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은 내 몸이 성장한다는 증거
요가센터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은 뭘까? 아마 “내일 근육통이 올 거예요”가 아닐까?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 3월. 요가센터에 가면 상담받는 예비 신입 회원들로 안내대 앞이 북적인다. 새해의 시작 1월 1일도 지났고, 설도 지났으니 무언가를 시작하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때다.
새로 온 사람들은 대부분 1일 체험권으로 수업을 듣는다. 데스크 선생님은 수업에 들어가기 전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신입에게 잘 맞는 수업은 어떤 수업인지 천천히 설명한다. 요가 경험자가 아니라면 초심자는 대부분 토끼 눈을 하고 데스크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한다. 전학생을 데리고 교실로 들어가는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데스크 선생님이 대여용 매트를 들고 초심자들이 그나마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는 맨 뒷줄에 자리를 잡아 준다. 데스크 선생님이 수업할 선생님께 오늘의 신입 회원이 어깨가 약하다거나 허리 통증이 있다거나 하는 정보를 인수인계한다.
수업이 시작되고, 동작이 진행될 때 신입 회원에게는 조금 더 다정하고 따뜻하게 자세 교정을 해 준다.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은 수업이 어땠는지 묻고, 신입 회원이 매트를 반납하기 위해 데스크 선생님께로 향한다. 매트를 받으며 첫 수업에 대한 소감을 묻는 선생님은 대화의 마무리에 잊지 않고 꼭 건네는 당부가 있다.
“내일 근육통이 올 거예요.
쓰지 않던 근육을 써서 그런 거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오늘 집에 가시면 꼭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몸을 풀어 주세요.
그리고 푹 주무세요.”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난다. 데스크 선생님의 한결같은 다정함에 1차 미소. 5년 전 처음 요가를 하고 난 다음 날 근육통 때문에 갓 태어난 새끼 기린처럼 걸었던 내가 떠올라서 2차로 웃음이 터진다. 처음 헬스장에 갔을 때도 심한 근육통 때문에 시작하자마자 며칠을 쉬어야 했다. 결국 근육통 약을 먹으며 꾸역꾸역 3개월만 채우고 그만뒀다.
요가를 시작할 때는 헬스보다 강도가 약할 거라는 얕은 생각으로 요가 센터에 갔다. 1일 체험권을 끊고 헬스장 1일 차 때의 근육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근육통을 얻었다. 근육이라고는 없는 몸인데 근육통은 어김없이 왔다. 헬스는 그렇다 치고, 요가마저 포기하면 영원히 운동이랑은 담쌓고 살 거 같아 바로 6개월권을 끊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1년, 2년... 어느새 5년 넘게 요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요가한 다음 날은 근육통에 시달리는 중이다.
초반에는 근육통이 덜해질까 싶어 주 3일 하던 수업을 주 5일로 늘렸다. 매일 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근육통은 사라지지도, 줄어들지도 않았다. 욱신거리는 고통에 지쳐 어느 날 선생님을 붙잡고 물었다.
“선생님, 왜 요가를 매일 해도 근육통이 생기는 거예요?”
“그건 매일 다른 부분의 근육이 자극되기 때문이죠.
똑같은 동작을 해도 그날의 날씨, 기분, 강도, 순서에 따라
근육이 다른 자극을 받거든요.
근육통은 내 몸이 성장한다는 증거니까
아프고 괴롭다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기쁘게 받아들이세요.”
그 말을 듣고서야 근육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 ’너, 과거에 운동 열심히 안 했지? 그래서 오늘 힘든 거야 요놈아!‘라고 근육이 혼내는 느낌이었다. 근육통이 느껴지면 내가 운동을 제대로 했구나 하고 뿌듯하게 여긴다. 잘 쓰지 않았던 구석구석의 근육까지 부지런히 써서 운동했구나! 셀프 칭찬을 한다.
고통은 피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살다 보면 피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고통을 마주하게 될 때가 많다. 그때마다 내가 나약해서라고 자책했다. 멍석말이라도 당한 듯 몸과 마음이 욱신거릴 때, 이제는 선생님의 그 말을 떠올린다.
’근육통은 내 몸이 성장한다는 증거다!‘
내일 또 근육통이 오겠지만 오늘도 요가 매트를 깐다. 지금 내가 아픈 이유는 몸과 마음의 근육이 생기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면 고통이 두려운 게 아니라 오히려 반가운 존재가 된다. 물렁살들이 사라지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근육이 자극받고,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크게 앓고 나면 쑥 크는 아이들처럼, 통증이 내 몸과 마음을 훑고 지나가면 한 뼘 더 커진 나를 만날 수 있다.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몸을 일으키면 허벅지와 척추 근육이 동시에 비명을 지른다. 어제저녁 수업에서 피크 자세로 한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위를 바라보는 활 자세)의 여파다. 근육통의 원인을 곱씹다가 금세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 어제 나 운동 제대로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