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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Mar 22. 2018

혼자하는 여행은 짧은 연애와 같다 - (5)  상황대처

혼자 떠난 시즈오카

니혼다이라까지 올라가는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 1시간! 차디찬 겨울 산바람에 맞설 자신이 없어 대피소를 급하게 찾았다. 에이와학원대학이다. 정류장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푸른 제복을 입은 수위 아저씨 뒤로 긴 계단이 보인다. 가끔 학생들이 오간다. 아! 저기다! 저곳이라면 몸도 마음도 지친 나를 쉬게 해줄 공간이 있을 것이야!!     


아마 학교 정문은 아니고 쪽문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학생이라기엔 얼굴에 세월의 연륜이 가득하니 우선 마스크로 가린다. 미세먼지와 감기 때문에 한국에서부터 늘 가방 한구석에 자리 잡은 일회용 마스크다. 이 마스 크란 게 이 나라에서는 마성의 아이템이다. 마스크 사용 비율로는 아마 세계 최고가 아닐까 싶은 나라이다 보니, (물론 나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마스크만 쓰면 관광객인지 현지인인지, 학생인지 외부인인지 딱히 티가 안 난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으로 떠나는 혼자 여행자에게는 필수품이다.      


수위 아저씨의 눈을 피해 재빨리 학교로 잠입했다. 사실, 나는 일본 대학교 잠입이 처음이 아니다. 시작은 교토의 도시샤 대학교였다. 애정 하는 시인 윤동주님께서 유학했던 그곳에 그분의 시비가 있다 하여 관광지들을 뒤로하고 그곳을 찾아갔었다. 한국에서부터 챙겨간 고국의 소주도 한 병 올렸다. 간 김에 학교 구경도 하고 학식도 먹고 일반적인 여행자들이 잘 하지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기억이 좋아서 여행 때면 한 곳 정도는 들르려고 애쓴다. 각 지역의 수재들이 모여 있다는 교토대, 홋카이도대, 대만 사범대, 코타키나발루 사바 주립대 등등 역사가 오래된 학교들은 그 자체로 문화재다. 또한 만국 공통으로 대학가의 저렴한 물가와 특유의 분위기는 꾸미지 않은 현지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깊이 들어가지 않고 눈에 보이는 건물 1층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학생회관은 아니어도 자판기와 간단한 간식을 파는 매점, 테이블이 있는 휴게 공간이다. 몇몇 테이블에서 학생들은 혼자 공부를 하기도 하고 친구와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나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하나 차지했다. 그제야 마스크를 벗고 홍차를 하나 사서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그제야 마음의 안정과 평화가 밀려들었다. 혼자의 여행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은 잠시 회로의 혼란을 불러 오지만, 그 위기만 극복한다면 작은 성취감들이 나를 채운다. 일상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쾌감이 아마 나를 또 여행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홍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이런저런 공상을 하고 일본 대학생들의 모습을 엿보다 보니 훌쩍 한 시간이 흘렀다. 버스 시간에 맞춰 자리를 정리하고 총총 정류장으로 향했다. 1시간을 기다린 덕에 타게 된 니혼다이라 로프웨이행 버스. 아까 탔던 시내버스와는 다른 구조다. 마치 관광버스나 고속버스처럼, 깊고 큰 의자들이 빽빽이 자리 잡은 버스였다. 아마 굽이 굽이 산길을 올라가야 하다 보니 승객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었을 듯싶다.     

  

약 30분 정도?? 산길을 한참 올라간 버스는 로프웨이 주차장쯤에 승객들을 토해냈다. 두리번두리번거리기도 잠시, 사람들이 가는 방향을 따라가다 보니 매표소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신사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구노잔토쇼구신사(도쿠카와 이에야스의 무덤과 그가 사용했던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음)는 패스하고 로프웨이를 타서 보이는 풍경 구경을 무척 기대했다. 그런데 뭐 남해 보리암 같은 분위기에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햇빛 좋은 명당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계신 냥선생님


드디어 내가 바라고 고대하던 니혼다이라 호텔로 향하는 것이다. (보지는 않았지만) 일본 드라마 <화려한 일족>에서 기무라 타쿠야의 호화 대저택으로 등장한 골프장이 딸린 리조트 형태의 호텔이다. 넓은 통창으로 펼쳐지는 후지산 전망이 일품인 곳! 바로 그곳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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