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지음 / 336쪽 / 15,000원 / 김영사
공사장만 보면 심장이 철렁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일까? 집배원들이다. 아파트든 빌딩이든 새로 건물이 들어서면 할 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배달할 구역이 늘어나면 집배원 수도 늘어야 할 텐데, 인력은 늘 부족하다. 지난 10년간 과로사로 숨진 집배원만 348명이란다. 눈비가 와도 그들의 배달은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의 굵기를 구체적으로 실감하긴 어렵다.
소방관이 지방직일 땐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인력과 장비, 처우 등이 천차만별이었다. 일례로 화재 진압 장비를 소방관들이 사비로 살 정도였다. 국가직 전환을 요구한 지는 꽤 오래지만, 결실을 맺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많은 이들이 소방관들의 노고와 어려움을 피부로 느꼈더라면 국가직 전환은 더 빨라지지 않았을까?
세상일이 다 그렇다. 몸소 경험해봐야 제대로 알 수 있고, 제대로 알아야 고치든 바꾸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반갑게 느껴졌다. 현직 기자의 좌충우돌 체험기로 체험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1, 2부가 기자 정신을 발휘해 몸을 굴리고 땀을 쏟는 내용이라면, 3부는 저자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기사를 핑계 삼아 시도하는 내용이다. 그렇다 보니 글의 결도 조금 다르다. 전반부가 사회의 그늘진 자리를 비춘다면 후반부는 저자 자신에게 집중한다.
1, 2부는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목소리가 약한 사람들에게 눈길을 돌린다. 브래지어의 압박에 숨 막혀 하는 여성들, 육아 독박을 뒤집어쓴 채 맘충으로 비난받는 애 엄마, 있을 자리를 찾아 헤매는 쇠약해진 노인, 무연고 사망자 등의 삶이 읽는 이의 마음을 찌른다. 앞서 언급한 소방관, 집배원, 미화원, 폐지를 줍는 어르신 등도 등장한다. 저자의 체험을 거울삼아 낮고 그늘진 자리를 돌아보게 된다.
3부는 ‘나’와 내 주변에 초점을 맞춘다. 여유가 없어서, 용기가 안 나서 지금까지 미뤄뒀던 일들을 시도한다. 회사를 땡땡이치고 하루종일 반려견과 놀아주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넨다. 또한 거절당하는 게 두렵지만 ‘거절당하기’ 위해 되지도 않는 부탁을 남발하고 착해야 한다는 마음에 균열을 내려고 일부러 ‘착하지 않게’ 행동한다.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자전거 타는 법을 다룬 책을 읽는 것보다 직접 자전거를 타보는 것이 더 낫다. 지식과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실제로 자전거를 타보지 않으면 자전거를 잘 타기 어렵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미처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고, 안다고 생각한 것들이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다. 몸소 경험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지만 진짜 삶은 경험 속에서 싹트고 영근다.
더 나아가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남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인디언 기도문이 떠올랐다. “내가 상대방의 모카신(가죽신)을 신고 1마일을 걷기 전에는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도록 지켜주소서”라는.
오승현_작가, 『차별은 세상을 병들게 해요』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