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숲속책방 천일야화

by 행복한독서

숲속책방 천일야화

백창화 지음 / 276쪽 / 17,000원 / 남해의봄날


좋아하는 책을 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나는 천 일 동안 책의 이름을 대고
기어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렇게 대단한 포부가 있을 수 있다니. 그 어떤 장서가도 탐독가도 천 일 동안 좋아하는 책의 이름을 대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숲속작은책방 백창화 대표의 이 말이 허투루 들리지가 않는다.


『숲속책방 천일야화』는 백창화, 김병록 두 분이 괴산에서 숲속작은책방을 꾸려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숲속작은책방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의 한식구이기도 하고 몇 년 전 내가 책방을 시작하기 전에 둘러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던 책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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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숲속작은책방 7년 동안의 여정이 재미와 감동이 있는 에피소드들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에피소드들에는 애독자로서의 진정성이 듬뿍 담긴 책 추천도 들어있다. 책장 곳곳에 스며있는 백창화 대표의 넓고 깊은 독서 이력을 엿보며 『심야 이동도서관』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불편하고 행복하게』 『시대의 소음』 등등 계속 책 제목을 메모했다.


책방계 대선배의 책이어서 당연히 책방 운영의 노하우도 얻을 수 있었다. 책방 책꽂이의 책들을 빼기 쉽게 헐겁게 꽂아놓아야 한다는 팁은 단박에 눈에 들어왔다. 책은 언제나 북엔드들 사이에서 단정하게 꼿꼿하게 있어야 한다는 강박감을 내려놓자고 마음을 먹었다.


해먹에 누워 책을 읽고 시를 외우는 숲속작은책방의 여유가 부럽기도 했다. 고양이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체온을 나눌 수 있는 고양이는 곁에 두고 있지 못하기에 숲속작은책방의 나비와 공주 두 ‘영업냥’은 너무도 탐이 났다. 책과 함께 있는 ‘리얼’ 고양이 사진을 보면서는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책을 읽으면서 ‘지역과 함께하는 책방이 어떠해야 하는지’ ‘나는 로컬에 희망을 걸고 있기는 한 건지’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조은이책은 동네책방이라고 하면서도 ‘내 집 문을 닫아걸고 나 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문을 활짝 열고 마음을 열고 이웃과 소통하고 교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이 되었다. 이렇게 이 책은 우리 책방에 대한 성찰의 계기도 되었다.


조은이책도 숲속작은책방처럼 “명색이 종합서점”이다. 우리 책방은 북큐레이션의 특색이 없는 것이 아닌가 문득문득 의심이 들기도 했다. “책방지기가 적절히 구성하는 북큐레이션이 포인트로 돋보이되 우리가 흔히 상식적으로 여기는 범주의 서가들이 또 적절히 배경으로 작동하는 것. 그럴 때 북큐레이션은 더욱 돋보인다”는 대목에서는 그래, 맞아, 자신감이 불끈 솟았다. 찾아온 독자가 원하는 바로 그 책이 없는 곳의 이야기를 담은 꼭지를 읽으면서는 “이 망할 놈의 작은 책방”으로서의 동지애가 확 느껴졌다. 학교와 도서관 납품의 애로사항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림책에 대한 저자의 의견에도 한 표가 던져졌다. “독서란 시대를 읽는 것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시대 그림의 흐름과 취향과 어린이들의 정서를 반영한 새로운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다”는 참으로 맞는 말이다. 그림책은 스테디셀러의 비중이 높다. 판매력이 높은 스테디셀러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그림책을 놓아두고 응원해주는 숲속작은책방의 마음이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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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뒤에는 독자와 작가, 책방지기 들의 따듯한 응원의 글이 담겨있다. 나도 응원을 보태고 싶다.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고” 숲속작은책방은 그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제각각 영혼의 도서관에 놓을 책 한 권을 만날 수 있는 책방으로 건재할 것이다. 그리고 숲속작은책방 책방지기 두 분의 삶은 “책으로 쓰인 길 위에 있고 몸은 늙더라도 꿈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책방을 지키면서 작은 일에 울고 웃는 일이 허다하다. 하루에 책 한 권 못 파는 날도 많고 책 한 권 팔고 뿌듯함에 취하는 날도 있다. 나 역시 “울화통 많은 밴댕이 아줌마”로서 “매일 스스로 그걸 확인하는 일이” 얼마나 내 맘을 괴롭게 하는지, 당장에 괴산으로 달려가 촘촘한 수다로 천일야화의 한 장을 채우고 싶다.


조은희_조은이책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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