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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Apr 22. 2017

세상 어디에도 같은 여행은 없다

조금 다르게 여행을 기억하는 법



여행이 좋은 건, 
그 순간의 즐거움은 잠시지만 
여행이 준 여운은 여행 이외의 무수한 날들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된다는 사실이다. 


비슷한 생김새의 캐리어가 넘쳐나는 수화물 벨트에서  내 캐리어를 찾는 방법은      커스텀 스티커로 차별점을 두는 것



- 이 여행만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을 만들자

지나간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은 사진만은 아니다. 음악은 비교적 쉽고 간단하게 여행의 풍미를 증폭시켜주는 중요한 존재다.


언젠가 일본 나가사키에 갔을 땐 목적지 없이 전차에 올라 흔들리는 차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20세기 소년의 <언제나 둘이서>를 반복 재생해 들었다. 세네갈에 갔을 때는 그 워낙 나라가 크다 보니 4륜 구동차에 몸을 싣고 7시간, 10시간 이동할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세네갈 출신의 재즈 뮤지션 세네갈의 유순두(Youssou N'Dour)의 음악을 자장가 삼아 지루한 시간을 견뎠다. 여행에서 돌아와 일상에 익숙해져 갈 때쯤 우연히 그 음악들이 라디오에서, 길거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면 타임머신을 탄 듯 잠시나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비슷한 방법으로 향수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평소 쓰는 향수와 다른 향수를 하나 가져가 여행 내내 한 가지 향수만 뿌린다. 후에도 그 여행지를 생각하면 그 향이 떠오르고, 또 반대로 그 향을 맡으면 그 여행지가 떠오르게 된다.


눈이 기억하는 여행만 여행은 아니다. 코가, 귀가 그리고 가슴이 기억하는 여행을 만들어 보자.

보물찾기하는 재미가 있는 벼룩 시장

- 주말엔 벼룩시장에 가자

주말이 되면 사람들은 어디로든 뛰쳐나간다. 특히나 관광지가 모여있는 곳의 경우 현지인과 관광객이 뒤섞여 평일 대비 수 배의 혼잡함이 폭발하게 마련이다. 영국 런던의 브릭 레인 마켓이 그랬고, 일본의 교토의 니시키 시장이 그랬고, 포르투갈 포르투의 볼량 시장이 그랬고,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이 그랬다.


우리나라의 남대문, 동대문이 그런 것처럼 관광객이 몰려들면 자연히 현지인은 푸대접을 받고 한 발짝 물러서게 된다. 그래서 상인들은 더욱 절실하게 관광객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고, 그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관광객들의 취향을 자극할 국적 불명의 제품들이 판을 칠 수밖에 없다. (좀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현지인들의 일상이 궁금해 찾아간 시장에서 본 거라곤 지구 반대편 먹자골목에서도 볼 수 있는 뻔한 퓨전 음식,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이 붙은 기념품들이었다.


유명 상설 시장들과 다르게 주로 주말(혹은 한 달에 한두 번 특정 날짜)에 열리는 벼룩시장은 조금 더 소박하고 순수한 현지인의 민낯과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소위 ‘꾼’ 들도 있지만) 현지인 아마추어 셀러들에 의해 운영되다 보니 수익보다는 물건을 파는 재미, 사는 재미가 넘쳐나는 곳이다. 손때 묻은 오래된 물건부터 현지인들 이주로 사용하는 물건까지, 그들의 속살을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날 때 관광객에 현지인까지 더해진 복잡한 유명 관광지 보단 벼룩시장을 1순위 일정으로 챙겨 넣는다. 벼룩시장의 스케줄에 따라 일정을 짜고, 오전 오후 일정을 재정비한다. 주로 야외에 있으므로 날씨나, 현지 상황 등을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마트의 치즈 부스. 우리나라 마트의 빽빽한 라면 매대를 보는     외국인의 기분이 어떨지 잠시나마 알게 되었다

- 기념품은 마트에서 고르자

여행의 꽃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여행 마지막 날 쇼핑을 꼽는다. 비싼 명품을 사는 것도 아니고, 흔하디 흔한 나라의 대표 이미지가 박힌 기념품을 사는 것도 아니다.


나의 쇼핑 무대는 주로 현지 마트다. 생물을 주로 파는 로컬 시장은 눈으로는 재미있긴 하지만 말이 안 통하니 불안하기도 하고 귀국할 때까지 신선도를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에 선택한 차선책이다.


음식이란 것은 그 나라의 역사, 생활, 환경, 풍습 등등 집약된 <먹어도 되는 백과사전>이다. 적어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현지식은 새로운 미지의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면 최대한 현지식을 찾아 먹고, 또 음미하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추리하고 공부하기도 한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여행의 마지막 미션은 늘 마트에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둘마트"나, "집 더하기"처럼 평범한 소시민들 드나드는 마트라면 빠지지 않고 들른다. 주요 구매 품목은 소스와 양념. 현지에서 먹었던 음식 중 기억에 남는 요리에 사용되는 양념 혹은 소스와 차(커피)를 주를 이룬다. 비교적 부피도 작고 활용도도 높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는 바닷 소금과 꿀 국화차, 중국에서는 훠궈 소스, 베트남에서는 베트남식 핫소스와 베트남식 커피, 일본에서는 타마고 쇼유(계란 간장밥 전용 간장)와 튜브형 생와사비, 탄자니아에서는 커피 원두와 캐슈너트 등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공간과 무게의 여유가 조금 더 있다면 가장 작은 크기의 현지 맥주를 구입하기도 한다. 맥주의 불모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세계의 맥주들은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이색적인 포장은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되며, 한국 맥주와는 다른 이색적인 맛까지! 일상에 치이고 지쳐 여행지의 날들이 떠오를 때면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세상 어디에도 같은 여행은 없다.
같은 곳에 가도달리 보고, 달리 느끼고, 달리 기억하면
그 누구의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여행이 완성된다.

타인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여행이 아닌 오롯이 나만의 여행을 만들기 위해선
조금 다른 시각과,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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