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노인을 통해 풀어낸 사회상
가난의 문법
소준철 지음 / 304쪽 / 16,000원 / 푸른숲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은 죄가 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내가 일한 만큼 보상을 해준다고 믿는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가난은 일을 하지 않은 결과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을 해도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건너면서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된다. 그럼 가난은 누구의 잘못일까.
소준철의 『가난의 문법』은 도시에서 폐지, 즉 재활용품을 줍는 노인들 이야기다. 가상의 인물 윤영자 할머니의 삶을 이야기하고, 가난한 도시 노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윤영자 할머니의 삶을 이야기할 때는 소설 같고, 각종 통계와 기사 등을 통해 가난한 도시 노인들의 삶을 이야기할 때는 논문 같다. 그러다 보니 감정에 치우치는 일 없이 현재 서울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노인들의 삶을 조명한다. 그리고 이들이 단순히 가난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어떻게 가난한 노인이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윤영자 할머니는 가상의 인물이긴 하지만 “1945년생이 일반적인 생애주기를 거쳤다고 여겨지는 사건들을 반영”한 인물이며, “그녀의 생애는 필자가 조사를 진행하며 만났던 노인들이 살아왔던 생애의 조각을 이어붙인 것이다.” 그러니 이 윤영자 할머니는 지금의 40~50대의 어머니 모습인 것이다. 그녀도 한때는 자식들 대학도 보내고, 악착같이 일해서 서울 아현동에 집 한 칸도 장만했던 어머니였다. 그런데 번듯한 회사에 다니던 자식들은 IMF 위기를 맞고, 2008년 금융 위기를 맞고, 자영업을 전전하며 그녀의 집을 말아먹고, 남편은 병든다. 가난의 문법에 똑떨어진다.
이 책이 갖는 의미는 그래서 단순하지 않다. 읽으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이유다. 뿐만 아니라 잠시라도 서울에서 집을 가졌던 이들은 다시는 집을 가질 수 없게 됐으며, 이들의 자녀들도 이제는 집과 아파트를 갖기 힘든 세상이 됐다. 그리고 그 가난은 대물림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가난의 문법에 윤영자 할머니를 대입시켜 보면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노인들이 그런 일과 생활을 하게 된 원인이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젊어서도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다. 이제 그만 노동의 삶에서 벗어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에 내몰린 노인들은 우리 사회에 의외로 많다. 그리고 그들의 노동은 생업과 직결된다.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노인들 역시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절대적 빈곤이 사라진 시대다. 그럼에도 한쪽에서는 풍요가 넘치고 한쪽에서는 남루가 넘친다. 누군가는 버리고 누군가는 줍는다. 재활용 산업은 이제 주요 산업이다. 그 가장 끄트머리에 노년의 몸을 재활용하는 가난한 삶이 있다. 그들은 몸이 움직일 때까지 그 일을 하길 원할 것이다. 과연 그것이 바람직한 사회일까. 작가의 질문은 꽤 무겁다.
“우리가 정말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노인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다.”
임후남_책방 생각을담는집 대표, 『시골책방입니다』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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