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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Aug 31. 2022

마이너스의 대화, 플러스의 대화

대화의 쾌감을 느끼는 주체는 누구인가?


사람들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땅으로 가라앉을 듯 기운이 빠지는 때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해가 지고 자정이 넘도록 수다를 떨었는데도 기운찬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때도 있다. 전자가 마이너스의 대화를 한 때고 후자가 플러스의 대화를 한 때다. 분명 맛있는 음식과 다채로운 수다로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는 건 같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다.       


마이너스의 대화를 구성하는  가지 요소가 있다.  번째는 뒷담화.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험담은 잠시의 재미는 되겠지만, 내가  자리에 없는 순간 나도 타깃이   있겠다는 불안이 은은하게 내려앉는다.  번째는 자기 비하. 위로와 응원이 필요하다면 차고 넘치게    있다. 하지만 자신을 비난하기 바빠 일어설 의지가 없는 사람을 남이 일으켜 주기는 불가능하다. 뼛속 깊은 우울과 자신을 향한 경멸에 가득  사람을 환영할 사람은 없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사람은 남도 쉽게 헐뜯기 마련이다.  번째는 부정적인 생각. 새로운 시도, 도전을 앞둔 사람에게 걱정을 가장한 부정적인 기운을 전염시키는 경우를 본다.  부정적인 결과를 얻었던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결과만 보이니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김을 빼는 일이 흔하다. ’이게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야라고 세상 좋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말하지만,  걱정 가득한 조언을 듣고 나면 오히려 힘이 빠진다.      


반대로 플러스의 대화를 구성하는 요소 또한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깨달음.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도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 얻은 생각이나 행동의 변화라는 한층 진화된 결론에 닿는다. 단순히 누군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잘못됐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모습에 영향을 받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으로 끝을 맺는다. 두 번째는 미래를 위한 계획. 플러스의 대화를 나누는 사람 중 감나무 아래 누워서 감이 떨어지기만 바라는 사람은 없다. 감을 먹기 위해 장대든 사다리든 장비를 동원하고, 몸을 움직여 감을 따낼 계획을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말한다. 말을 내뱉는 순간,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플러스의 대화를 만든다. 세 번째는 따뜻한 응원. 위법행위이거나 사회를 전복시킬 위험한 계획이 아닌 이상 무슨 뜬구름 잡는 계획을 말하든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다. ’ 너는 분명 잘 해낼 수 있다 ‘는 말, 그거면 충분하다. 지갑을 열어 물질적으로 해주는 응원은 여러 가지 계산해야 하지만, 말로 해주는 응원은 쉽고 효과가 빠르다. 새로운 도전 앞에 본인조차 확신이 없을 때, 누군가가 해 준 그 응원의 한 마디가 보약 한 사발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곤 한다.       


마이너스의 대화와 플러스의 대화. 두 대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쾌감을 느끼는 주체가 누구냐다. 말을 하는 사람이 자신 안에 켜켜이 묵은 감정을 배설하는 쾌감을 느끼기만 한다면 마이너스의 대화고, 듣는 사람이 자신 안에 겹겹이 쌓인 불안을 지우는 쾌감을 느낀다면 플러스의 대화다. 대화는 말을 주고받는 거지 말하는 사람만 일방적으로 주체가 되는 게 아니다. 듣는 사람도 분명 대화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종종 그 사실을 잊곤 한다.      


분명 푸념이나 하소연, 신세타령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하지만 매번 그것들로만 점철된 대화는 서로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마이너스인 대화가 이어지는 관계는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휴대폰에 뜬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받고 싶지 않다 느낀다면 그 전의 대화들에서 마이너스의 기운을 넉넉히 느꼈을 게 분명하다. 만났을 때 마이너스의 대화를 하는 모습이 뻔히 보인다면 서서히 그 관계를 정리할 타이밍이라는 신호다. 길고 긴 수다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생각해 본다. 오늘도 수 없이 많은 말을 내뱉고 들었던 나는 오늘 플러스의 대화를 했나? 마이너스의 대화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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