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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Jul 16. 2017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만난 인생 카페

이 정도라면 커피가 3년 묵은 양말 빤 물맛이라도 달게 마실 수 있다


작년,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했던 나는 나 자신과 약속 하나를 했다. 바로


“1일 1카페만 하자.”


카페 문화의 본산, 유럽에서 이게 무슨 허튼소리인가 싶지만 그 다짐 아닌 다짐이 필요했다. 마음 같아서야 1일 4카페, 5카페 하고 싶지만 “시간적, 금전적 한계가 있으니 하루에 한 번만 카페에 가자!”라고 나와의 가혹한 약속을 한 것이다. 평소 커피 브레이크 타임이 주는 심리적 안정과 신체적 휴식을 몹시도 사랑하는 내가 참으로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었다. 1일 1카페라는 한계 때문인지 카페를 고를 때 무척이나 고심을 했다. 그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나는 지구 반대편에서 잊지 못할 인생 카페를 만나게 되었다.


여행을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날 무렵,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운명의 카페에 가게 됐다. 사실 포르투갈은 스페인에 가고 싶기는 한데 스페인만 가면 아쉬우니 옆동네 포르투갈에 갈까?라고 깊은 생각 없이 욱여넣은 나라였다. 게다가 수도 리스본만 가긴 또 아쉬우니까 유명하다는데 한 번 가보자 하고 별 기대 없이, 특별한 공부 없이 간 도시가 바로 포르투였다.


내가 포르투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호날두의 나라인 포르투갈의 한 도시... 그리고 축구선수 석현준이 뛰었었던 구단이 있던 도시, 그리고 와인이 유명한 도시 정도였다. 리스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포르투에 도착하니 런던에서 에든버러에 도착했을 때의 그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나를 맞이 했다.




하지만 그날은 비도 왔고 버스로 장거리 이동을 하기도 해 컨디션이 별로였다. 이것저것 보러 가거나 많이 걷고 싶지 않았다. 그저 창 넓은 카페에서 비 내리는 거나 구경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홀몸(?!)이 아니므로 여행 동지를 따라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왔다. 좀처럼 여행의 흥이 나질 않는다. 나란 여자는 날씨에 참으로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이다. 도무지 몸이 움직이지 않아 성당에 가고 싶다는 일행과 잠시 떨어져 각자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만나기로 했다.


목적지도 생각도 없이 걷다 보니 동루이스 1세 다리까지 가게 되었다. 비구름이 내려앉은 아찔한 높이의 다리를 우산을 쓰고 뚜벅뚜벅 걷다 보니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마침 나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고 커피가 제법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커피 마니아들은 이런 분위기에 커피 한잔 해야 직성이 풀린다. 주당이라면 그런 날씨에 막걸리 & 파전의 마리아주를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근처의 카페를 찾아 구시가지 반대쪽을 두리번 거리니 보이는 거라곤 온통 와이너리 간판뿐이다. 포기할 찰나, 다리의 끝에 온 사방이 통유리로 된 세련된 건물이 보인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오가는 건물이다. 술을 팔 거 같은데 아직 해가 지지 않았으니 커피도 팔겠지 싶어 무작정 들어가 테라스 쪽에 자리를 잡았다. 도우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넘어 포르투 구시가지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명당! 이 정도라면 커피가 3년 묵은 양말 빤 물맛이라도 달게 마실 수 있다.


마음은 그랬지만 걱정 많은 내 안의 또 다른 자아가 “혹시” 커피를 망칠 걸 대비해 간식도 하나 시키자고 한다. 메뉴 판을 보니 카페 라떼 2유로, 에그 타르트 1.75유로. 뷰도 착한데 가격은 더 착하다. 두 개를 시키고 앉아 본격 풍경 감상에 들어간다. 이래서 사람들이 유럽 유럽 하는구나 싶다. 포르투란 도시는 런던, 파리는 물론 리스본과는 또 다른 유럽미(美)가 도시의 구석구석에 나지막이 내려앉아 있다. 잠시 세기를 거슬러 100년 전, 300년 전의 포르투 모습을 상상해 봤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큼직한 에그 타르트와 카페 라떼가 내 앞에 차려진다. 코가 먼저 마중을 나가 진하고 고소한 커피 향을 맞이 한다. 시작이 좋다. 평소라면 크림도 설탕도 넣지 않지만 오늘은 왠지 칼로리 사치를 부리고 싶은 날씨다. 앞서 말했듯 나란 여자는 날씨에 매우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설탕을 한 봉지를 탈탈 털어 넣고 휘휘 저어 한 모금 마시니 평소보다 빠르게 몸속으로 카페인과 당이 스며든다.


낯선 땅, 낯선 도시에 도착하기 위해 바짝 날이 섰던 신경들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이 기운이 사그라지기 전에 얼른 에그 타르트도 한 입 베어 문다. 물론 직접 만들지는 않았을 테고 납품받았거나 냉동 제품을 오븐에 데웠을 에그 타르트. 당연히 리스본 제로니무스 수도원 옆의 타르트 가게 Pastéis de Belém 보다는 당연히 아쉬운 맛이지만 한국에서 먹었던 그 어떤 에그 타르트 보다 맛이 있었다. 정말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박제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흩뿌리는 비. 안개 낀 도우강. 하나 둘 켜지는 황금빛 가로등. 비 냄새 스믈스믈 올라오는 돌바닥. 진하지만 부드러운 커피 향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번 여행 최고의 순간이 완성된 시간이었다.




인생 카페는 단순히 커피맛이 좋다고, 분위기가 좋다고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순간의 분위기, 기분, 컨디션, 바이오 리듬, 바리스타의 솜씨, 테이블 간격, 손님의 밀도, 소음의 데시벨 등등 무수한 요소들이 황금 비율로 조화를 이루어야 가능하다.


이 카페의 여운이 너무도 길게 남아 포르투를 떠나는 날 버스 타기 직전까지 그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비가 왔던 첫날이 슬픈 멜로 영화 여주인공 같은 낯빛이었다면 마지막 날은 해가 쨍쨍 나서 상큼한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처럼 상큼 발랄한 낯빛이었다. 이 마성의 매력을 가진 카페를 그래서 사랑할 수밖에 없다. 2박 3일의 포르투에 있는 동안 그 인생 카페에 매일 출석 도장을 찍었다. 버스를 탈 시간이 다가오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떼어야만 했다. 포르투를 떠나 다시 다음 여행지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달 간의 여행을 마치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후 다른 나라들도 몇 번 더 들락거렸고 국내외의 다른 많은 카페를 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지구 반대편에서 포르투의 그 카페 앓이를 하고 있다. 당시에도 인생 카페라 느꼈지만 돌아온 후에도 포르투의 그 카페 가 준 감동 이상의 감동을 준 카페를 아직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더더욱 그 카페가 생각이 난다. 언제 다시 그곳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간이 가늠할 수 없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카페가 거기 있는 한 내가 포르투갈 포르투에 다시 갈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Esplanada do Teleférico>                                                                                                                                                                                                                                                                                   

구글 좌표 : https://g.co/kgs/49pk4p

주소: Rua Rocha Leão, S/N, 4430-210 Vila Nova de Gaia, 포르투갈

연락처 :  +351 22 099 6290

영업시간: AM 10:00~PM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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