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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Aug 24. 2020

[출간 D+4] 아무 할 일 없는 주말이 얼마 만이지?

출간 후 첫 주말을 맞은 풋내기 작가의 마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와 활활 타오르던 해가 앞다퉈 얼굴을 내밀던 토요일 오후. 며칠 사이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바람에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정이 틀어졌다. 갑작스레 집안에 발이 묶였다.


그다지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냉장고를 뒤져 달걀 4개와 대파를 꺼냈다. 냉장고에서 발굴한 재료와 (탄수화물은 줄여야 하니까) 밥 반 공기를 팬에 볶아 달걀 볶음밥을 만들었다. 한 달 가까이 생겼다 아물기를 반복하며 입안에서 상주 중인 구내염 수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택한 순한 음식이었다.      


삐질삐질 땀을 내뿜으며 불과 씨름한 끝에 달걀 볶음밥 한 그릇을 완성했다. 재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을 BGM 삼아 틀어 놓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멍하니 TV를 바라보며 달걀 볶음밥을 우물우물 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 할 일 없는 주말이
얼마 만이지?     


생각해 보니 지난 상반기, 출간 계약서를 쓴 이후 미션 없는 주말은 처음이었다. 월요일 오전, 출판사가 업무의 기지개를 켜기 전 뭔가를 넘겨야 했다. 이런 ‘숙제’ 혹은 ‘마음의 강박‘이 하나도 없는 주말이 낯설었다. 짧은 컨펌 메일 한 통이라도, 빽빽하게 쓴 글 꾸러미 파일이라도... 크건 작건 주말까지 고심하고 공들여 준비하곤 했다. 그렇게 지난 상반기 주말을 고스란히 바치는 성실한 문장 노동자로 살았다. 그게 익숙해서인지, 주말의 한가로움이 어색했다. 달걀 볶음밥 한 그릇을 먹는 동안 원래 나라는 사람의 주말이 어땠는지 기억을 끄집어냈다.
      

아! 내 주말은 원래 이런 모습이었지?     


누군가를 만나는 약속이 없다면 책을 읽거나, 가족과 식사를 하거나, 산책하러 나가거나, 뒹굴뒹굴하는 게 전부인 보통의 주말. 내 인생 대부분의 주말에는 ‘책 쓰기’는 없었다. 하지만 고작 지난 상반기 내내 내 삶의 무게 중심을 ‘책’에 두고 살았을 뿐이다. 그 외의 일을 모두 후순위에 두고 책 쓰기에만 몰두했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출간이라는 피니시 라인을 지나고 나니 멍했다. 허전했다. 책 출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한 후 맞이하는 첫 주말인데 벌써 이렇게 헛헛해해도 되는 걸까? 겨우 첫 책을 낸 신생아 작가라서 그런 거겠지?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그 생각의 꼬리 끝에 머릿속을 번쩍 스치는 임무가 떠올랐다.   


아! 생각해 보니 할 일이 있었네.     


금요일 오전, 일찌감치 저자 증정본을 택배로 받았다. 지난 상반기 오롯이 시간과 애정 그리고 에너지를 쏟아부은 결과물이 손에 들어왔다. 분명 내 머리 아파 낳은 내 새끼인데 첫인상은 낯설었다. 건조하고 시니컬한 나라는 인간이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게 실물 책은 참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웠다. 출판계 전문가들이 공들여 곱게 단장해준 덕이다. 업계에서 오래도록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들은 햇병아리 작가에게 미션을 하나 던졌다.
     

작가님, 에디터가 증정본을 보냈을 텐데요.
마케팅팀에서도 별도 택배로
책 20부를 보내드렸답니다.
이 20부는 ‘특별 서평단’에게 보낼 책인데요.
서평단의 특혜!로 작가님 사인본은
받을 수 있도록 모집 시 공지해 두었어요.     


작가 증정본 외에 ‘특별 서평단’ 분들께 보낼 저자 사인을 넣을 책이 함께 도착했다. 택배 박스 안에는 아직 인쇄소 잉크 냄새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새 책 20권이 곱게 대기하고 있었다. 이제 갓 데뷔한 풋내기 작가의 사인이 담긴 책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니... 미안하고 또 고마웠다. 이 책이 잘 되면 초판 사인본의 주인들이 웃을 수 있을까? 서서히 아물어 가는 입안의 구내염 수포를 혀끝으로 더듬거리며 '저자 사인'을 시작했다. 독자들께 전하는 간단한 메시지와 함께 내 이름을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써넣으며 빌었다. 종교는 없지만 전지전능한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며 나지막이 기도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점 하나 찍히는 책이 되게 해 주세요.



     
저의 첫 에세이
[포스트잇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는
넉넉히 오는 8월 26일 이후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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