비에 제대로 문제 해결이 안 된 천정의 여기저기에서는 더 많은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빗물이 천장을 지나 더러워진 물방울은 천정에 더 큰 동그란 얼룩을 만들며 떨어졌고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기 위한 양동이와 쓰레기통이 교실 안에 점점 늘어갔다.
다음 날 아침, 3번 방에 들어섰을 때 새로 패널을 만들어 넣은 것이 부서져서 드러난 시커멓고 네모난 구멍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담임교사 Ms. K는 교실을 임시로 옮기기로 했다며 임시 교실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우리들의 임시 거처는 3번 방보다 작고 다른 특수 학급이 보조 교실로 사용하던 12번 방이었다.
새로운 교실이 놀이터인양 신이 난 아이들도 있었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몇몇 꼬마들은 싫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불안 증세를 보이기도 하였다.
우리에게 보조 교실을 뺏긴 옆반 특수교사의 불평과 첫해 첫 아이들과의 교실이 비가 새는 황당한 상황 지속되는 것에 감정이 북받친 담임 Ms. K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Ms. K 가 감정을 추스르도록 위로를 하는 3번 방의 보조교사과 함께 나도 헛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워낙 비가 적은 지역이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지붕 공사나 지붕 관리의 부실함이 올 겨울 끊임없이 계속되는 비로 드러난 것이다.
하필 임시 교실 12번 방에서의 두 번째 날은 담임교사 Ms. K가 연수를 가서 Substitute(임시교사)가 오는 날이었다.
어설픈 남의 집에 얹혀사는 것 같은 기분인데 까부는 꼬마들은 더 까불며 말썽을 피웠고 새로운 환경이 못마땅한 꼬마들은 툭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징징거렸지만 임시 교사와의 하루는 무탈하게 지나갔다.
그 날 학구 사무실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건조기를 돌려 빗방울로 카펫이 젖어버린 3번 방을 말렸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흘을 더 임시 교실 12번 방에서 지내야 했다.
교실도 좁고 어설픈 분위기에 여러 가지로 불편했지만 무사히 잘 지냈다.
그 날 오후, 아이들이 모두 하교하고 Ms. K와 다른 보조교사 Me. S 그리고 나, 셋이 12번 방에 있던 우리 살림들을 다시 3번 방으로 옮겼다.
그리고 옮겨온 물건을 제자리에 옮긴 뒤 먼지가 가득한 3번 방 이곳 저곳을 닦았다.
다음 날, 원래 교실로 다시 돌아온 3번 방 꼬마들과 보조교사들은 긴 여행 후 집에 돌아왔을 때의 안도감을 맛보았다.
징징대던 아이들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고 심란을 피우던 아이들도 흥분을 가라앉혔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기분에 늘 비슷하게 반복되어 특별할 게 없는 3번 방의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 참 고마운 날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비 때문에 천정이 새서 피난을 가는 경험을 하면서 미국 공립학교의 부실한 시설과 형편에 딱히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을 느꼈다.
아마도 힘과 부가 세계 최고인 미국 조차 언제나 교육과 학교는 제일 뒷전인 국가의 정책과 제도는 다른 나라들과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2월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한 주간의 일기예보를 확인해봤다.
다행히 이번 주에는 비예보가 없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앞으로 한동안은 비 오는 일기예보 걱정 없이 겨울 내내 비 때문에 툭하면 교실에 갇혀있던 3번 꼬마들이 쉬는 시간에 운동장을 맘껏 뛰어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교실에 비 새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3번 방 가족의 일원으로서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데...
천정이 제대로 수리되기는 한 걸까?
3번 방으로 다시 이사 후 내가 물었을 때 Ms. K의 대답은 이랬다.
"I hope so, but who kno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