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역방향이었다
서두르지 그랬냐는 핀잔에 나는 수긍하였고
술술 풀리고 쭉쭉 나아가는 순방향에 군침을 흘리며
그렇게 나는 반대로 갔다
왜 안 어지럽지?
멀미는 시각 정보와 신체 정보가 다를 때 겪게 되고
전정기관이 예민할수록 심하다는데
순조롭지 않는 내 속이 편안한 걸 보니 이상하다
꽤 균형이 있나봐
아니라면 어때
두 살까진 시각자극에 주로 의지해 전정기관과 충돌이 없다고 한다
오호라, 중간이 아니라면 한쪽으로 올인해보겠다
반대로 앉았지만 풍경은 반대가 아니었다
다른 면이 먼저 보이는 것일 뿐
바르게 앉은 사람들은 남쪽이
나는 그 남쪽의 뒷면이 가장 먼저 보였다
보고 지나는 건 다 똑같은데
시간차 그건 또 얼마나 중요하다 떼를 쓸는지
산 하나를 도니 두꺼운 안개였다
터널을 하나 지나니 거짓말처럼 투명했다
누구의 개입도 없이 뿌옇다 맑아졌을 뿐
좌절치 말자, 네 좌절에는 근거가 없다
상과 벌이 네 과오에 따른 것만은 아니니
단지 조금 나아가다 만난 햇볕이나 그림자였을 거다
뒤로 달리는 건 내게 꼭 필요한 순간이었다
기차를 타기 전날 처음으로 보톡스를 맞았다
부득부득 이를 가는 근육에 힘을 빼준단다
나는 그렇게라도 꽉 다문 입을 풀어줘야했다
팽팽히 조준된 시간을 살짝 놓아줘볼까
널을 뛰던 아찔함은 그렇게 사라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