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처럼 등을 꼭 붙이고 있는 장점과 단점
요가를 시작한 지 3년 차, 세 번째 매트가 홍콩에서부터 날아왔다. 주문한 지 일주일 만에 집에 도착했다. 진한 남색 바탕에 보라색 마블 무늬가 꼭 밤하늘의 오로라를 닮았다. 주문 창에서 색상을 선택하며 상상했다. 이 황홀한 컬러의 매트 위에서라면 요가를 하면서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지난 1월 초 생일 전후로 받은 축하금을 모아 그간 가지고 싶었던 취미생활용 장비들을 하나하나 마련하고 있다. 필요성은 일찌감치 느꼈지만, 선뜻 목돈을 떼어 쓰기 부담스러워 오래도록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물건들이었다. 생일축하금을 열쇠 삼아 오래 봉인되어 있던 장바구니의 물건들을 꺼냈다. 등산용 고어텍스 재킷과 함께 새 요가 매트를 장만한 건 이번 생일을 오래 기억할 기쁨의 소비가 됐다.
나의 첫 요가 매트는 입문자에게 제격이라는 대만제품이었다. 그 제품을 고른 이유는 단 하나, 가성비 때문이었다. 쉽게 질려하는 내가 언제 돌연 마음이 변해 요가를 그만둘지 모르니 많은 돈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 그만두더라도 후회하거나,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정도의 비용만 들여야 했다. 가성비 인간에게 그 어떤 것 보다 중요한 기준이었다. 어딜 가든 뭘 하든 좀 모자라고, 뒤처지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요가는 좀 달랐다. 예상외로 나는 요가에 재능이 있는 몸이었고, 가성비 좋다는 그 제품으로 금세 중급자의 실력을 따라잡았다. 나도 몰랐던 내 몸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쁨에 나는 더 요가에 빠져들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고무고무 유전자 덕분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고난도의 자세가 가능했다. 그 재미에 빠져 집중하다 보니 가성비 좋다는 첫 매트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께가 얇아 무릎에 배기고, 땀이 나면 미끄러져 자세 잡기 힘들었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첫 매트 보다 상급의 두 번째 매트를 구입했다. 무게는 첫 매트에 비해 묵직했지만 그만큼 도톰해 배기는 느낌도 없었고, 잘 밀리지도 않았다. 새 매트를 산 기쁨도 잠시, 곧 단점이 보였다. 잘 밀리지 않는다는 건 땀이나 손의 기름기가 표면에 머물지 않고 사라진다는 뜻이다. 과연 그렇다면 그것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휘발성 물질이 아니니 공기 중으로 날아갈 리 없고, 갈 곳은 단 하나. 매트 속뿐이었다. 땀이 떨어지거나, 손에 땀이 찬 상태로 바닥을 짚으면 어김없이 흔적이 남았다. 기름기가 섞여 있어 물티슈로 닦아도 소용없었고, 전용 클리너로 닦아 봐도 새것처럼 돌아오지는 않았다. 아무리 관리해도 지저분하게 남는 땀자국을 볼 때마다 민망했다. 이 구역의 제일가는 수련자라도 되는 듯 곳곳에 남아 있는 흔적들이 오히려 나를 더 움츠리게 했다. 다음 매트를 찾아 나서야 하는 순간이 온 거다.
밀리지도 않고, 손자국도 안 남는 제품을 찾아 많은 후기들을 살폈다. 그러다 운동복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스포츠웨어 브랜드까지 눈에 들어왔다. ‘샤넬급‘이어서가 아니라 이전 매트들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기능에 혹해서다. 밀리지도 않고, 손자국도 안 남는다는 매트가 홍콩에서부터 날아오는 일주일을 즐겁게 기다렸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 도착했기 때문에 아직 써보지는 못했다. 고무 냄새가 날아가도록 주말 내내 바깥바람이 닿도록 널어 두었다. 오늘 저녁 새 매트와 함께하는 첫 수업이 기다려진다. 새 매트 위에서 요가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다 보니 문득 질문 하나가 머릿속을 스쳤다. 과연 이 매트의 단점은 언제부터 보일까?
처음에는 장점에 취해 있다 보면 단점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서서히 장점은 희미해지고, 단점은 크고 선명하게 보인다. 요가 매트뿐만 아니다. 세상 모든 것들은 처음에는 장점이 주로 보이지만 차차 단점이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단점이라고 느끼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존재감이 커진다. 장점이라 생각했던 것까지 단점으로 뒤덮이는 순간 더 이상 예전처럼 볼 수 없다. 신중하다고 생각했던 그 행동이 답답함으로 느껴지고,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느꼈던 그 행동이 감정적으로 느껴진다.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처럼 등을 딱 붙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내게는 단점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내게는 장점이 되는 건 시각의 차이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무수히 많은 장점에 눈을 감고, 작은 장점에 휘둘렸던 나의 지난날 들이 떠오른다. 내가 불평불만이 많고, 부정적이었던 이유는 늘 단점부터 보는 습관 때문이었다. 지금도 완전히 장점보다 단점을 보는 습관을 완벽히 고치진 못했다. 그래도 단점이 있으면 멀지 않은 곳에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의식하고 있다. 그래서 장점을 향해 레이더를 바짝 세우고 눈을 부릅뜬다. 사소한 장점이라도 그 장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과 아닌 건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단점보다 장점부터 찾는 작은 습관은 의외로 삶의 만족도를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