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신변잡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사 Oct 15. 2020

80%면 충분해!

어설픈 완벽주의자를 위한 마법의 주문


언젠가 시끌벅적한 술자리에 갑자기 지인의 여러 지인들이 합류했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자리를 옮겨가며 명함을 건네고, 술을 주고받고 대화를 이어가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 흐름에 맞는 적당한 속도로 술자리 로테이션을 하던 ‘핵인싸’ K. 돌고 돌아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맥주를 홀짝이던 내 앞에 앉았다. K는 조용히 말했다.      


“저쪽 가서 술 한 잔 권하면서 안면 터놔.

오늘 처음 봤지만

분명 너한테 도움이 될 사람들이야”     


그 말을 들은 난 맥주잔에 코를 박은 채 고개를 저었다. 날 오래 봐온 K는 긴 말 대신 맥주잔을 부딪혔다. 대신 짜게 식은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네가 그럴 줄 알았다 ‘고.

 

학창 시절, 3월 첫 주에는 늘 배가 아팠다. 새 학교, 새 학년, 새 선생님, 새 친구. 뭐든 다 새 거였다. 그 새로움이 날 긴장하게 만들었고, 어김없이 탈이 났다. 잘 보이고 싶고, 잘하고 싶고, 완벽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애쓰다가 생긴 ‘고질병’이다. 애초에 완벽할 수 없는데 완벽하려고 능력 밖의 일을 해내려 욕심 부리는 내가 ‘미리 받는 벌‘이다. 내향적인 인간에게 ‘새로움’은 두려운 존재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도 이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뭐든 ‘처음‘과 마주하면 잔뜩 긴장하고, 경계하는 데 과도한 에너지가 쓰이는 게 싫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익숙한 것들만 찾아다녔다. 음식도, 사람도, 취향도.      


하지만 프리랜서의 숙명은 매번 새로움 앞에 나를 던져 놓는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처음'은 늘 어렵다. 조금 전까지도 이번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들춰보지도 않았을 책을 뒤적이며 ‘평생 안 해 보던 걸 한다고 나서서 이 고생인가?‘ 자책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책 속 한 문장이 가슴에 콕하고 박혔다.  


80%면 충분해!      

- <에어비앤비 스토리> 중에서 -       


세계 최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조 게비아. 한창 에어비앤비가 몸집을 불려 가던 때, 그는 자신이 만든 거대한 벽에 부딪히게 된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성장해 가는데 정작 본인은 그 속도를 못 따라간다는 생각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 위해 조 게비아는 외부 컨설턴트를 고용한다. 그 과정에서 충격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게비아와 가장 가깝게 지내는 10여 명의 직원들이 익명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직원들의 솔직한 생각을 확인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리더로 생각했지만, 동시에 피곤하리만큼 완벽주의자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렸다. 나쁜 소식을 들을 때마다 방어적으로 변하는 그를 보며 직원들은 빠르게 해결해야 할 나쁜 소식을 게비아에 전하길 꺼렸다. 퇴사까지 생각할 만큼 직원들이 탈진상태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 이후 스스로 대대적인 개조 작업을 택한 게비아.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제품이 덜 완벽하더라도 회사 문밖을 나갈 수 있다’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배웠다. 또 빠른 의사결정은 완전하게 파악 후 내리는 늦은 결정보다 낫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직원들은 그를 위해 새로운 주문까지 만들어냈다.      


80%면 충분해!


물론 세계적 기업 수장의 완벽주의와 일개 소시민의 완벽주의를 비교한다는 자체가 어딘가 한없이 기울어진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가 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표정만으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지 깊이 이해한다.


며칠째 도무지 풀리지 않는 글을 붙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어서였을까? 본인도, 주변도 피곤하게 만드는 어설픈 완벽주의자의 눈에 ‘80%면 충분해!’라는 문장이 반창고처럼 딱 달라붙었다. 20% 정도가 시야가 가려진 느낌이다. 20% 정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20% 정도 목표가 가깝게 느껴졌다. 완벽,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80%에 만족하자. 아니 80%만 채워도 다행이다. 그래서 난 이제 80% 목표 달성을 위해 느긋하고, 여유롭게 가기로 다짐했다. 가자! 80%를 위하여!  




    


** 온라인 서점 구매 링크 **

예스 24
http://m.yes24.com/Goods/Detail/91909561

교보문고
http://mobile.kyobobook.co.kr/showcase/book/KOR/9788968332715?partnerCode=NVM&orderClick=mW5

인터파크
https://mbook.interpark.com/shop/product/detail?prdNo=337759166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m_detail_view.yp?code=101046813

알라딘
http://aladin.kr/p/5NxIj



매거진의 이전글 그 많던 저자 증정본은 어디로 갔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