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잘 팔리는 책을 쓰고 싶어』가 필요한 이유
잘 팔리는 책을 쓰고 싶다. 두 번째 책, 세 번째 책 계약서에 사인하고 원고를 쓰는 내내 생각했다. 작가 지망생 시절, 내 이름이 박힌 책 하나를 갖고 싶다는 희망으로 처음 글을 쓸 때와는 목표 지점이 달랐다. 책은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잘 팔려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책은 작가의 로망이 아니라, 결국 팔려야 하는 상품이니까.
출판의 ’ㅊ‘도 모르는 하룻강아지는 책이 나오기만 하면 팔리는 건 줄 알았다. 잘 쓰고, 잘 만들면 눈 밝은 독자들이 찾아서 읽어 줄 거라고 생각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인기 작가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믿었다. 하와이에 작업실을 마련하려고 현지 부동산 시세까지 알아봤을 정도니까. 어디서 그런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나왔는지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좋게 말하면 신인의 패기, 현실은 출판 무식자의 무지였다.
출판 업계가 불황이라 해도 어쩌면 나만큼은 예외일 거라는 오만한 기대를 품고 출항했다. 하지만 출간 첫날, 현실이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혔다. 매일 신간이 폭우처럼 쏟아진다. 날고 기는 사람들이 쓴 책도 조용히 사라지는 게 현실. 그 사이 나는 일개 무명작가였다. 출간 직후 아침마다 판매지수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열었다. 판매지수와 판매량 순위가 내 책을, 그리고 나라는 작가를 평가하는 잣대로 보였다. 판매지수에 잠깐 웃고 꾸준히 울었다. 이 장면은 출간 때마다 반복됐다. 상위 1% 초인기 작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가가 이렇겠지? 매일 아침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고삼차를 뒤집어쓴 기분으로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이 혼자는 아닌 거 같아 덜 외로웠다.
『이왕이면 잘 팔리는 책을 쓰고 싶어』라는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지난겨울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하면서부터다. 추천사를 부탁하는 메일을 읽다가 헉하는 소리가 났다. 추천사를 써야 할 책 제목을 확인하자마자 교묘히 숨기고 살던 욕망을 들킨 기분이 들어서. 당시 가제는 『이왕이면 팔리는 책을 쓰고 싶어』였는데 최종 제목은 ’잘‘이 하나 더 붙었다. 그 ’잘’이라는 부사 하나에 담당자들이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지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책은 그냥 팔리는 것보다 ‘잘’ 팔리는 게 중요하니까.
이윤영 작가님 책을 몇 권 읽어 본 적은 있지만 직접 뵌 적도 없고, 출판사와도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그저 제목에 마음을 빼앗겨 난생처음 해 보는 ’추천사 쓰기‘에 도전했다. 가제본 원고를 읽는 내내 입에서는 연신 아쉬움이 터져 나왔다. 이 책을 작가 지망생 시절에 읽었다면 나는 덜 헤매지 않았을 텐데 싶어서.
작가 지망생 시절은 물론 지금도 종종 책 쓰기나 출간 관련 책을 꾸준히 읽었다. 『이왕이면 잘 팔리는 책을 쓰고 싶어』는 그 수십 권의 책 내용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해 엑기스만 담은 책이다. ‘책을 쓰고 싶다‘라는 마음을 먹은 사람들에게 다음 단계는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내비게이션처럼 알려준다. 특히 각 장 마지막에는 셀프 체크리스트를 배치했다. 이건 출간 과정에서 놓치는 게 없는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부분은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예비 작가들에게 실행력을 높여주는 장치다.
독자보다 작가가 많다는 시대에 책을 내고 보니 책을 낸다고 끝이 아니었다. 내 글에 누군가의 돈과 노력을 더해 책이라는 하나의 상품이 된다면 책은 오롯이 작가의 것만이 아니다. 팀플 과제처럼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각자 책임감을 갖고 역할에 매진한다. 책이 잘 팔리는지는 편집자, 마케터만의 책임과 성과가 아니다. 작가는 원고를 쓰는 순간부터 팔리는 책을 생각해야 한다. 팔리는 책은 글쓰기 출발점부터 다르니까. 그래서 매번 묻게 된다. 나는 지금, 팔릴 글만 한 쓰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