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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Sep 03. 2020

왜요? 제가 책 낸 작가처럼 생겼나요?(※ 주접주의)

‘발견’ 당하는 것도 노력한 자에게만 오는 기회


책이 나오기 몇 주 전 일이다. 친한 대학 동기의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급히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동기, 선배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푸릇했던 20대 초반,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우리는 어느새 중년이 되었다. 굳이 애쓰지 않으면 이런 경조사에서나 겨우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완연한 ‘어른‘이다.


일찌감치 결혼했던 누군가는 사춘기 소녀의 엄마가 되어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또 누군가는 사장님으로, 은행원으로, 선생님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꾸려가고 있었다. 스무 살 언저리 모습을 생각하면 다들 밥벌이나 하고 살까 싶었는데 이젠 영락없는 사회인이다. 나름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며 살고 있다. 먹고살기 바빠 고만고만한 날들을 보내는 동기들 사이에서 내 출간 소식은 단연 화제였다.     

 

그래 너 작가가 될 줄 알았어.
글 쓰는 게 남달랐다니까?


어느새 까만 머리카락 사이로 희끗희끗한 눈발이 흩날리던 선배 오빠가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유명 꽃미남 가수를 닮아 학내에서 나름(?) 이름을 날렸던 단과대 회장 오빠. 시뻘건 육개장을 일회용 수저로 뒤적이며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 지난날을 회상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문학 관련 전공자도 아닌데 오빠가 내 글을 본 게 있을까? 싶다. 과 게시판에 자주 글을 올리는 편도 아니었고, 자아를 가지고 쓴 글이야 기껏 학내 소식지(?)에 한 번 기고한 게 전부였는데... 설마 그걸 기억한 걸까? 당시에는 나도 몰랐던 내 능력과 미래를 오빠는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이렇게 나는 날 잘 모른다. 그래서 매번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사람이다. 방송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도 간단했다. 대학 시절 어느 날,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에게 전화를 받았다. 라디오 작가를 해 볼 생각 없냐고. 생각지도 못했던 천금의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 겨우 대학교 2학년이라는 나이와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만 보고 연락했다가 그제야 내 처지를 알게 된 라디오 작가는 씁쓸히 다음을 기약했다. 그제야 알았다. 아! 이런 제안을 받는다는 건, 어쩌면 나도 글 쓰는 재능이 조금은 있는 사람이구나! 난생처음 깨달았다. 늘 모호했던 장래 희망이 그제야 선명해졌다. 대학 졸업 후 난 방송가 언저리에서 문장 노동자로 밥벌이를 하며 살고 있다.      


책을 내게 된 계기도 어찌 보면 심플했다. 사회생활 1N년차를 넘기면서 이대로 조직의 부속품처럼 살다가 닳아 없어질 것 같았다. 생각을 정리하고,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일기를 쓰듯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조회 수가 올라가고, 포털 사이트에 메인을 장식하고, 구독자가 쌓였다. 몇몇 출판사로부터 제안이 왔다. 매번 이토록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가 책이 될까? 책이 된다고 한들 팔릴까? 의심스러웠다. 책을 내고 싶어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막상 출간 제안이 오니 고민됐다. 이런 나를 보던 절친들은 말했다.

      

“야! 출판사가 손해 보는 일 하겠냐?

책으로 만들면 팔릴

가. 능. 성. 이 있는 글이니까 널 선택한 거지”      


그 말이 맞다. 생각해 보면 발견되는 것도,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데 발견된 게 아니다.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리고 기회를 얻은 것이다. 라디오 작가의 전화를 받기 전, 난 거의 매일 라디오 프로그램 게시판에 일기를 쓰듯 사연을 썼다. 디제이가 내 사연을 읽어 줄 때의 그 쾌감에 마약처럼 중독된 상태였다. 덕분에 한 달이면 수 십 개의 상품이 집에 배달됐다. 방송국에서 보낸 상품의 숫자는 곧 사연이 읽힌 숫자와 같다. 출판사의 제안을 받기 전, 난 라디오 프로그램 게시판에 썼던 것처럼 브런치에 글을 썼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저 내가 재미있어서. 구독자들이 읽어 주고 공감해 줄 때의 그 재미에 흠뻑 빠졌다. 그 시간들이 쌓여 출간 제안을 받았고, 내 이름이 박힌 책을 갖게 됐다.     


어쩌면 내 인생에 처음 겪는 온 우주가 힘을 모아 돕는 일들이 매일매일 펼쳐지고 있다. 분명 한 건 이 일들이 어느 날 하루아침에 뚝 떨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좋아하는 것을 할 때의 즐거움‘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게 원동력이 되어 삶의 방향을 정했다. 그리고 인생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려갔다. 포기하지 않으니 마침내 원하는 것을 얻었다.      


겨우 얇고 가벼운 에세이 하나 내놓고 ’ 우주‘니, ’ 인생’이니 운운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우스운 일일 수 있다. 마음껏 비웃어도 좋다. 당신이 비웃는다고 해도 오롯이 내 노력으로 글을 썼고, 그 글들이 모여 결국 내 이름 박힌 책을 냈다는 팩트는 변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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