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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Aug 14. 2020

출간 D-7을 앞둔 작가의 마음이란?

전격 고백! 출간을 코앞에 둔 애송이 작가의 심리상태  


불쾌지수가 폭발하던 어제 늦은 오후, 문자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마스크 사이로 삐질삐질 새어 나오던 땀을 닦으며 보낸 사람을 확인했다. 발신자는 담당 에디터. 첫 미팅 이후 수개월째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소통은 대부분 메일로 했다. 그 흔한 카톡도 트지 않은 사이. 그녀가 문자를 보낸다는 건 딱 두 가지 신호다. 중요하거나 급박하거나. 이번에는 전자였다.  지난 상반기, 출판계의 하룻강아지 작가가 더듬더듬 써 내려간 글이 드디어 책으로 완성될 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이었다.


에디터가 보낸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꺄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꾹 다물고 있던 입을 갑자기 크게 벌려서 일까? 한 달 내내 입안에서 아물기 무섭게 새로 생기기를 반복했던 구내염 수포가 톡 하고 터졌다. 갑작스러운 환호성에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꽂혔다. 입안에서는 피가 나서 쓰리고, 사람들의 눈총이 따가웠지만 미친 사람처럼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인쇄를 코앞에 두다니...
책이 진짜 나오긴 나오는구나
    

사실, 지난해부터 몇몇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안을 받았다. 이토록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가 책이 될까? 책을 낸다고 한들 피 같은 돈 주고 살 사람이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책을 내는 출간 작가로 덜 여물었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나를, 그리고 내 글을 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옆도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뚜벅뚜벅 써내겠다 다짐했다. 그런 날들이 쌓이면 언젠가 글 근육이 탄탄한 작가가 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온 우주의 기운이 몰려드는 순간이 있다. 타고난 쫄보의 불안을 지워주는 마법 지우개가 뿅 하고 나타날 때가 있다. 수많은 출간 작가 지망생 중 나를 발견해 주고, 내 글의 가치를 나보다 더 소중하게 여겨주는 에디터를 만났다. 운이 좋았다. 어쩌면 이번 생의 모든 운은 그녀를 만나는 데 썼을지 모를 일이다.


6월 말 초고는 내 손을 떠났고, 7월 내내 교정지를 주고받으며 손봤다. 손이 덜 가게 쓴다고 공들여 썼는데도 볼 때마다 고칠게 툭툭 튀어나왔다. 그래도 지치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에디터가 보내준 첫 교정지를 받았을 때의 기억 때문이다.



<포스트잇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라는 최종 제목이 생기기 전의 일이다. 가제였던 <포스트잇의 마음>이라는 제목이 박힌 교정지 맨 앞장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손글씨는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포스트잇 가득 또박또박 힘주어 쓴 에디터의 메시지를 보며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나를 둘러싼 돌발상황이 발목을 잡았던 날들, ‘내 글 구려병’에 걸려 골골거리던 날들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갔다. 그제야 내 생애에 없는 일일 줄만 알았던 ‘출간’이 한층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조금만 힘을 내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출간’이 다가와 있었다.

 

결전의 날, 8월 21일이 코앞이다. 난 일주일 후, 만나게 될 실물 책에 대한 오만가지 상상으로 하루하루 채우고 있다. 출간 D-7을 앞둔 작가의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크로스체크를 하며 교정지를 수없이 봤지만, 오타 자연 발생설이 비껴갈 수 있을까? 유명 작가님들의 새 책 출간일과 겹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예상외로(?) 불티나게 팔릴 수도 있으니 미리 기쁨의 깨춤을 연습할까? 아니 책이 제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서점 매대 위에서 먼지만 쌓여 가면 어쩌나? 이런 불안과 일말의 희망을 번갈아 가며 경험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작가들이 첫 출간을 앞두고 다들 이랬겠지? 모두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설렘과 두려움 사이를 오갔을 생각 하니 피식 웃음이 났다. 먼 훗날 오늘의 나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출판계의 현실을 1도 모르는 애송이 작가 주제에 설레발 그만 떨걸... 하고 후회할까? 아니면 좀 더 설렘을 만끽해도 됐을 텐데 뭘 그리 자기 객관화를 했는지 안쓰러워할까? 뭐가 됐든 이렇게 글로 기록해 놓지 않는다면 휘발될 ‘순간의 기억’이다. 그저 미래의 내가 다시 이 글을 꺼내 볼 때, 웃으며 볼 수 있기만을 바란다. 첫 출간 D-7의 느낌은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으니 두려움도 설렘도 있는 그대로 누리고 싶다.               




                         8월 21일 출간 예정

             <포스트잇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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