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에서 울던 어린 나

다치는 건 잘못이고, 아픈 건 내 탓이라고 믿었던 그날

by 나는엄마야

5살쯤 되던 해

햇살이 따뜻하던 날이었다.

나는 친척 언니들의 손을 잡고 집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20분쯤 걸어야 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하늘은 높았고, 언니들은 신이 나서 웃고 있었다.

나는 그 뒤를 따라가며 낙엽을 밟는 소리를 들었다.


공원에 도착하자 높은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다 오르면 넓은 흙 운동장이 펼쳐졌고, 언니들은 앞서 달려갔다.

나는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강아지 짖는 소리에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발을 헛디뎠다.


쿵—

몸이 굴러가고, 머리 옆이 뜨겁게 타들어 가는 듯했다.

눈앞이 하얘졌다.

아프다는 생각보다 먼저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울면서 달렸다.

집까지는 멀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엄마 품에 안기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다.


“엄마…”

문을 열자 엄마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순간,

사과 하나가 내가 서 있던 현관문에 쿵! 부딪히고 바닥에 떨어졌다.

아빠가 먹고있던 사과를 던진 것 이다.

순간 너무 놀라 몸이 굳었다.

고개를 들자, 아빠는 화가 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었다.

공기가 멈춘 것 같았다.

나는 무서워서 그대로 뒤돌아 문밖으로 나왔다.

쪼그려 앉자 울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 울음조차 잘못인 것 같았다.

울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소리를 삼켰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배웠다.

아파도, 무서워도, 울면 안 되는 순간이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다치는 건 잘못이구나.

아픈 건 내 탓이구나.’

그래서 나는, 숨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을, 아주 깊숙이 숨겼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서도 그날의 기억은 선명하다.

햇살, 계단, 공기, 그리고 문에 부딪히던 사과 소리까지.

가끔 아이가 울 때면 그 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 같다.

아이는 그저 울고 있는데, 나는 괜히 가슴이 조여 온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그 문 앞, 사과가 굴러 떨어진 그 자리에서

멈춰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