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생존 탐구
동네책방 생존 탐구
한미화 지음 / 272쪽 / 15,000원 / 혜화1117
책방 문을 연 지 만 3년이 되어가는 요즘, 책방 할머니로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포부가 그저 희망 사항으로만 끝나는 건 아닌지 걱정하던 차에 한 권의 책을 만났다. 한미화 출판평론가가 쓴 『동네책방 생존 탐구』다. 그냥 책방 탐구가 아니라 ‘생존’이라는 화두가 붙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도서정가제 문제’가 도마 위로 올라서 특히나 이 ‘생존’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가 커 보인다. 책의 부제가 ‘출판평론가 한미화의 동네책방 어제오늘 관찰기+지속가능 염원기’로 책방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겼다.
책을 보면 2015년부터 동네책방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한 건 그나마 ‘도서정가제’가 자리를 잡고 나서부터였음을 알 수 있다. 여전히 온라인서점이 주는 할인과 다양한 혜택이 있음에도 동네책방을 찾는 독자들은 험한 파도를 헤치고 등대를 찾는 배처럼 동네책방에 모여들었다. 작가는 다양한 동네책방을 두루 찾아다니며 책방의 지속 가능성을 찾았다. 무엇보다 책방을 한번 찾은 독자들이 또다시 그 책방을 가고 싶은 ‘이유’가 분명해야 지속 운영이 가능하다는 얘기에는 매우 공감했다. 재방문하는 단골손님이 결국 동네책방을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을 나 역시 3년간 운영하며 깨달았다. 작가는 책방마다 재방문의 이유들은 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건 저마다의 색깔이 분명한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을 보면 종이책보다는 ‘스트리밍’을 원하는 독자들이 많다며, 전자책 및 오디오북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현실이다. 젊은이들에게는 동네책방 투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책을 구매하려는 이유보다는 사진을 찍고 책방에 와봤다는 인증만 하는 일회성 쇼가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제주도의 책방 ‘소리소문’에서는 “인생샷보다는 인생 책을 만나세요”라고 외치기도 한다. 저자는 책에서 “동네책방을 하고 싶다면 부업으로 시작하는 건 어떨까”라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동네책방을 운영해서 과연 먹고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답이다. 실제 거의 모든 것을 걸고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들이 들으면 아픈 답이다. 그러나 나 역시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과연 어디까지 책방을 위해 투자하고 분투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다섯 번째 장은 “생존은 과연 누구 손에 달려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책의 공급률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판사에서 도매와 소매를 거쳐 소비자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도표로 그렸다. 그 과정에서 작은 출판사일수록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구조를 이야기한다. 가장 판매율이 높은 온라인서점의 이익률을 위해 출판사들의 공급률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는 ‘상생 공급률’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온라인서점 중 한 곳의 입장은 ‘개별 기업 간에 자율적으로 맺는 사적 계약의 영역’이라며 상생 공급의 제안을 일축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네책방과 공급률의 문제 또한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워낙 높은 공급률이라 낮은 수익을 낼 수밖에 없어서 직거래를 트기도 하지만, 결국 직거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책방과 출판사 모두 거의 이익이 없는 것으로 얘기된다.
여섯 번째 장은 바로 “피할 수 없는 이야기, 도서정가제”다. 책에 예시로 나와 있는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의 말을 빌리면 “문화적 공공재인 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독일, 프랑스, 일본처럼 원칙에 충실한 정가제를 확립해야 하며, 어떤 의욕적인 정책이나 지원도 완전한 도서정가제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동네책방을 아끼는 독자들은 할인 없는 ‘완전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저자는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매우 복잡하여 해결이 쉽지는 않을 거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 갑자기 문체부에서 터져 나온 현행 도서정가제 개악 시도는 그나마 겨우 버티는 동네책방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목소리였다. 갑자기 도서정가제를 문제 삼은 곳은 독자도 아니고 출판사도 아닌 ‘플랫폼 회사’였다. 이는 책을 ‘상품’으로만 인식하여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한 스타트업 기업의 몰상식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일종의 문화 공공재로 선진국에서는 ‘완전도서정가제’가 시행되어 그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책에서는 독일의 완전 도서정가제도가 책과 독자의 수준을 높인다고 이야기한다.
동네책방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책방이자 지역 운동의 구심점이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 자신과 지역 주민들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곳이라고 답한다. 그렇다, 동네책방은 비록 사적 비즈니스 영역이지만 공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그게 그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생존해온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적어도 생존이 보장된 터전에서 공공의 역할을 하고 지역 운동을 할 수가 있다. 2020년의 힘든 봄과 기후 재난으로 힘든 여름 한복판에서 터져 나온 도서정가제 논란 때문에 책 역시 힘겹게 읽어나갔다. 우리는 왜 자꾸 생존 위협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한미화 작가의 지속 가능한 염원기를 위해서라도 생존 본능을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지선_전주 ‘잘 익은 언어들’ 책방지기,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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