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산책 5 - 강화 ‘이루라책방’
“왜 강화도에 책방을 오픈하셨어요?”
이루라책방에 방문한 사람들의 공통 질문 가운데 하나다. 줄 서서 먹는 햄버거 가게도 아니고, 문전성시를 이루는 고깃집도 아닌 책방을 왜 시작했을까?
그것도 강화도에.
이루라책방의 시작은 ‘가족’이다. 어린이책 작가인 나(엄마 책방지기)는 늘 책이 가까웠고, 강연하는 아빠 책방지기 또한 책과 함께였다. 예전에 살던 집 거실엔 텔레비전 대신 높다란 책장이 한쪽 벽을 차지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도 책은 친구이자 장난감이었다. 우리는 가족이 함께 일하는 공간을 꿈꿨고 그곳에서 아이들이 자라길 바랐다. 꿈을 이루기 위해 틈만 나면 강화도를 찾았다. 강화도는 예전 집(파주)과 가까웠고 갯벌을 좋아하는 아이들 덕에 자주 방문하던 곳이었다. 산과 바다가 있는 강화도는 우리에게 기회의 땅처럼 보였다. 오랜 탐색 끝에 바다가 보이고 숲이 가까운 땅을 찾아냈다. 하지만 땅을 고르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누가, 어떻게 지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었다.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업체에 맡기기보다 우리가 직접 짓기로 했다. 아빠 책방지기는 약 9개월의 시간을 파주에서 강화도까지 출퇴근하며 책방을 완성해 나갔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좌절과 시행착오와 절망을 겪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짓는 중간에 너무 힘들어 완성되지 않은 집을 팔 생각까지 했으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2020년 11월, 드디어 책방이 완공되었다. 책방 이름은 둘째 아이 이름인 ‘이루라’에서 딴 ‘이루라책방’으로 결정했다. 책방 로고는 첫째 아이가 그린 ‘악룡(악어+공룡)’과 둘째 아이가 쓴 서체 ‘당신의 꿈을 이루라책방’을 조합해 만들었다. 전체 건물은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 가족이 머무는 개인 집과 이루라책방, 두 공간으로 분리했다. 집과 일터를 구분하되 경계를 넘나들며 가족이 함께 책방을 꾸려나가길 원했다.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을 거친 뒤 2021년 2월 26일, 이루라책방은 야심 차게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시간당 한 팀만 받는 프라이빗 방문 예약제를 선택했는데 시기적, 시대적 요구와 맞아떨어졌는지 생각보다 빨리 입소문이 났다. 고객들은 프라이빗한 공간을 좋아했고 책과 하룻밤 머무는 북스테이를 신청하는 고객들도 꾸준히 늘었다.
이루라책방의 북스테이 숙소는 현재 두 곳이다.
천연 목재인 방킬라이로 다락방과 오두막 느낌을 동시에 살린 아늑한 공간 ‘비밀 다락 오두막’과 루프트탑이 있어 석모도가 내려다보이는 낭만적인 공간 ‘글램핑 북스테이’. 두 숙소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서 한 곳에 묵었던 손님이 재방문해 다른 숙소에도 묵곤 한다. 특히 옥상 루프트탑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일품이다. 매일 시간마다 변하는 낙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 시름은 저만치 달아난다. 바다와 낙조, 구름, 바람, 자연의 변화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책방이니 단연 책이 빠질 수 없다. 이루라책방에서 판매하는 책은 어린이책 작가인 엄마 책방지기와 경제·경영서 저자인 아빠 책방지기가 엄선한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책부터 어린이책과 청소년책 그리고 성인책까지 고루 비치되어 있으며 독립출판물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판매 책뿐 아니라 방문 손님이나 북스테이 손님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오픈북도 마련되어 있다. 손님들은 활짝 열린 책방 폴딩도어 너머 숲과 들에서 보내는 자연의 소리(뻐꾸기, 딱따구리 등)를 들으며 책을 읽고 자연을 감상한다.
엽서와 거울, 병따개, 자석 책갈피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는 코너도 있다. 첫째 아이가 자신의 자본금을 투자해 제작한 악룡 수첩과 필통, 떡메모지도 인기가 많다. 악룡 굿즈 수익의 30퍼센트는 엄마 책방지기에게 주고(공간 사용료), 1퍼센트는 둘째 아이에게 서체 사용료로 지불한다. 남은 69퍼센트가 첫째 아이의 수익이다. 아이는 자신의 굿즈를 판매하기 위해 나름의 고객 응대 전략을 펴고 있으며, 경제 관념과 비즈니스 감각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책방을 꾸려가고자 했던 소망을 조금은 이룬 셈이다.
아이에게 좋은 시간을 주려고 방문했는데 자신에게 힐링이 되었다는 손님, 회사 일로 힘들었는데 이루라책방이 위로가 되었다는 손님, 편안한 쉼이 되었다며 계절마다 찾아오겠다는 손님처럼 이루라책방에 머물다 간 손님들이 공통으로 남기는 말은 ‘힐링’이다. 손님들은 이루라책방에 비치된 책뿐만 아니라, 주변 숲과 바다, 논과 밭, 공간 자체에서 얻는 에너지에서 위로와 치유를 얻는다. 책방지기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책방이 흘러갈 때가 종종 있는데 손님들이 경험하는 힐링 또한 예상치 못한 부분이다.
최근 이루라책방에서는 ‘제1회 이루라책방 북버스킹’을 주관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북스테이 손님만을 대상으로 진행했지만 호응과 분위기만큼은 수백만의 열정보다 뜨거웠다. 책방을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단골손님도 생겼는데, 그분들의 아이들과 함께한 작가(엄마 책방지기)와의 만남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이루라책방을 운영한 지는 일 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책방지기들은 또 하나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아직 구체화하지 않아 책방지기들끼리만 공유하는 이야기이지만, 조만간 꿈이 이루어져 널리 알릴 날이 오지 않을까? 이곳은 ‘당신의 꿈을’ 이루라책방이니까. 마지막으로 이루라책방의 시작이 ‘가족’이었듯 끝도 그러하길 바란다.
위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 황청포구로333번길 27-1
운영 시간 : 화~일 10시~19시 (사전 예약) / 월요일 휴무
연락처 : 010-6836-3595
홈페이지 : https://leeroora.modoo.at
인스타그램 : https://instagram.com/leeroorabooks
김명선_이루라 책방지기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