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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Aug 29. 2022

도와줘요! 박솔로몬

모든 문제의 답은 내 안에

  


절친한 후배들이 종종 나를 부르는 특별한 호칭이 있다. 박솔로몬 또는 박솔루션 선생.  성씨에 솔로몬 혹은 솔루션을 더한 별칭이다. 보통은 ‘선배혹은 ’언니라고 부르는데 솔로몬(혹은 솔루션) 선생님이라고 부른다는  초초초 긴급 SOS 요청 신호다. 보통은 일과 관련된 고민이나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할 ,  상황에 매몰되어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을  박솔로몬을 소환한다. 전화일 때도 있고 상황이 시급하거나 여유가 있을 때는 직접 만남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앞뒤 상황을 팩트만 전달받은 후, 내가 그 상황의 당사자라면 어떤 결정을 할지 묻는다. 최대한 상황에 이입해 판단하고 내 의견을 건조하게 전달한다. 그러면 후배들은 천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간 듯한 표정으로 감탄한다. ’역시 박솔로몬 선생님!‘이라는 무한 끄덕임과 쌍엄지를 날리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한결 개운해진 발걸음으로 사라지는 후배들의 뒷모습을 보고 돌아서는 내 발걸음은 오히려 무겁다.       


내가 뭐라고 이런 조언을 하지?     

언젠가 친구가 그랬다. ’넌 남의 일에는 되게 쿨하다.‘ 맞다. 남의 일에는 쿨내가 진동하지만 내 일에는 결코 쿨할 수 없는 사람이 바로 나다. 내 코도 제대로 못 닦으면서 뭐 잘났다고 남의 일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걸까?      


<박솔로몬 상담소>의 문을 두드리는 자들은 객관적으로 나보다 월등히 잘난 사람들이다. 번듯한 집과 차, 탄탄한 커리어, 화목한 가정환경, 훈훈한 통장잔고까지... 어느 하나 내가 나은 게 없다. 아! 그들보다 많이 가진 게 있긴 하다. 차고 넘치는 나이? 이들에게 솔로몬이니 솔루션이니 선생님이란 호칭으로 불릴 자격이라고는 없다는 생각에 부끄러워 밤마다 이불킥을 한다. (언제 중심에 섰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메인 스트림에서도 한참 멀어져 변방에 있고,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로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잘 나가는 선배들을 두고 왜 나한테 SOS를 요청하는지 의아했다. 신박한 해결책을 안겨주는 것도 아니고 고작 말 몇 마디일 뿐인데?       


당사자에게 보이지 않았던 답이 내게 보였던 건 내가 진짜 솔로몬이나 솔루션의 달인이라서가 아니다. 내가 그렇게 쿨할 수 있는 이유는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로몬이라고 불린 건 나지만, 문제의 답은 분명 다 자신들의 안에 있었다. 자신 안에 존재하는 답이 불안 혹은 현실이라는 막에 쌓여 보이지 않을 거다. 본인도 답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연계된 사람과 상황을 다각도로 생각해야 하는 당사자는 쉽게 결론을 낼 수 없다. 하지만 박솔루션은 제삼자이기에 감정도 빼고, 오직 팩트로만 결론을 낸다. 그러니 나의 답은 늘 명쾌하고, 심플했다. 자신의 머릿속에서는 엉킨 털실 뭉치처럼 답이 없던 문제를 한 큐에 해결하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 정작 내 문제는 전전긍긍, 오락가락, 질척질척한다는 걸 아무리 설명해도 후배들은 믿지 않는다. 나의 박솔로몬 선생님은 절대 그럴 리 없다며.       


얼마 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예고도 없이 갑자기 오픈했던 <박솔로몬 상담소>. 40분이 넘는 통화 끝에 상담소의 문을 닫으며 생각했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내 문제를 나도 남처럼 바라보면 답이 보일까? 타인에게 조언해주듯 팩트로만 판단해 결론을 내리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이어졌다. 마음의 눈을 질끈 감고 있어 못 찾고 있는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답은 내 안에 있는 게 분명할 테니 팩트라는 아프디 아픈 현실부터 하나하나 점검해 봐야겠다. 핑계 대지 말고, 변명 뒤에 숨지 말고 남이 보듯 객관적으로. 나도 나에게 박솔로몬 선생님이 되어줄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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