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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Mar 19. 2024

뒤로 가기

기차는 역방향이었다

서두르지 그랬냐는 핀잔에 나는 수긍하였고

술술 풀리고 쭉쭉 나아가는 순방향에 군침을 흘리며

그렇게 나는 반대로 갔다


왜 안 어지럽지?

멀미는 시각 정보와 신체 정보가 다를 때 겪게 되고

전정기관이 예민할수록 심하다는데

순조롭지 않는 내 속이 편안한 걸 보니 이상하다

꽤 균형이 있나봐

아니라면 어때

두 살까진 시각자극에 주로 의지해 전정기관과 충돌이 없다고 한다

오호라, 중간이 아니라면 한쪽으로 올인해보겠다 


반대로 앉았지만 풍경은 반대가 아니었다

다른 면이 먼저 보이는 것일 뿐

바르게 앉은 사람들은 남쪽이

나는 그 남쪽의 뒷면이 가장 먼저 보였다

보고 지나는 건 다 똑같은데 

시간차 그건 또 얼마나 중요하다 떼를 쓸는지


산 하나를 도니 두꺼운 안개였다

터널을 하나 지나니 거짓말처럼 투명했다

누구의 개입도 없이 뿌옇다 맑아졌을 뿐 

좌절치 말자, 네 좌절에는 근거가 없다

상과 벌이 네 과오에 따른 것만은 아니니 

단지 조금 나아가다 만난 햇볕이나 그림자였을 거다


뒤로 달리는 건 내게 꼭 필요한 순간이었다


기차를 타기 전날 처음으로 보톡스를 맞았다

부득부득 이를 가는 근육에 힘을 빼준단다

나는 그렇게라도 꽉 다문 입을 풀어줘야했다 

팽팽히 조준된 시간을 살짝 놓아줘볼까

널을 뛰던 아찔함은 그렇게 사라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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