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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Aug 17. 2020

출간 D-4 : 그래서 책 제목이 뭐라고?

믿거나 말거나 <제목 운명론>에 관하여


책 출간 날짜가 확정된 날, 부모님과 함께 소소한 파티를 했다. 아빠가 마련한 자리였다. 집 근처 중식당에서 해물 누룽지탕과 꿔바로우를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쳤다. 오랜만에 먹는 중국 음식보다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에 더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차가운 중국 맥주를 단숨에 들이켠 후 바로 꿔바로우를 입에 넣으려던 아빠가 말했다.      


“그래서 책 제목이 뭐라고?”

“<포스트잇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

“뭐? 포스트... 뭐?”     


일흔이 훌쩍 넘은 아빠는 평생 한 번도 포스트잇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막내딸이 책을 낸다고 하니 관심이 가고 물어보긴 했는데 ‘포스트... 잇’이 뭔 말인지 통 모르는 눈치다. 얼굴 가득 물음표가 가득한 채 꿔바로우를 우물우물 씹던 아빠를 보고 있다가 재빨리 설명을 덧 붙였다.      


“메모하는 종이인데, 살짝 끈적끈적한 풀 같은 게 발라져 있어서 붙였다가 뗐다가 할 수 있는 메모지야. 그 종이처럼 필요할 때는 붙고, 할 일 다 하면 툭 떼도 흔적 없이 가볍게 떨어지는 그런 자세로 살고 싶다는 뜻이 담긴 제목이야.”     

“아... 그래?”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포스트잇을 사용해 본적 없는 아빠. 또 열심히 사는 게 당연했던 시대에 살았던 아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있었지만 100% 이해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마치 코끼리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 코끼리를 설명해 주는 느낌이었다. 코끼리가 얼마다 거대하고, 신기한 생김새의 동물인지 열심히 설명해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와 닿지 않는 것처럼.      


주변 지인들에게 이제 책이 곧 나온다고, 책 제목은 <포스트잇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라고 말을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보통 두 가지로 갈린다. 대부분의 젊은 층은 ‘확 와 닿는다’라는 반응이다. 반면, 조금 윗세대의 분들은 특별한 말 대신 고개를 갸웃한다. 평소 포스트잇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포스트잇을 닮은 자세로 살고 싶다는 메시지에 대해 격하게 공감하는 게 느껴진다.   
   

‘배우는 작품 제목을 따라가고, 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간다’는 속설이 있다. 분야를 넘어 제 작품의 제목에 따라 그 주인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슬픈 제목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는 현실에서도 비운을 겪게 되고, 사랑에 빠지는 제목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열애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포스트잇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라는 제목의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된 내게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믿거나 말거나 속설이라지만 ’ 제목 운명론‘이 내 인생에 드리운다면 딱 그랬으면 좋겠다. 나라는 인간은 필요할 때 딱 붙어 있다가, 그 임무를 다한 후 떼도 흔적 하나 남지 않는 포스트잇 정도면 충분하다. 연약하지도 악착같지도 않은 사람. 가볍지만 쉽게 날아가지 않고, 작지만 그 존재감은 확실한 인간이면 더 바랄 게 없다.     
 

삶의 텐션을 ’ 포스트잇’ 정도로 잡은 사람이 건넨 위로와 응원이 과연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내 손을 한참 전에 떠난 글이 묶여 책이 되었고, 그 책이 독자들에게 다가갈 일만 남았다. 부디 <포스트잇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을 선택한 모든 이들의 삶에 포스트잇의 가볍고 경쾌한 기운이 깃들기 빈다. 강력 접착제처럼 살았던 사람들이 한 번쯤 포스트잇의 여유를 맛보길 빈다. 그렇게 살아도 인생 망하지 않고, 꽤 살만하다는 걸 알게 되길 빈다.      




                           8월 21일 출간 예정
          <포스트잇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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