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마음은 비 오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어요

비 오는 날 나흘 째, 3번 방 이야기

by 날마다 소풍

알람 소리에 눈을 뜨니 오늘도 빗소리가 들렸다.

나흘째 내리는 비.

캘리포니아에서 7년이 넘게 살면서 이렇게 며칠에 걸쳐 비가 많이 오는 것은 처음 보았다.

연이여 나흘째 이어지는 비에 평생을 캘리포니아에서 산 학교 동료들도 신기하다고 했다.

비 오는 날 나흘 째, 3번 방 이야기

워낙 가뭄이 심한 곳이지만 반가운 비도 하루 이틀이지 이제 그만 비가 멈춰줬으면 싶다.




겨울에 가끔 비가 올 뿐, 비 오는 날이 귀한 탓인지 이곳 사람들은 비가 오는 날 우산을 들고 수선을 피우는 행동을 별로 하지 않는다.

간혹 장화나 비옷을 입은 아이들도 있지만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와서 학교 입구 앞에 내려놓고 가니 부모들은 더욱 아이들에게 우산을 챙겨줄 필요를 못 느끼는 모양이다.

혹 걸어서 등교하는 아이들도 잠바에 붙은 모자나 비니 같은 것을 쓰고 비슷한 모습의 부모와 함께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을 걸어 학교에 오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날이 아니면 우산을 든 사람들보다 우산 없이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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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비가 내리는 출근길 / 비오는 날 학교 주차장은 더욱 혼잡하다. / 후드티 하나면 비 완벽 방어! 엄마와 딸의 다정한 모습~^^


우리 학교 건물들은 전체적으로 지붕이 확장되어 있어 건물을 따라 걸으면 거의 비를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교실이 본관이 아닌 떨어진 건물에 있는 경우에는 비가 많이 내리면 여러 가지로 불편함이 많다.

아이들이 최대한 비에 젖지 않게 노선을 정해 움직이기는 하지만 지붕이 없는 곳을 지나야 할 때 우산이나 우비가 없는 아이들이 많으면 난감하다.

3번 방은 본관과 떨어져 있어서 화장실이나 보건실에 가려면 빗속을 뚫고 가야 한다.

그래서 순번을 정해서 아이들 두 세명씩 모아서 교사들의 우산을 나눠 쓰고 화장실에 데리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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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길게 이어서 지붕 아래로 걸으면 비에 젖지 않아요. / 비 때 문에 쉬는 시간에도 텅 빈 놀이터.


서태지를 꼭 닮은, 요즘 대세라는 예쁜 소년 말로는 늘 해맑고 명랑한 아이다.

짜증 내는 법이 거의 없는 말로가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오늘도 비가 온다며 울상을 지었다고 말로 엄마가 전해주었다.

지난 사흘 동안 3번 방 꼬마들은 비 때문에 교실에 꼼짝없이 갇혀있는 신세였다.

그러니 잠에서 깨었을 때 들려오는 빗소리가 말로는 정말 싫었던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비 때문에 교실에 갇혀있고 운동장과 놀이터에는 빗소리만 놀고 있다.


비 때문에 나흘 동안 3번 방 꼬마들은 간식도 점심도 교실에서 먹었다.

다들 밖에 나가 놀 수 없으니 간식을 먹으며 TV 속 만화영화에 눈길은 주지만 온몸을 가만히 두지를 못했다.

간식과 점심 후 쉬는 시간에는 교실에서 블록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그렇지만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시킬 수 없으니 금방 싫증을 내며 수선을 피우고 투닥거리며 싸우기 일쑤였다.

남다르게 분주하고 산만한 아이들을 방 안에만 가두어놓으니 아이들이 좀이 쑤실만하다.

3번 방 아이들이 사고 없이 교실 안에서 얌전히 놀도록 지켜야 하는 보조교사들도 한계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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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종이를 뭉쳐서 눈싸움 놀이도 했다. / 너무 지루해진 페톤은 쿠션으로 화장실을 만들고 들어가 끙끙거렸다.


장마도 아니고 나흘 연달아 비가 주룩주룩 이라니.

올 겨울, 가뜩이나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3번 방 꼬마들 장마 없는 캘리포니아에서 연이은 나흘간 비를 통해 지루한 장마의 쓴맛을 쪼끔 맛본 듯하다.

비디오도 보고 장난감을 갖고 놀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했지만 답답한 교실에 갇혀있는 것에 지쳐가는 3번 방 꼬마들이었다.

오늘 페톤은 놀다말고 뜬금없이 소파에 있는 쿠션으로 집 같은 걸 만들어 들어가 앉아있었다.

그런데 집이냐고 물어보니 화장실이란다. 뭐? 화장실?

그러더니 끙끙거리며 똥 누는 시늉을 했다.

얼마나 답답하면 화장실을 만들어 들어갔을까 싶으면서도 페톤의 독특한 놀이에 웃음이 났다. ㅋㅋㅋ


밖에 나가서 신나게 뛰고 싶은 아이들은 문득문득 창문에 코를 붙이고 비에 젖은 놀이터를 바라보았다.

돌아가면서 한 두 번씩 창문에 붙어 창 밖을 바라보는 아이들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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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저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고요! / 비 덕분인지 3번 방 개구쟁이들의 뒷모습이 분위기 있어 보인다.


문득 매일 맑고 화창한 캘리포니아 날씨가 지겹다던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어느 지인이 생각났다.

나도 3번 방에서 일하기 전에는 어쩌다 비 오는 날 집 안에서 빗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3번 방 꼬마들과 나흘을 방 안에 갇혀 갑갑한 날들을 보내다 보니 그 지겨운 화창한 날이 너무 그립구나.




비 오는 날 나흘째,

누군가에는 지겨운 그 한결같은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날씨가 너무 보고 싶다.

나도 3번 방 꼬마들 만큼 이제 그만 비가 그치길 바라는 모양이다.

비야 고맙지만 이제 그만. 우리 3번 방 꼬마들 나가 놀게~ 나도 같이 나가 놀게~

비야 고맙지만 이제 그만. 우리 3번 방 꼬마들 나가 놀게.

비야 고맙지만 이제 그만. 우리 3번 방 꼬마들 나가 놀게.

비야 고맙지만 이제 그만. 우리 3번 방 꼬마들 나가 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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