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너졌다

너를 사랑하지않는게 아니야, 사랑하려고 그러는거야

by 나는엄마야

이건 나약함이 아니라, 육아 과부하였다


요즘 나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내 반응을 돌아보려고 애썼고, 아이도 한결 안정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괜찮아졌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무 예고 없이 무너졌다.


지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여유가 없었다. 그냥, 너무 힘들었다. 아이의 말소리가 크게 들렸고, 작은 요구 하나에도 마음이 먼저 날카로워졌다. 아이가 나를 부르는 횟수만큼 내 숨은 점점 가빠졌다. “왜 이렇게 힘들지?”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다.


아이를 바라보는 눈이 어느 순간부터 흐려졌다. 아이의 감정이 아니라 ‘지금 너무 벅차다’는 내 마음이 먼저 올라왔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아이보다 내가 더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이를 돌볼 에너지가 이미 바닥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이 상태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육아 과부하. 아이 하나를 돌보는 일이 24시간 멈춤 없이 이어질 때, 나의 회복은 늘 뒤로 밀리고 나의 감정은 관리 대상이 되지 못한다. 나는 쉬지 못한 채 계속 반응만 하며 버텨왔다. 잘하려고 애쓸수록 더 소진되어 갔다.


아이는 여전히 어리다. 감정은 크고, 요구는 많고, 보호자가 세상의 전부인 나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기엔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래서 아이가 힘들게 느껴졌다. 그 사실이 나를 더 괴롭혔다.


하지만 이제는 말해보려 한다. 이건 내가 나쁜 보호자여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오래 나 자신을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잘하고 있다고 느꼈던 순간에 무너졌다고 해서 그동안의 시간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만큼 버텨왔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지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무너졌다는 건 끝이 아니라 잠시 멈춰야 한다는 신호라는 걸.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는 나를 돌봐야 한다는 걸.


오늘 나는 다시 완벽해지려 애쓰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말해본다. “지금 너무 힘들어.” “지금은 과부하 상태야.” 그 말 하나로 나는 조금 숨을 고른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덜 지친 보호자로 아이 앞에 서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