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신변잡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사 Mar 16. 2021

시간이 없다는 말

없는 건 ‘시간’이 아니라 ‘마음’

시간이 없어. 나도 누군가에게 수없이 해봤고 또 누군가에게 많이 들어 본 말이다. 물론 정말 물리적인 시간이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 말은 ‘마음이 없다 ‘와 닿아 있다. 마음이 없다는 말을 해야 할 상황에 시간이 없다는 말로 핑계를 대곤 했다.      


솔직히 말해 볼까? 스마트폰을 붙들고 남의 SNS 피드를 훔쳐볼 시간은 있지만, 책을 열어 볼 마음이 없다. 편의점에 과자 사러 나갈 시간은 있지만 편의점 바로 앞 공원에서 파워 워킹할 마음이 없다. 집에서 편안히 로맨스 영화 볼 시간은 있지만 낯선 사람과 어색한 시간을 견뎌야 하는 소개팅하러 나갈 마음이 없다. 주식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는 사람을 부러워할 시간은 있지만, 주식을 공부할 마음이 없다. 이게 바로 ‘시간이 없다’는 말로 회피하는 나, 그리고 당신의 일상이다. 전쟁 통에도 아이는 태어난다. 그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목적이 확실하다면 결과는 나온다. 시간이 없다는 말, 그건 핑계일 뿐이라고 세상의 모든 결과는 말한다.      


아예 마음이 없다면 깨끗이 포기하면 된다. 문제는 노력하지 않으면서 결과만 부러워하고 있다는 사실. 물론 과거의 나도 그랬다. 움직이는 걸 지독하게 싫어해 군살이 붙는다 싶으면 운동 대신 식사량을 줄였다. 그게 내 다이어트 방식이었다. 운동은 하지 않고 방구석에서 뒹굴 거리며 연예인 같은 매끈한 몸매를 가지길 바랐다. 지금도 여전히 근력운동을 즐기지는 않지만, 왜 근력 운동을 해야 하는지 깨닫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하루에 2시간은 걷고, 가끔 산에도 간다. 어디를 가든 주로 계단을 이용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며 스트레칭도 한다.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지루한 근력운동을 못 견디는 내가 대신 택한 다이어트법이다. 따로 시간을 낼 마음이 없다면 이렇게 일상 속에서 틈틈이 몸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내 방식을 찾은 거다.         


화보 속 스타들 같은 자연스러운 표정이 담긴 사진을 가지길 바란 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찍은 사진 속 내 얼굴은 늘 얼음물 따귀를 맞은 듯 굳은 표정이었다.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도 내 손으로 셔터를 눌렀으니 도망갈 곳이 없다. 한 컷의 사진을 얻기 위해 최고의 스태프들이 모여 수천, 수만 장의 사진을 찍어서 선택된 화보 사진. 근데 나는 겨우 몇 장을 성의 없이 대충 찍고 화보 수준의 사진이 찍히길 바라다니. 이게 바로 도둑놈 심보가 아닌가? 현타를 세게 맞고 셀카와 점점 멀어졌다.      


손에 닿지도 않는 대단한 스타까지 갈 것도 없다. A는 친구들 사이에서 ‘셀카의 신‘으로 불린다. 밥을 먹다가도, 수다를 떨다가도 틈이 나면 생기 있는 표정을 몇 개 짓고 셔터를 누른다. 곧 전문 화보 못지않은 셀카가 탄생한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셀카를 보여준 후 말한다.        


“후훗! 이게 다 카메라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혹독한 연습의 결과지”      


핸드폰이 어떤 기종인지? 무슨 어플을 썼는지? 중요하지 않다. 그녀의 핸드폰 카메라로 같은 필터를 써서 찍어 보지만, 결과물은 완전히 달랐다. 그야말로 부단한 노력의 결과. 최적의 각도와 조명을 얻기까지 수많은 실패가 있었다. 수천, 수만 장의 셀카를 휴지통에 넣은 후에야 비로소 얻게 된 ‘셀카의 기술’이었다. 마음에 드는 셀카 사진을 얻으려면 마음에 들 때까지 찍어야 한다.


뭐든 시작하기 좋은 계절 봄,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정말 시간이 없어서일까?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는 아니고? 노력할 마음이 없는 건 아니고?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시간 핑계 대지 말고! 게으름과 무기력 뒤에 숨지 말고! 의지가 있는지부터 천천히 따져 보자.


남의 인생, 남이 얻은 결과만 부러워하다가 종종 잊게 되는 게 있다. 하루는 24시간이라는 것.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이제 갓 눈을 뜬 신생아든 이제 곧 눈을 감을 노인이든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진다. 문제는 그 똑같은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느냐다. 그 효율성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24시간을 내내 전력 질주하는 경주마처럼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원하고 바라는 일에는 선택과 집중해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후회와 미련이 덕지덕지 붙은 날들을 살고 싶지 않다면, 부러워만 하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시간이 없다는 말 뒤에 숨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직업인의 근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