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선의

우리를 지탱하는 사소한 마음

by 행복한독서

별것 아닌 선의

이소영 지음 / 280쪽 / 14,500원 / 어크로스


『별것 아닌 선의』를 읽다 내가 만났던 이들을 자주 호출했다. 그가 울 때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가 나오던 채널을 슬쩍 「아베마리아」가 나오는 클래식 방송으로 돌렸던 택시 기사 같은 이들도 부르고, 연구실 서랍에서 약을 꺼내 먹으라며 아픈 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지도교수 같은 이도 불러냈다. 그의 말처럼 “찰나적이었지만, 나를 실망시키거나 공허하게 만들지 않았”던 기억들. 그렇다고 그들과 자주 연락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가 “내 혈액 안에 이 순간 알알이 녹아 흐르는” 것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그렇게 내 안에서 흐르고 그것들은 때때로 쓰러진 나를 일으켰다.


『별것 아닌 선의』를 쓴 이소영 교수는 제주대학교 사회교육과에서 법학을 가르친다. 모든 이야기는 세상을 말하지만, 그의 이야기의 결이 조금 다른 것은 사소한 것을 바라보는 그의 삶의 진정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원룸을 거쳐 투룸에 사는 그에게 주변에서는 대출을 받아 아파트로 가라고 권한다. 그는 그러나 “침실과 부엌이 분리되어 있고, 의자 네 개 딸린 식탁에서 친구들을 대접할 수 있는 공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말한다.


“가진 자들이 얼마나 더 소유했는지에 분개하지 않는 나는, 덜 가진 이들이 나만큼이나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얼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을 놓지 않으려 한다. 말하자면 그건 ‘만족한 자’의 윤리적 책무 아닐까.” (100쪽)


욕망이 들끓는 사회에서 만족은 쉽지 않다. 만족하지 못할 때 화가 생긴다. 우리는 다 같이 안전하고 만족한 세상을 꿈꾸며 산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요원하다. 그처럼 분개하지 않고 고민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에는 시와 소설, 영화 등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들은 단순히 ‘작품’에 머물지 않고, 그를 통해 지금의 사회와 만난다. “누군가를 골리앗으로 내몬 권력과 집 두 채를 제안하며 회유한 자본”을 탓할 줄 모르고 “체제에 맞섰던 그 시간들마저 회의와 냉소의 대상”으로 삼을 때, 그는 천양희 시인의 시 「다행이라는 말」을 건넨다. 이미 알고 있던 이 시를 여기에서 만난 나는 다음 페이지로 쉽게 넘어가지 못했다. 시를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시의 마지막 구절인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뼛속까지 서늘하게 하는 말, 다행이다”를 되뇌었다.


며칠 전 책방에서 이달에 돈을 좀 많이 벌었다는 친구가 월급쟁이 친구에게 책을 사주면서 말했다.

“나한테 갚으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갚아.”

대부분 우리는 이렇게 살아간다. 그동안의 나의 삶도 이렇게 저렇게 만난 사람들이 베푼 선의로 살아왔다. ‘별것 아닌 선의’가 때론 별것이 되어 나를 위로하고, 일으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는 일은 그렇게 쓱 내민 ‘별것 아닌 선의’로 서로를 지탱하고 더불어 함께 가는 것임을 살아갈수록 깨닫는다.


임후남_책방 생각을담는집 대표,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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