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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Feb 14. 2022

문화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책방

문화공간, 특성화 책방1 - 큐레이션 서점

서점의 변화는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동네 곳곳에 다양한 활동을 하는 작은 책방이 생겨난 것은 물론 대형서점과 지역서점, 중고서점 모두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작은 책방이 많아지며 동네책방, 독립서점, 큐레이션 서점 등 서점을 분류하거나 칭하는 단어가 점점 많아졌다. 이런 명칭들은 구분 없이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서점이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특성화 책방이 되어가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성화 책방이란 특정 분야의 책 혹은 키워드, 콘셉트에 따라 운영하는 책방이다. 독립출판물 책방, 문학서점, 추리소설서점, 만화책방, 예술서점, 도시인문학서점, 여행서점 등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드러내고 책만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공간, 창작 공간으로서 문화공간이 되어간다. 이런 특성화 책방은 참고서와 학습지, 거의 모든 분야의 책을 다루는 지역서점과는 다르다. 

운영자가 원하는 분야의 책을 큐레이션 하고, 큐레이션 한 책을 잘 보이기 위해 진열하고, 관련 북토크와 독서 모임, 취향 모임, 클래스 등을 연다. 이제 책방에서 작가를 만나고 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필자가 운영하는 ‘책방 연희’ 역시 일주일이 멀다하고 작가와의 만남을 열고, 책 만들기, 글쓰기, 드로잉 모임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이런 문화 활동에 참여하려고 작은 책방에 처음 오는 손님도 많고 이를 계기로 단골손님이 되기도 한다. 

책방연희 문화 활동(©구선아)


새로운 문화 만드는 책방 공간 

책 관련 행사를 활발하게 여는 서울의 특성화 책방은 셀 수 없이 많다. 홍대의 ‘땡스북스’, 혜화동의 ‘위트앤시니컬’, 역삼동의 ‘최인아책방’, 서촌의 ‘역사책방’ 등이 있고 인사동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히기도 한 ‘부쿠’가 있다. 얼마 전 성북동에서 인사동으로 이전한 부쿠는 ‘책 읽어주는 남자’이자 에세이스트 전승환 작가가 운영하는 서점으로 나에게 좋은 책을 당신에게 추천하는 큐레이션 책방을 지향한다. 대부분 기성 출판물을 다루지만 차별화된 서가를 만들기 위해 북 큐레이터들은 매일 고민하며 손 글씨로 책마다 큐레이션 페이지를 만든다. 부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은 부쿠의 ‘시그니처 비밀책’으로 큐레이터가 골라 예쁘게 포장한 추천 도서다. 책방에서는 큐레이션 한 책과 관련한 작가와의 만남을 주로 진행하고, 매달 함께 책 읽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부쿠


서울 외 지역에서도 문화공간으로서의 다양한 책방이 있다. 서울 다음으로 급격하게 책방이 늘어나는 지역은 제주다. 필자가 제주 책방 에세이를 쓰던 2016년 겨울만 해도 제주의 작은 책방은 20개가 조금 넘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60개가 훌쩍 넘는다. 그중 기억에 남는 곳은 다른 책방에 비해 도서와 콘셉트가 차별화 된 ‘그림책방 노란우산’이었다. 제주 특성상 여행자 타깃으로 운영하는 책방이 많으나 그림책방 노란우산은 지역민 반, 여행자 반이 찾고 있었다. 책방 이름은 그림책 『노란우산』에서 이름을 따왔고 그림책이 좋아 그림책방을 붙였다. 그림책은 0세에서 100세까지 보는 책, 즉 전 세대가 보는 책이라는 생각으로 운영 중이다. 작가별, 나라별로 구분한 그림책과 제주와 어울리는 책, 운영자가 좋아하는 그림책이 많고 문화 활동 역시 그림책 관련 모임이 대부분이다. 작가와의 북토크, 그림책 읽기, 그림책 연주회, 그림책 연구 모임 등을 운영한다. 

©그림책방 노란우산

“아이들 수업보다는 부모를 위하거나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엽니다. 그리고 어른들에게도 많이 그림책을 읽어줍니다. 혼자 읽는 것과 다르거든요. 그리고 어른이 다시 아이들에게 많이 읽어주도록 합니다”

라며 모임을 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설명한다. 


최근에는 강원도 지역에 특색 있는 서점이 눈에 띈다. 춘천, 영월, 양양에도 작은 책방이 생겨났다. 그리고 속초에 가면 꼭 들러야 한다는 서점 두 곳, ‘문우당서림’과 ‘동아서점’이 있다.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두 곳 서점은 닮은 듯 다르다. 

그중 문우당 서림은 속초에서 36년 된 서점으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딸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1층에는 여러 분야의 서적이 골고루 갖춰있고, 책 문구가 색색이 새겨진 계단을 오른 2층에는 독립출판물을 비롯해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책과 서림에서 디자인하고 제작한 굿즈가 있고, 북토크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갖춰져 있다. 책 구매 시 마음에 드는 주제를 고르면 문장 책갈피를 함께 증정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속초에서도 경쾌한 문화적 경험이 가능하도록 북토크와 심야책방을 수시로 열고, 서울에서 열리는 마켓이나 전시에도 활발히 참여하며 지난 시간만큼 앞으로 나아갈 시간도 준비 중이다. 

©문우당서림


이처럼 특성화 책방은 문화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고 새로운 책방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는 출판물로, 굿즈로, 프로그램으로 또는 로컬 상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산책길이나 퇴근길에, 때론 친구와 함께, 때론 혼자, 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동네책방에서 문화와 함께 놀아보자. 


구선아_작가, 책방 연희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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