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말에 대처하는 법
2024년 그럴싸한 말로 퍼스널 브랜딩, 현실은 인스타 계정 키우기를 목표로 이것저것 공부와 실험 중이다. 퍼스널 브랜딩이나 SNS 성공담에 관한 책을 읽으며 이론과 맥락을 찾는다. 현실 속에서는 열심히 활동 중인 파워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를 분석한다. 그중 의류 사업을 하면서 유쾌한 가족 동영상을 주로 올리는 인플루언서의 릴스를 보다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할까? 궁금해 댓글을 확인했다. 가장 많은 ‘좋아요’와 작성자가 좋아하는 댓글로 빨간색 하트 표시가 박힌 댓글은 이런 내용이었다.
왜 이렇게 한주먹거리세요?
아내가 버리려 했던 터틀넥 스웨터에 배기팬츠를 갖춰 입고 가수 박진영의 그때 그 시절 춤을 추는 영상이었다. 여성 옷에 남성 골격을 구겨 넣었으니, 비율은 우스꽝스러웠고 경박한 몸짓으로 파닥거리는 모습은 누가 봐도 누군가를 웃기기 위한 영상이었다. 그때만 해도 주인장의 캐릭터를 잘 몰랐던 나는 이 댓글을 보고 싸우자는 건가 싶어서 흠칫 놀랐다. 하지만 이 댓글에 주인장이 달아 놓은 댓글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반주먹거리 아니어서 다행이다 휴
정작 당사자들은 별 신경 안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예민미가 폭발하는 시즌인 내 기준에서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불쾌할 수도 있는 댓글도 기꺼이 장단에 맞춰주고 유쾌하게 받아치는 내공에 저절로 무릎을 꿇었다. 인플루언서 하려면 이 정도 센스가 있어야 하나 보다.
이 댓글을 본 후 지난날, 내 글에 달린 불편한 댓글들을 떠올려 봤다. 처음에는 설득을 하다가 반박하기도 했고, 결국 그 어떤 대댓글도 달지 않게 됐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한동안은 아예 댓글 창을 닫아 두었다.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회피형 인간이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그럴싸한 자기변명에 갇히고 말았다.
언젠가, 창작하는 분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연스레 비슷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 있다. 나만 보고 말 일기가 아닌 세상의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며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자주 부딪히는 현실이다. 불편한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솔직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타고나기를 멘털이 튼튼한 분도 계시겠지만 슬프게도 다들 부딪히고 깨지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하나의 정답은 없고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맞는 자신의 방법만 있을 뿐이었다. 방식은 달라도 결국 그런 반응에 발목 잡히지 말고, 가던 길 가라는 결론이었다. 필요한 것만 취하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라는 뜻이었다.
‘왜 이렇게 한 주먹거리냐’는 댓글에 ‘반주먹거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는 대댓글을 달만큼의 내공과 센스를 갖추려면 얼마나 다채롭게 얻어맞아야 할까? 응원하는 100개의 댓글 보다, 상처 주는 1개의 댓글을 끌어안고 끙끙거리기가 취미인 내게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는 일이다.
세상에는 작정하고 상처 주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가장 큰 목적은 내가 던진 상처를 상대가 받아 들고 아파하는 걸 보는 거다. 그 장단에 휩쓸리면 당사자는 괴로울 뿐이다. 그런데 이 진리를 역으로 돌려 보면 상대가 상처 줄 작정을 하고 아픈 말을 던지더라도 내가 상처로 받아 들지 않으면 그만이다. 상대가 한주먹거리로 나를 봐도, 내가 명백히 한주먹거리가 아니면 된다. 불편해지라고 던진 말을 불편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허공에 사라질 뿐이니까. 불편한 말에 대처하는 법은 이렇게 의외로 간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