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공개한 20년 책방 운영 노하우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

by 행복한독서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

노희정 지음 / 240쪽 / 15,000원 / 소동


사사로이 운영하는 동네책방이라는 공간과 책을 파는 행위가 신성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하루에도 출판되어 나오는 책들은 무수하고 그 사이에서 어떠한 이유로든 책을 골라 ‘내 책방’에 들여놓는데, 또 우연히 들른 어떤 사람들에게 그 책이 특별해져서 골라 읽고 데리고 가는 과정이라니, 경이롭지 않은가.


하지만 책방지기로서 이런 좋은 순간을 곱씹기보다 답답한 한숨을 내쉬는 요즘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어려움도 있지만, 책방지기 6년 차에 접어드니 나아지지 않는 책방 사정에 연차만 쌓여가는 건 아닌가 싶어서다. 열정이 사그라든 것인지, 이상만으로는 안 되는 현실에 주눅이 든 것인지 분간이 잘 안 간다. 그럴 때면 선배 책방지기들에게 전화를 해 근황을 묻곤 한다. 안부 인사를 가장한 응석인지도 모른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다시 첫 마음이 생각나고 ‘나는 왜 책을 파는가’라는 질문을 좀더 기꺼이 다시 받아안는다. 또 가끔 책방 이야기가 실린 책을 찾아보면 공감이 되고 새로 배울 점도 발견하니, 무언가 전환이 필요한 요즘 같은 시기에는 든든한 도움이 된다. 이번에 만난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 역시 선배 책방지기가 대답을 해주는, 찬란한 보석이 알알이 박힌 책이다.


책의 저자 노희정 대표는 남편 김형준 공동대표와 함께 부산 해운대에서 21년째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곰곰이 책방’을 운영 중이다. 책방 이름은 소박하고 부르기 좋은 한글 이름으로, ‘곰곰이 생각한다’라는 뜻으로 지었다 한다. 그런데 책방의 지난 세월이 담긴 이 책을 읽다 보니, 여러 시행착오와 어려움에도 곰곰이 차근히 곰처럼 버티며 20년이 넘게 지역에서 사랑받는 책방으로 살아왔기에 또한 잘 어울리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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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라니! 오랜 세월을 한 지역에서 사랑받는 책방으로 자리 잡기까지 해왔을 고민과 노력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중에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맞춤 책 추천’일 것이다. 곰곰이 책방에서 운영하는 책 추천 방식은 ‘회원제 운영’ ‘북 클리닉 회원’ ‘책 재미 회원’ ‘3단 서재 만들기 프로그램’ 등 연령과 독서 수준, 기간이나 회원들의 요구 등에 맞춰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서점의 서가 배치는 큐레이션의 영역이다.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어느 책을 어디에 위치할 것인지 분류하는 것부터가 시작이기 때문이다. 책방지기로서 숨겨진 보물 같은 책을 발견해 진열해두고 독자에게 소개하며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정말 큰 기쁨이다. 곰곰이 책방은 이러한 기본적인 큐레이션부터 개별 회원의 성향과 독서 이력, 상황에 따른 전문적인 북 클리닉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연령과 주제는 어떠한지 출판사의 특징과 작가의 작품 세계는 어떠한지 등등 책방지기들이 함께 의논하고 숙고한다.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페이지가 ‘이건 공부해야 해’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자세히 꼼꼼히 적혀있다. 곰곰이 책방만의 노하우인데 이리 소상히 알려줘도 되나 싶을 정도다. 가히 책방을 운영하기 위해 준비하는 이들, 시작은 했는데 길을 잃은 책방지기들, 북큐레이션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이들 모두에게 너무도 유효하고 알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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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책방의 또 하나의 특징은 20년간 발행해 온 『곰곰이 신문』이다. 책방이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특별하게 받아볼 수 있는 이 신문은, 책방의 북큐레이션부터 행사 소식, 회원들의 활동까지 다채롭게 만날 수 있는 종합 선물 세트다. 매달 8면의 종이신문을 발행하는데, 4면은 책 소개와 책 관련 행사를 싣고 나머지는 어린이와 청소년 기자들의 기사를 싣는다. 이를 만들기 위해 내용을 준비하고 연구하고 작성하는 일은 엄청난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단지 몇 사람의 수고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 기자단을 선발하고 교육하는 과정을 거쳐 어린이 기자가 직접 취재한 내용을 싣는다. 기자단 출신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시각으로 본 사회와 삶의 이야기를 칼럼으로 들려준다. 그렇기에 신문의 글은 더욱 생생하고 재미나다. 이렇게 발행한 신문을 발송할 때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1500부가 넘는 분량을 함께 작업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곰곰이 신문』을 20년간 발행해왔다니, 웬만한 애정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정보 전달을 넘어 책을 매개로 하는 사람 이야기가 실려 있기에 세월이 흘러도 늘 ‘새로운’ 신문으로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눈여겨보게 되는 곰곰이 책방의 또 다른 부분은 독서 강좌 프로그램이다. 출판사와 작가가 함께하는 다양한 독서활동이 제공된다. 연령별 주제별 독서 강좌부터 작가 초청 강연, 현장으로 떠나는 견학 프로그램까지 책과 사람을 매개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시기의 요구와 여건에 따라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성수기/비수기를 나누어 성인(학부모) 프로그램을 추가하기도 하고 국가 지원사업을 활용하기도 한다. ‘남 안하는 것’과 ‘아이들과 해보고 싶은 것’이라면 주저하지 않으니, 시도하다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한다 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겉으로 요란히 드러내진 않지만 그 열정과 애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외에도 책에는 책방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은 어떤 것이 좋은지, 운영의 효율을 위해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고민한 내용이 세세하다. 책방을 운영하는 전반에 관한 자세한 안내 이면에 녹아있는 말은, ‘독자를 위한 책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에서 본 ‘제일 잘하는 일이 책 골라주는 일’이라며 소박하게 웃는 노희정 대표에게 무한 신뢰가 느껴졌다. 책방지기이지만 나 역시도 단골 책방이 있으면 좋겠다. 대단한 설명 없어도 미소와 함께 스윽 책을 내밀며 “이 책을 보니 당신 생각이 났어요” 하면서 오늘도 나를 위해 책을 권해주는 그런 책방지기가 있는 내 아지트 말이다.


이진숙_동네책방 숨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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