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댓글 창을 닫은 이유
얼마 전, 브런치에 새로운 기능이 생겼다.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댓글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버튼. 브런치 페이지에 해당 기능을 소개하는 [작가님의 건강한 창작활동을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보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 글에는 여러 작가님의 댓글이 달렸다. 다른 플랫폼에 비해 비교적 온순한(?) 성향의 유저가 많은 편인데도 원색적인 비난이나 악의적인 댓글에 시달린 작가님들이 많았나 보다. 대부분 새로운 기능의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나 역시 공감의 하트를 꾹 눌렀다.
포털 메인을 장식하거나, 카카오 채널 등 공식 계정을 통해 다양한 SNS에 공유되면 유입자 수가 무섭게 늘어난다. 알람을 꺼놓지 않으면 연신 울려대는 알람 때문에 휴대전화가 뜨거워서 잡기 힘들 지경이 된다. 내 통장의 숫자가 이 속도로 불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만큼 무서운 속도로 방문자와 구독자 수가 늘어난다. 일면식 없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공감의 하트와 따뜻한 응원의 한마디를 던진다. 때로는 따끔한 조언도 있고, 의미 있는 논쟁도 펼친다. 모두 댓글창에서.
비율로 치면 0.000000001%나 될까? 보이지도 않는 존재가 던진 악플이란 ‘짱돌‘에 내상을 입은 적 있다. 그것도 아주 깊게. 그때나 지금이나 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지는 웨하스 멘탈, 개복치 심장의 소유자다. 그 충격에 한동안 [ 글쓰기 ] 버튼을 못 눌렀다. 집에 계신 내 부모의 안부를 묻는 것은 물론, 뇌가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원색적이고 집요하게 이어진 비난... 그 후로 댓글 창을 아예 보지 않게 됐다.
의견은 다를 수 있고, 당연히 내 생각이 꼭 옳은 건 아니다. 하지만 저런 악플들의 대부분은 논리나 맥락이 없다. 그저 배설하는 데 쾌감을 느끼는 자들이 투척한 ‘불법 투기물’일 뿐이다. 100개의 댓글을 통해 얻게 되는 에너지보다, 1개의 악플 때문에 빼앗기는 에너지가 더 컸다. 긍정킹이나 티타늄 멘탈인분들이야 쿨하게 넘기겠지만 나는 절대 못넘기는 성향이다. 자유롭게 그리고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100명의 응원 댓글이냐? 1개의 악플이냐? 누구에게는 쉬운 선택이겠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난 오래 고민했다. 그리고 1개의 악플을 안 보는 방법을 택했다. 악플과는 물리적으로라도 거리를 둬야 했다. 내가 택한 구체적인 방법은 댓글 창까지 스크롤을 내리지 않는 것. 작고 소중한 내 기분을 ‘그따위 것’들이 망치는 걸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그렇게라도 스스로 보호하지 않다면 난 여기 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현실에서도 그랬다. 날 진정 생각하고, 걱정해 주는 사람들은 유난 떨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나의 선택을 지지해 준다. 내가 지쳤을 때는 별말 하지 않고 내 취향의 자양 강장제(예를 들자면 벤티 사이즈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던가, 짬뽕이나 딸기 케이크... 뭐 그런)를 던지고 간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툭. 언제 왔다 갔는지도 모르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자양 강장제를 보며 힘을 얻는다. 시끄러운 백 마디 응원의 말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얻는다. 부산스러운 행동이나, 묻지도 않은 충고를 해주던 사람들은 마치 그런 느낌이다. 음식으로 치자면 패스트푸드 같은? 빠르게 배는 찼고, 입에는 착착 달라붙었다. 먹기도 쉬웠지만, 영양가는 없었다. 결국 몸 구석구석을 병들게 하는 존재들이었다.
조용한 사람들이 가진 힘이 어떤 건지 난 안다. 신중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이해심이 넓은.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모르는 건 맞다. 하지만 꼭 표현을 시끄럽고, 날카롭고, 유난스럽게 하지 않아도 상대방은 진심을 느낀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관계의 스크롤 바를 내리지 않는다. 조용히 인연의 삭제 버튼을 누르는 일도 없다.
오늘도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내 브런치에 찾아 와 글을 읽어준 조용한 방문자들에게 그 마음이 닿길 바라며 쓴다. 재미나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 이 구석까지 잊지 않고 찾아와 주다니... 꾸준히건 우연히건 내 글을 읽어주는 조용한 그들.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저 묵묵히 글을 쓰는 것뿐. (늘 일정 수준 이상의 퀄러티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매주 두 번, 월요일과 목요일. 고마움과 정성을 담은 새 글을 올린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이 나오는 글도 아니다. 그저 나와의 약속이자 조용한 방문자들에게 보내는 작고 단단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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