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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Apr 26. 2021

가정교육이 시급합니다

거짓말하는 자녀, 포기하실 건가요?

14년 차 교사가 백만 원대의 월급을 받으며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도 아니었고 실제 통장의 빈약함을 느끼는 중이다. 내가 이 제도를 쓰게 된 이유는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것도 있지만 보다 직접적으론 현 근무지의 복잡한 사정 때문인데, 부부교사인 동료 선배가 본인의 남편에게 하소연한 후 들었던 말의 워딩도 '거짓말하지 마, 소설 쓰지 마'였다고 하니 나는 다른 직업이거나 전업주부인 지인들에게 어떠한 공감도 기대할 수 없었다. 뭔가 이해를 해주는 듯하다가도 말끝에는 항상 "그래도 선생이 제일 편하다"가 따라붙었다. 그래서 경력이 쌓일수록 타직업인 사람들 앞에서는 입을 다물게 된다. 그런데 속에 쌓아둔 게 차고도 넘치게 되면 자연히 어딘가 쏟아낼 수밖에 없다. 육아휴직 후 몇 년 만에 회사에 복직한 친구에게 나도 모르게 얘기를 털어놓았더니 "너는 순수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뭐가 힘드니? 세상에 이상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하며 호강에 겨운 소리 취급을 받았다. 나는 괜한 소리를 했다고 뒤늦게 후회를 했다.


"요즘 세상에 그런데가 어딨니?"


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저 말이 '위로'이면서도 '절망'스럽다. 위로가 되는 것은,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이 남들 보기에도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고통이 결코 개인의 유리멘탈때문이 아님을 '인정'받는 것이니 아주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절망은, 말 그대로 절망이다.


돈을 포기하고 정신적 자유를 갈망했던 나는 학기초, 그게 부질없는 도피였노라 비웃는 듯한 일을 겪게 됐다. 어린애의 거짓말에 농락당한 것이다. 이런 일은 드라마나 뉴스에서만 봤지 내가 그 당사자가 될 줄이야. 진실은 며칠 밝혀졌다. 그러나 인간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자존심이 많이 상했고 배신감도 컸다. 사건은 본질에서 벗어난 채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고, 학교는 애초부터 피해자인 나를 제외시킨 채 해결의 판사봉까지 두드려버렸다. 시끄러워지기만 할 테니 나는 더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나는 좌절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친절한 말투와 상냥한 표정을 장착했다. 아이의 순수함은 이미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 해도, 어떻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지어내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더 안타까운 건 학부모분들이 자녀의 말을 믿는다는 사실. 솔직히 우리도 다. 그게 믿겨서 믿는다기 보다 믿고 싶으니까 믿는 것이라는 걸. 그러나 교육적인 면에서 볼 때 아이의 성장에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각자의 교육방식이 있겠지만 글쎄, 인간에겐 보편적 도덕이라는 게 있다.


번 일에 대해 '아이들이 발달단계상 거짓말을 하는 시기'라고 위로하는 동료가 있었다. 도덕성이 나이에 비례하는 것이던가? 유치원생이라고 예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성인이라고 매너를 갖추는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만 놓고 봐도, 6학년에서 일어나는 생활지도 문제가 1학년에선 안 일어날 것 같은가? 그 수준이 약간 덜 매운맛일 뿐이다. 저학년 교실에서도 인간사회의 모든 형태를 다 느낄 수 있다


학교 민원에 예민하다. 시끄러운 게 싫고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당한 요구와 비판은 조직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소리를 높이는 명백한 사회적 손실이다. 장 나를 봐도 모든 사기가 꺾이고 '영혼 없이' 근무할걸 그랬다며 후회하고 있지 않은가. 어쨌든 나는 앞으로 어디서도 입을 점차 다물게 될 것 같다. 교사들은 이런 식으로 과묵해지는 걸까. 


교사들은 웬만하면 참는다. 어리석을 정도로 참는다. 의기소침해있는 내게 한 선배는 '그냥 흘러지나갈 일이다, 이것보다 더 큰일도 있다, 30년 동안 사표 던지고 싶었던 일이 왜 없었겠냐'라고 했다. 나도 경력에 비해 직간접 경험이 많은 편인데 그걸 모를 리가. 많은 교사들은 '어른이 아니고 아이이니까, 직장 생활은 계속되어야 하니까'로 지금도 도를 닦고 있다. 타학교 동료들에게 이 일을 말했을 때 모두들 경악했고 명백한 교권침해라고 성을 냈지만, 나는 그냥 근무지에서 '겉으로 잠재워진' 평화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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