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요즘, 다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 나에게
요즘은 조금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도 안정된 것 같았고,
나도 한결 여유가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 방심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아이가 계속 말을 걸어오고,
같은 요구를 반복하고,
내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을 때
나는 결국 소리를 질렀다.
“이안아, 그만해.”
“엄마 지금 너무 힘들어.”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미 늦었다는 걸 알았다.
아이는 멈췄고,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봤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표정이
나를 더 무너뜨렸다.
⸻
나는 또다시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이제 좀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왜 나는 여전히 이럴까.’
잠잠했던 시간들이
마치 아무 의미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아이를 이해하게 됐다고,
아이의 감정을 보게 됐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나는 여전히
내 한계를 넘는 순간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
이안이는 여전히 어리다.
29개월.
감정은 크고, 언어는 아직 부족한 나이.
아이는 나를 괴롭히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그저 나를 필요로 했을 뿐인데,
나는 그 신호를
‘부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부담은
짜증이 되어 아이에게 돌아갔다.
⸻
그날 밤,
잠든 이안이를 바라보며
나는 오래 서 있었다.
작은 손,
편안한 숨소리,
아무 일 없다는 듯한 얼굴.
아이에게 나는
소리를 지른 엄마였을 텐데,
아이는 여전히
나를 믿고 잠들어 있었다.
그 사실이
미안함보다 더 크게
가슴을 아프게 했다.
⸻
나는 아직 부족하다.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감정을 다루는 게 서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흔들림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예전의 나는
소리를 지르고도
그게 왜 그런지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소리를 지른 뒤
그 이유를 들여다보고,
아이의 마음을 떠올리고,
나의 한계를 인정한다.
그 차이가
나를 조금 다르게 만든다.
⸻
나는 완성된 엄마가 아니다.
아직도 배우는 중이고,
아직도 연습 중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부족한 나를 외면하지 않고
이안이 앞에 다시 서려고 한다는 것.
오늘 소리를 질렀다면
오늘 밤 다시 다가가 안아주는 엄마로.
오늘 짜증을 냈다면
내일은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말해보는 엄마로.
그렇게
하루씩,
조금씩.
여전히 부족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엄마로
나는 오늘도 이안이 곁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