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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May 04. 2023

몸은 시선을 따라갑니다

시선과 몸 사이에 생긴 시차 대처법

아무리 충전해도 몇 번 쓰지 못하고 방전되는 오래된 배터리 같은 몸 상태다. 값비싼 영양제를 욱여넣어도, 먹으면 힘이 난다는 보양식을 먹어도 그때뿐이다. 그래서 체력 소모가 많은 아쉬탕가나 필라테스를 요리조리 피한다. 대신 요가센터 시간표에서 힐링, 테라피 같은 단어가 붙은 수업만 찾아 듣는다. 몸이 무겁다는 핑계로 운동을 피하지 않으려는 알량한 자존심이다.     

 

매주 수요일 마지막 타임은 요가링을 이용한 소도구 요가 수업이다. 물 먹은 스펀지처럼 피로를 잔뜩 머금은 몸뚱이를 일으켜 요가 센터로 향했다. 뭉친 근육을 요가링으로 풀어주는 수업을 앞두고 각자 워밍업이 한창이었다. 밤 9시 정각이 되자 선생님이 입장하고 수업이 시작됐다. 선생님의 목소리를 BGM 삼아 멍하니 요가링을 이용해 앉은 상태에서 상체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비트는 동작을 할 때였다.      


“몸은 시선을 따라갑니다”     


요가할 때 자주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유독 이 한마디가 내 귀에 꽂혔다. 굼벵이처럼 자꾸만 동그랗게 말리는 등을 바르게 세우기 위해서는 기립근에 힘을 주기 전, 일단 고개를 들어 시선을 먼 곳에 둬야 한다. 비틀기 자세라면 보통 꼬는 방향 어깨너머면 충분하다. 시선을 멀리 두면 몸은 바르게 세워지고 원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자미눈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눈동자만 움직여 눈을 흘기는 게 아니라 눈동자를 포함한 시야를 움직여야 한다. 요가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시선을 시작으로 뼈와 근육의 방향을 틀면서 생각했다.      


지금 내 시선은 어디를 향해 있을까?     


시선, 즉 눈이 가는 길이 곧 몸이 가는 길이여야 하는데 과연 나는 그렇게 가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몸이 먼저 성급하게 움직인 건 아닌지 돌아봤다. 몸과 마음의 시차가 생기면 쉽게 탈이 난다. 마찬가지로 몸이 시선을 따라와 주지 않으면 마음이 고장 난다. 시선을 서두르게 하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분수에 넘치는 욕심, 과유불급 목표, 과한 기대라는 ’ 삼박자‘가 만든 결과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는 시선을 일단 잡아 세웠다. 시선이 있어야 할 곳은 한참 지난 과거도 아니고 까마득히 먼 미래도 아니다. 그저 어깨너머, 그거면 된다. 시선을 움직이고 그 방향으로 고개-> 목-> 몸통 순서로 차근차근 움직이면 된다. 그러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내 몸이 가 있다. 내가 원했고, 가졌던 수많은 결과가 그 증거다. 쫓기듯 내리는 결정은 결국 후회로 돌아온다. 조급해하지 말고 일단 원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두고, 차근히 움직인다. 서두르지 말고 내 속도와 방향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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