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노동자가 21세기 러다이트를 꿈꾸는 이유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박정훈 지음 / 248쪽 / 13,000원 / 빨간소금
얼마 전 배달 음식을 배달하던 라이더가 음주 운전 차량에 치어 사망했다. 그는 50대 가장으로 부업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배달을 했다. 사고로 오토바이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됐고, 그가 배달하던 음식도 도로에 흩어져 뒤범벅이 됐다. 오토바이와 함께 라이더의 미래와 그 가족의 삶까지 박살이 났다. 일한만큼 버는 자유로운 직업, 플랫폼 노동은 광고처럼 정말 편리하고 혁신적인 것일까?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의 저자 박정훈은 배달 노동자이며,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다. 2018년 폭염수당 100원 시위와 배달 노동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설립 멤버로 이름을 알렸다. 저자는 플랫폼 노동이 주목받으면서 배달 산업에 관심은 많아졌지만 그 구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다며 책 쓴 이유를 밝혔다. 배달의민족은 왜 배달을 하지 않는지 플랫폼은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라이더 다섯 명의 목소리를 책에 함께 실었다. 책은 라이더에 꼬리표처럼 달린 여러 편견들을 걷어내고, 자유로운 직업을 내세우는 플랫폼 노동이 ‘상상이고 허구’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전달한다. 플랫폼은 정거장이라는 뜻의 영어단어지만 “일감을 중개하는 산업이 만들어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말로 “중개 자본주의”라고도 할 수 있다. 플랫폼 자본은 사람들의 욕구와 소비 패턴,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과정을 빅데이터로 정보화하고, 이 데이터로 소비자와 서비스를 연결해 이익을 얻는다. 세련되고 혁신적인 기술이라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플랫폼 역시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몹시 단순하고 따분한 노동”일 뿐이다. 경력 30년의 라이더는 “기업은 새로운 기술이라고 광고하고 다녔지만 30년 전 낡은 배달 산업과 똑같았다”고 말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노동자의 이름을 잃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사장님이 된 노동자는 자유롭게 일하지도, 일한만큼 벌지도 못한다. 노동자라는 이름과 함께 권리도 빼앗겼을 뿐이다. ‘세련된 언어’와 ‘혁신 기술’로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점에서 플랫폼 역시 자본의 속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회사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대행업체 계약서의 면책조항은 “플랫폼의 욕망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니까 플랫폼은 “책임지지 않기 위해 탄생”했으며 기업이 말하는 ‘새로운 제도와 규칙’은 사고가 나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불법을 합법화한 데 지나지 않는다. 이제 멋대로 쓰고 쉽게 버려도 되는 시스템이 되었고, 그런 이유로 “플랫폼은 법 위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어떤 책임도 없는 플랫폼의 탄생은 “20조원 규모의 배달 산업이 숱한 사고와 함께 성장”한 것이라는 지적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이제 기업들은 효율과 가성비를 앞세우고, 노동자의 안전과 목숨을 담보로 위법을 무릅쓴다. 도로 위를 무법으로 무섭게 달리는 건 라이더가 아니다. 플랫폼 자본이야말로 라이더를 가드 삼고 위법과 불법을 엔진 삼아 이윤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한다. 편리하고 값싼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에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한만큼 버는 자유로운 직업이라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 말인지, 연봉 1억이라는 루머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거짓말인지 저자가 기록한 라이더의 삶은 플랫폼 자본의 현실을 고스란히 증언한다.
저자는 플랫폼 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첫 번째 전제 조건은 ‘노동’에 있다. 사장님이라는 말에 감춰진 노동자를 드러내고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도로 위에 내던져진 노동자를 보호하는 게 우선이다. “산업이 아무리 발전해도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 불행하다면” 그건 혁신이라 할 수 없을 뿐더러 계속 갈등을 빚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간접고용과 위험의 외주화 등 전통적인 노동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플랫폼 노동 역시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따분한’ 노동문제가 될 확률이 높다.
플랫폼 노동문제가 일상이 되지 않으려면 배달 노동자의 노동자 지위를 회복하고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하며, 법과 제도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8~24세 청년의 산재 사망 원인 1위는 배달이다. 말문이 막히는 이 데이터는 관리 시스템 없는 노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조금이나마 보여주며, 안전에 대한 준비와 인간에 대한 예의 없이는 어떤 새로운 제도와 기술도 혁신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마사회 비리를 폭로하고 죽음으로 진실을 밝힌 기수 문중원 씨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마사회는 중개만 하고 실제 경마가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은 기수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책임진다는 점에서 배달 대행 플랫폼과 비슷하다. 저자가 마지막 인터뷰로 문중원 씨 이야기를 전한 것은 배달 대행 문제가 라이더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라이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배달앱을 켜는 소비자로서, 변화하는 자본의 시대를 사는 노동자로서 플랫폼 자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일하는 곳, 사는 곳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지 못하면서 그 굴레에 끌려다니기만 한다. 모두가 러다이트 운동가가 되지 않더라도 내가 제공받는 서비스가 어떤 시스템의 결과인지 또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시스템으로 굴러가는지 알아야 할 일이다. ‘진짜 혁신’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정윤영_르포 작가, 『달빛 노동 찾기』 공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