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호사 Jul 18. 2017

왜 해외까지 가서 스타벅스를 가?

오감으로 기억하는 나만의 기념품


21세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 사람에게 스타벅스는 어떤 의미일까? 한때 된장녀의 필수템으로 손가락질 받았던 시절도 있었다. 세상이 변했고 술도 담배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카페는 가성비 만점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스타벅스는 안정적인 맛과 서비스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많은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나 또한 "스벅 없이는 못 살아" 수준의 ’ 빠’는 아니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고정적으로 방문을 하는 충성스런 손님인 편이다. 작업을 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서, 혼자 심플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익숙지 않은 지역에 갔을 때, 실패하고 싶지 않을 때, 어딜 갈까 고민하기 싫을 때 주로 찾게 되는 카페다. 그렇게 마시다 보니 어느새 뭐에 쓰는지도 몰랐던 골드 레벨이 된 여자 사람이다.

여권에 도장을 찍듯 출국, 귀국시 참새 방앗간 처럼 들르는 인천공항 스타벅스




일상의 생활이 된 스타벅스에 젖어 살다 보니, 해외에 나가서도 스타벅스 간판을 보면, (결혼도 안 했지만) 친정 가까이에 온 것 같은 안정감과 들러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휩싸이게 된다. 사실, 해외 여행을 가면 되도록이면 특색 있는 로컬 카페를 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곳을 떠나기 전 한 번쯤은 꼭 현지의 스타벅스를 가보는 게 습관이다. 다른 사람들이 현지의 기념품을 사듯 난 현지의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그곳만의 분위기를 느끼고 온다. 오감으로 기억하는 나만의 기념품인 것이다.  


외노자 생활의 유일한 낙


우리나라로 치면 판교쯤 되는 중국 중남부의 신도시에서 거주할 때, 스타벅스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갈 곳이라고는 숙소인 호텔과 쇼핑몰 뿐인 단조로운 인생이었다. 늘 가던 쇼핑몰에 스타벅스가 생긴 건 내가 중국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째쯤이었다. 오픈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보자마자, 환희에 차 단체 채팅방 속 동료들에게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우리의 사랑방이 생겼다고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다. 사실 중국에서 스타벅스를 더 자주 찾을 수밖에 없던 이유는 의사소통 때문이었다. 북경이나 상해 같은 글로벌한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에서 영어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 바로 스타벅스다. (참고로 대도시의 파트너들 중에는 꽃미남이 참으로 많다 --;; 북경역에서 만난 모델삘 꽃돌이 파트너야 잘 있니?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눈웃음은 여전하고?)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영어 이름표를 달고 있는 파트너들은 더듬 더듬이라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다른 음식점, 카페의 직원들과 비교하면 월등한 수준이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커피를 주문하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가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다. 커피보다는 차문화가 발달한 중국은 해외 생활을 해 봤거나 해외의 문물에 거부감이 없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타벅스가 빠르게 퍼져 나가는 중이다. 일반 찻집이나 다른 카페들에 비해서도 가격은 좀 나가는 편이다. 일반 노동자들이 아침식사로 흔하게 먹는 튀긴 밀가루 빵&두유 세트가 8~10위안 정도 하는데 아메리카노 톨사이즈가 25위안(한화 약 4100원) 정도 한다. 일반 노동자들이 가기엔 부담스러울 정도의 가격이 분명하다. 그래서 스타벅스에 오는 손님들의 면면을 보면 부유 한티가 팍팍 난다. 옷, 신발, 가방, 노트북, 차키, 하다 못해 핸드폰 케이스만 봐도 일반 노동자들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된장녀, 된장남들이 있었던 것처럼 그곳의 젊은이들도 스타벅스 컵 하나를 들고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려 공유한다. 그들의 과감한 패션 센스와 자신감에 찬 행동 하나하나를 구경하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지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지난해, 인천 공항보다 더 자주 간 공항을 꼽으라면 단연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이다. 홍콩은 목적지가 아니라 늘 환승지였다. 중국 본토는 물론, 남태평양, 동남아, 아프리카까지 어디를 나가려면 어쨌든 홍콩을 거쳐야 했다. 짧게는 2시간, 길게는 1박 이상을 홍콩 공항 안팎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홍콩 공항에서 내가 제일 많이 한 일은 기다리는 것이었다. 정시에 뜨고 내리는 게 이상하리 만큼 연착이 일상인 홍콩 공항에서 하염없이 비행기를 기다릴 때 훌륭한 친구가 되어준 곳이 스타벅스다. 이곳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확실히 다르다. 중국에서 “삥메이스(冰美式咖啡=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삥더(冰的=차가운 거) 삥더 삥더”를 아무리 강조해도 3분 안에 다 녹아 버리는 얼음 양을 주던 본토의 스타벅스. 그들에게 지쳤던 나에게는 한줄기 빛이었다. 중국 사람들이 차가운 음식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그들 기준에 넘치는 얼음도, 나에겐 늘 모자랐었다. 홍콩 공항 스벅은 그 차가움에 대한 갈증을 단번에 해소해 준다. 얼음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나 물고 공항을 오가는 세계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뭔가 나도 지구촌의 일원이구나 싶다.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은 글로벌 허브 공항답게 전 세계의 인종이 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오간다. 거대한 깃발 아래 똑같은 옷을 입고 이동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 선글라스를 끼고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는 한국인들, 전통 의상을 고수하는 아랍계 사람들, 멀끔한 슈트 차림의 출장객,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자녀들을 단속하느라 애쓰는 백인 가족, 금방이라도 뜯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가방을 끌고 가는 흑인 산업 연수생 등등 그 시간에 홍콩 공항에 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출발지도, 목적지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지나간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유추하는 망상은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재미있다. 그렇게 멍 때리다가 비행기를 놓칠 뻔한 적도 있다. 그 즐거움 때문에 홍콩 공항의 연착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일본 고베 기타노이진칸의 스타벅스는 그 자체가 관광지다. 일본의 국가등록문화재인 100살 넘은 2층 양식 목조주택을 개조해 스타벅스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스타벅스 매장 14곳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작년 고베에 갔을 때 마침 그 근처에 유명한 케이크 가게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케이크를 살 겸 기타노이진칸으로 향했다. 정오가 되면 사람이 많아질 것을 대비해 오전 시간에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커피를 한잔 하고 케이크 가게가 오픈을 하면 케이크를 사서 숙소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출근 시간이 지난 기타노이진칸 거리는 한산했고, 산책하듯 오르막길을 올라 스타벅스에 도착했다. 흰색과 스타벅스 시그니처 색깔인 오묘한 녹색이 조화를 이룬 그림 같은 집. 내가 두 번째 손님이었다. 주문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가니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 개항기로 돌아간 분위기다. 부잣집 응접실에 와있는 듯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커피와 여유 그리고 복제할 수 없는 유니크한 분위기가 더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창 밖엔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가는 엄마, 뒤늦은 출근을 하는 직장인, 무언가를 배달을 하는 배달원, 이곳을 배경 삼아 웨딩 사진을 찍는 커플, 이제 막 이곳에 도착해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이 보였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에서 지나치는 동네 스타벅스가 또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한 순간을 기억케 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스타 벅스는 그저 흔하디 흔한 프랜차이즈 카페 중 하나일 수 있다. 왜 해외까지 가서 굳이 한국에도 발에 차이는 스타벅스에 가냐고 한다. 하지만, 그곳의 스타벅스는 거기에만 있다. 집 냉장고 문을 가득 붙어 있는 냉장고 자석을 두고도, 또 그 나라나 지역의 이름이 박힌 냉장고 자석을 사는 이유와 같다.  귀국할 때 캐리어가  무거워지는 게 싫은 나는 냉장고 자석 대신, MD 대신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던 순간을 내 기억 속에 남길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만난 인생 카페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